N번방, 一罰百戒로 확산 막아야
N번방, 一罰百戒로 확산 막아야
  • 승인 2020.03.24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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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칼럼
윤성아
이학박사, 전 대구시의원
코로나19와 경기악화, 치솟는 환율과 끝도 없이 추락하는 주식 같은 엄청난 금융시장의 충격 등 분기별 하나씩 나와도 버거울 빅이슈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다시 한번 전 국민을 경악하게 만든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바로 텔레그램N번방 성착취 영상제작·유통으로 억대 이익을 얻은 ‘박사’조모씨가 구속된 것이었다. 지난해부터 다양한 방송국의 여러 심층보도프로그램에서 조금씩 파헤치면서 핵심인물의 검거를 다수의 국민, 특히 여성들이 강력히 원했고 이 심각성을 사법기관에서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선 결과 핵심인물이라 여겨진 2명(갓갓, 박사) 중 1명을 구속하게 되었다. 악랄함과 치밀함으로 인해 막연히 엄청난 전과를 가진 무시무시한 사람일 것이라는 보통의 추측과 달리 아이러니하게도 범인은 20대의 평범한 남성이었다. 텔레그램N번방에서 유포된 청소년과 여성 대상의 불법적인 성착취물은 그 내용이 입에 담기조차, 아니 텍스트로 읽기조차 버거울 수위의 엽기적인 행태로 자녀를 키우는 엄마들은 물론 대한민국 전 여성들에게 분노와 두려움을 넘어 끝없는 심리적 추락을 느끼게 했다.

어떠한 범죄가 일어나면 우리는 그 범죄자가 왜 그런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는지를 생각하기 마련인데 이 사건의 경우는 우리나라의 솜방망이 사법체계가 만든 것 같다. 지난해 10월 국제수사공조 결과 검거된 아동성착취 영상 사이트 ‘웰컴투비디오’의 운영자는 불과 1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고, 검거된 이용자 200여명 중 상당수는 선고 유예 또는 벌금형에 그친 것으로 파악되었다고 한다. 또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간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의 제작·배포 범죄’에 관련한 검거·기소·재판결과도 약 3,500여명이 검거되었지만, 기소 된 경우는 대략 14%에 불과하고 이 중 자유형(징역·금고형)을 받은 경우는 채 100명이 안 되는 것으로 이는 기소 건 기준으로는 약 16%, 검거 건 기준으로는 약 2%에 불과했다고 한다. 천인공노할 텔레그램N번방은 이러한 사법 생태계가 낳은 끔찍한 결과물이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악랄한 성착취가 엄벌로 이어지지 않고 금고형이나 집행유예를 받는다는 것은 수많은 성범죄자를 만들어냄과 동시에 피해자보다 가해자의 인권과 미래를 걱정하고 이를 보호하려는 기이한 사회가 형성되도록 한 것이다.

텔레그램N번방 사건이 우리 사회에 더욱 큰 충격이 된 것은 밝혀진 이용자의 다수가 10, 20대였다는 점이다. ‘박사’의 검거 후 포털의 실검 1위에는 ‘텔레그램 탈퇴 방법’이 바로 올라왔는데 그 검색어의 연령대가 10, 20대 남성이었다는 것만 봐도 얼마나 많은 청소년들이 그릇된 성문화에 노출되어 그것이 범죄인지도 잘 모르면서 빠져들었는지를 알 수 있다. 우연히 접속하게 되어 보았는데 처벌 수위가 궁금하다던 어린 자녀를 둔 아빠의 질문글, 잠시 가입만 해서 둘러보기만 했는데 이것이 밝혀지면 임용고시에 어떤 불이익이 있을지 알려달라는 질문들은 우리를 더욱 아득하게 했다. 끊임없이 발전하는 디지털 기술은 이러한 불법적인 분야에서도 끝없이 함께 발전하고 있고 그만큼 더 복잡하고 치밀하여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피해자로, 가해자로, 방관자로 살게 된다. 아이러니한 것은 사회 전반의 급속하면서도 끝없는 이 발전에 요지부동인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 사법체계’이다. 2020년인데 1900년대 중반에 만들어진 법으로 처벌을 하는 것, 이 자체가 극악무도한 범죄를 양산하는 온실인 것이다.

텔레그램N번방 안에서 일어난 엽기적인 행태만큼이나 우리를 경악하게 한 것은 26만명에 달하는 사용자, 즉 아동·청소년 성착취 영상물을 구매한 사람의 숫자이다. 압도적인 수요자의 숫자에 망연자실하게 되었고 서로를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게 되었고 텔레그램 이용자는 N번방사용자일지도 모른다는 억측을 불러왔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모든 상황의 시발점이 되는 배경이다. 이렇게 엄청난 숫자의 사용자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배경은 ‘사법체계’가 그러하기 때문이다. 제작 및 유통 뿐 아니라 구매자와 소지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지 않는 한 이 악순환의 고리는 절대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검거된 ‘박사’조모씨의 신상을 공개하라는 청원이 200만을 훌쩍 넘었고 관련있는 모든 사람이 신상을 공개하라는 청원도 100만을 넘었다고 한다. 국민청원을 통한 이 폭발적인 목소리에 정부와 사법부는 지금처럼 좌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텔레그램N번방 관련자들의 엄중한 처벌과 동시에 2020년이라는 최첨단 디지털 현실에 맞는 디지털 성폭력 및 아동·청소년 관련 범죄의 양형기준의 강화된 제정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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