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층 이동 기회 박탈 미국 교육의 민낯…'인생의 특별한 관문'
계층 이동 기회 박탈 미국 교육의 민낯…'인생의 특별한 관문'
  • 승인 2020.03.2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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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장’ 인생 결정적 좌우
아이비리그 등 명문대 3분의 2
부유층 출신으로 기회균등 아냐
美 입시제 낡은 귀족제 되살려
인생의 특별한 관문

폴 터프 지음/강이수 옮김/ 504쪽/ 1만9천800원.

꿈에도 그리던 펜실베이니아 대학으로부터 불합격 통보를 받고서도 그 대학에 입학하면 제일 먼저 가기로 한 학교 맞은편 레스토랑의 추천 메뉴를 아직도 가방 속에 넣고 다니는 섀넌 토러스.

내신 평점 만점에 AP 선행 과정 전부 이수라는 준수한 스펙을 갖추고 아이비리그에 속한 코넬대학을 꿈꿨으나 엘리트들 사이에서 치일 것이 두려워 결국은 집 근처 주립대학을 택했지만, 그마저도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입학 취소를 통보해야 했던 킴 헤닝. 학교 성적은 최우수 수준인데도 SAT 모의고사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받아 크게 실망했으나 뜻밖의 계기로 시간당 400달러짜리 ‘족집게 과외’를 무료로 받은 후 SAT 점수가 수직으로 상승한 덕분에 예일대에 입학하게 된 벤 도머스.

‘인생의 특별한 관문’(원제 The Years That Matter Most: How College Makes or Break Us·글항아리) 저자인 교육 전문 저널리스트 폴 터프는 책을 쓰기 위해 이 아이들을 포함한 수험생들, 대학교수들, 사교육 업체와 대입 시험 주관 업체 관계자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여러 건의 교육 관련 연구 논문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저자는 프랑스 사상가 알렉스 토크빌이 기이하게 여겼을 정도인 미국 건국 초기 계층 이동의 역동성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판단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고 만 교육 시스템 때문이다.

저자는 오늘날 미국인의 사회 이동은 10대 말이나 20대 초에 이르는 짧은 시기에 크게 좌우된다고 지적한다.

젊은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인생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것은 물론 대학 졸업장이다. 저자가 인용한 한 연구 결과를 보면 아이비리그와 그 밖의 최상위 명문대를 지칭하는 ‘아이비리그-플러스’ 출신이 30대 중반에 연봉 63만달러 이상의 상위 1% 고소득층에 속할 확률은 20%, 그 아래 ‘명문’ 출신은 9%, 2년제 커뮤니티 출신은 0.3%로 확연히 구분된다.

그리고 같은 대학에 갔을 경우 성공의 정도는 빈곤층이든 부유층이든 큰 차이가 없었다. 요컨대 대학입학이라는 관문을 통과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큰 부분이 좌우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부유층과 빈곤층이 같은 대학에 다니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비리그-플러스 대학 학부생 3분의 2 이상이 부유층 가정 출신이고 빈곤층 가정 출신은 4%에 불과했다. 저자는 “미국의 현행 대학 입시 제도는 기회균등과 평등이라는 가면을 쓰고 오히려 예전의 낡은 귀족제를 되살려놓았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미국 국민이 지금도 교육의 강력한 힘을 믿는다는 증거는 얼마든지 있다. 최근 들어 달라진 점은 사람들이 교육을 국가 전체가 아닌 개인의 측면에서 생각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미국인들이 한 세기 전에는 명확하게 인식했지만, 요즘은 쉽게 외면하는, 하나의 원칙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은 ‘공교육을 활성화하면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간단한 원칙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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