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태 경영칼럼]기업의 미션과 사회적 가치 창출
[배종태 경영칼럼]기업의 미션과 사회적 가치 창출
  • 승인 2020.03.2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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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전 중소기업학회장
전세계적으로 사람들의 일상 생활과 경제 활동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의 삶과 생활 속에서 가장 본질적인 것이고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의료진들과 공무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감사를 드리면서, 아울러 환자치료병상의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 연수원 등 시설을 임시 환자격리치료 시설로 사용할 수 있게 내어 놓은 기업들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의 여러 도전과제들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의 역할과 사명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기업가가 답해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 다섯 가지를 제시한 바 있다.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아마 그 첫째 질문을 ‘우리 회사의 성과 목표가 무엇이고, 어떻게 그 목표를 달성할 것인가?’ 정도로 짐작할 것이다. 그러나 드러커가 던진 첫째 질문은 바로 ‘우리 회사의 미션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이익, 즉 경제적 가치를 추구하는 경제 조직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고객들에게 사랑 받는 기업, 사회로부터 존경 받는 기업, 우수한 인력들이 일하고 싶어하는 기업이 되려면, 기업들이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함으로써 사회적 가치도 함께 창출해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공감을 얻고 있다. 기업들은 사업 영역에 따라 어떠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가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새로운 사업모델을 설계하면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창출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안들을 함께 모색한다면, 고객들의 사랑을 받고 지속 성장하는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가치를 어디까지로 볼 것이냐 하는 데에는 합의가 쉽지 않다. 사회적 가치의 정의나 범위, 측정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사회적 가치는 ‘사회의 이해관계자들에게 제공되는 가치’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가치는 기업 활동을 통해 사회의 발전과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할 때 창출된다. 사회적 가치창출 목표를 경영 성과 평가에 반영하면서 사회적 가치 창출 노력을 강화하고 있는 SK그룹에서는 사회문제를 ‘특정 사회에 속하는, 구성원 다수가, 구조적으로, 고통받고 있는 상태’로 정의하고, 이러한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한 사회성과의 총합을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많은 공기업들과 현대자동차, POSCO 등 민간기업들도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전략적으로 이와 관련된 활동을 강화하고 있어서, 바람직한 추세라고 생각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한 이슈는 오래 전부터 중요한 화두가 되어 왔다. 그렇지만 최근의 양상을 보면 CSR 활동에서 큰 발전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최에는 기업들이 사업 영역과 무관하게 기업의 자원과 역량을 바탕으로 기부, 봉사 활동 등의 형태로 사회의 필요한 분야에 공헌 활동을 하는 것이 주류였다.

그러나 이제는 기업의 주력 사업활동을 통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창출하는 노력이 강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반도체 제도 공정에서 나오는 환경오염 물질의 처리방법을 혁신적으로 개선한다면, 비용 절감을 통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아울러 환경오염 저감이라는 사회적 가치도 창출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에는 3가지 영역이 있다. 첫째로는 기업이 제품이나 공정, 서비스 자체를 통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가 있다. 기업이 고객들에게 100이라는 총 가치를 제공했는데, 실제 가격에 포함되어 기업으로 돌아오는 경제적 가치가 60이라면 나머지 40이 바로 사회적 가치가 되는 셈이다. 이는 ‘사업기반 사회성과’라고 할 수 있다.

둘째는 세금, 배당금, 취양계층 고용에 따른 임금 등 기업의 경제활동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에게 제공하는 사회적 가치인데, 이는 ‘국민경제 기여성과’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고용이 가장 중요한 사회적 현안인 점을 감안하여 기업이 지급하는 모든 임금을 기업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에 포함시키자는 견해도 있고 이론적으로는 맞으나, 진정성 확보 차원에서 보수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추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초기부터 기업들이 수행해왔던 사회의 도움이 필요한 영역에 기업이 기부 등을 통해 자원과 역량을 이전할 때 나타나는 ‘사회공헌 사회성과’가 있다.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은 자율적으로, 기업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핵심 분야에서 특정한 사회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러 항목의 사회적 가치를 모두 조금씩 창출하는 방식으로는 실제로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전략적 노력으로 보기는 어렵다.

기업들은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결과’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 창출을 전사적으로, 전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비전과 전략, 시스템, 조직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전체 구성원들이 함께 사회적 가치 창출의 중요성과 의미를 인식하고, 관련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그 결과로서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기업들이 주어진 여건이나 역량 등을 고려하여 점차적으로, 단계적으로 가능한 영역부터 사회적 가치 창출 활동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사실 모든 기업들은 이미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다만 앞으로 전략적이고 진정성 있는 사회적 가치 창출 노력을 더욱 강화하고 이를 측정하고 관리하여, 기업의 원래 미션인 ‘이해관계자의 행복 극대화’에 기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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