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선거제와 ‘좀비’ 정당
비례대표 선거제와 ‘좀비’ 정당
  • 승인 2020.03.25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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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두문불출한지도 한 달 여가 넘었다. 하루가 이리 긴 줄은 몰랐다. 답답해서 이리 저리 안부 전화를 하면 ‘방콕’이라고 한다. 방에 콕 처박혀 있다는 개그가 진짜가 됐다. 밤이 지루해 좀비드라마 ‘킹덤’을 보았다. 넷플릭스 국내인기 콘텐츠 1∼2위를 다투는 영화로 끔찍한 장면들이 많이 나오지만 재미가 있었다. 좀비는 우리말로 ‘살지도 죽지도 않았다’는 뜻의 ‘생사역’이다. 원인 모를 역병으로 좀비가 되는 민초들과 나라를 위한다는 대의명분으로 좀비가 된 민초들을 교묘히 이용하는 권력자들의 비뚤어진 욕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 영화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어 보인다. 역병처럼 번지는 좀비의 활동, 이를 물리치려는 세력이 있는가 하면 은연 중 좀비의 활동을 돕는 무리를 보면서 예나 지금이나 정치가 무섭다는 생각을 한다.

정치의 이상과 정도가 과연 무엇인지 혼란이 거듭되는 요즘이다. 내가 얻은 결론은 정치는 위선을 생산하는 기술이며 갖가지 수단으로 끝없이 권력을 지키려는 권력자들의 의욕자체라는 것이다. 정치인보다 정상배가 더 많다. 그들은 민주주의를 내 세우면서 그들만의 세상을 누리기 위한 여러 법을 만들고 그것으로 국민들을 억제한다. 봄날을 노래할 새도 없이 아파트 주변에는 벌써 개나리와 벚꽃이 시들어 가고 있다. 코로나 역병이 세월의 감각을 완전 무디게 한다.

4월 총선을 20여일 앞두고 있다. 총선이라고 하면 253개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를 생각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비례투표 논란이 판을 치고 있다. 뭔가 한국정치가 제 길을 잘 못 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비례대표 47석을 두고 여야 정상배들이 온갖 술수를 동원해 국민들을 무시하는 작태를 보이고 있다. 이른바 4+1이라는 정치괴물은 그 역할을 다 한 것 같더니만 죽어있는 것처럼 보이던 좀비들을 깨우고 있다. 영원히 한 통속이 된 것으로 생각했던 4라는 군소정당들은 들쑥날쑥 몇 겹의 변신을 거듭해 이제는 그 본색 찾기 조차 힘들다.

그 중에는 좀비 정당처럼 보이는 것들도 있다. 현 선거법 체제에서는 여야 큰 정당이 지역구에서 과반수를 얻기가 어렵다. 그들이 고안해 낸 것이 정당투표만 잘 하면 다수의 의석을 차지할 수 있는 위성정당이다. 미래통합당은 미래한국당이라는 소가집 정당을 만들었고 여당인 더불어 민주당은 열린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이라는 쌍태아 정당을 출산했다. 위성정당은 현역 국회의원 수가 많아야 기호 1번을 받는다면서 의원 꿔주기나 심지어 불출마자들의 이름을 올리기도 한다. 오로지 1석이라도 더 당기기 위해 비례대표 후보자로 별의 별 인물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지역구 탈락자. 파렴치범 전과자, 기소 중에 있는 자, 조국수호자 등 법망을 교묘히 피하면서 생사역의 얼굴을 내밀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유권자인 국민들은 특정한 비례의원에게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에 투표를 해야 하기 때문에 원치 않은 인물들이 당선되는 경우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상 컨데 여당권에 속한 위성정당에서 당선되는 자들 중에는 정치적으로 한가락 하는 인물들이 당선권 순위에 들어 갈 확률이 아주 높게 보인다.

최근 잡다한 정당수를 보고 놀랐다. 20일 현재 등록된 정당은 47개다. 2020년에만 17개 정당이 새로 등록되었다. 선관위에 창당하겠다고 등록한 단체가 31개가 더 있다고 하니 무려 70개가 넘는 정당이 난무할 것이다. 이처럼 많은 정당이 늘어난 것은 소수정당이 원내에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괴물선거법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어쨌든 4+1때는 그래도 명색을 갖춘 정당들이 있었지만 공수처법과 검찰개혁법, 공직선거법이 통과된 후 활동이 미미해 졌다. 그러나 야당이 위성정당을 만든다고 그렇게 비난하던 더불어민주당이 비례위성정당을 만든다고 하니 움츠려있던 좀비정당들은 여권의 입맛에 맞는 메뉴를 들고 떼거리로 모여들었다. 짐작한대로 여당의 좀비정당 활용은 극대화 했으나 좀비를 필요한 용도로 남겨 두지는 않았다. 선거가 끝나면 잡동사니 좀비들은 3% 이하 득표, 셀프 탈당 등으로 또 다시 긴 좀비의 시간 속으로 숨어들어 가야할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역구 선거보다 비례선거에 목을 매는 현실 정치가 이해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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