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쫓고 福 긁어 모으는 인간의 오랜 벗
도둑 쫓고 福 긁어 모으는 인간의 오랜 벗
  • 이상환
  • 승인 2020.03.2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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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온의 민화 이야기] 가견도(家犬圖)
나무 아래 평온히 앉아 있거나
뒷다리로 몸통 긁는 모습 다수
예로부터 용맹성 뛰어나고
충성심 높아 집지키는 역할
전염병에 몸살 앓는 인류
‘충견이 지켜줬으면’ 바람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는 1천만을 넘는다. 전체 반려동물 가구 중 80% 이상은 개를 키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병원이 성업 중이고, 마트에는 반려 동물 용품과 먹거리가 별도 공간을 차지한다. 반려동물 전용 호텔, 펜션, 놀이터, 장례식장이 있고, 전문적으로 돌봐주는 펫시터도 있다. 옛날 찬밥이나 얻어먹고 차가운 겨울에 난장에서 지내야 했던 천덕꾸러기가 더는 아니다. 이제는 사람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친숙한 동물은 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반려견의 역사는 아주 먼 선사시대까지 그 기원이 올라가며 지구상의 인류가 진화를 거듭하면서 야생동물의 공격으로부터 집을 지키거나 사냥에 도움을 줄 목적으로 길들어져 사람과 가장 친숙한 동물이 되었다,

그로 인해 개는 가족의 일원이 되기도 하고 그 생태적 특성과 효율성 등이 사람들의 소망과 결부되기도 하였다. 기질이 영리하고 의리가 강하여 충견(忠犬)과 의견(義犬)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인간의 삶을 보호하고 도와주는 벽사와 길상의 대상으로 그려지기도 했다. 이렇듯 민간에서 벽사의 능력을 가진 동물로 인식된 것은, 개의 후각과 청각이 예민하여 미세한 냄새와 작은 움직임도 놓치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무속의 저승 설화에서는 개가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메신저의 기능을 수행하는 경우도 있다. 개의 벽사용 그림은 민화와 전통회화에서 자주 나타나는데, 개를 단독으로 그리는 것이 보통이다.
 

이암의 모견도
이암의 모견도. 종이에 수묵 담채(淡彩). 73 × 42.2 cm. 국립박물관 소장.

<그림 1>

우선 전통회화에서의 대표작인 이암의 모견도를 살펴보자.

16세기에 그려진 그림으로 실제로 세심한 관찰로 그려졌으며 나무 그늘 아래 긴 꼬리를 늘어뜨리고 의젓하게 엎드려 있는 어미 개와 어미 개의 품속을 파고드는 세 마리 강아지의 천진스러운 모습을 매우 정겹게 표현하였다.

어미 개와 강아지는 몰골법을 사용해 더욱 부드러운 느낌이 난다. 그러나 반대로 다리 부분은 빳빳한 선으로 표현되어 몸통의 부드러운 털과는 대조를 보이며 매우 사실적이지만 어미 개와 강아지들의 따뜻한 눈빛으로 가족 간의 행복을 기원하는 듯 보인다.
 

긁는개
화하소구(꽃그늘 아래서 긁는개) 이경윤 비단에 수묵 담채(淡彩). 15.5 × 17.7 cm. 간송미술관 소장.

<그림 2>

이번에는 좀 더 생생한 순간의 찰나를 그린 개 그림을 한번 보자.

위의 예시 그림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대부분의 그림에는 나무 아래 평온이 앉아 있거나 개가 나무 아래 앉아 열심히 긁고 있는 개의 모습이 보인다. 긁는 개의 상징적 의미에 주목해 보자.

개와 나무를 뜻하는 한자는 戌(개 술) 수(나무 樹)이다.

개 술(戌)은 지킬 수(戍)와 글자가 비슷하고 지킬 수(守)와 음이 같고 나무 수(樹)와도 음이 같다, 술->수-수->수나무 밑에 개는 도둑이나 잡귀로부터 집을 잘 지킨다는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또한, 긁는 개는 집안에 복을 긁어 들어온다고 믿었다.

민화에서의 개 그림은 좀 더 단순하고 순진해 보이지만 이것이 민화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김두량의 흑구도
김두량의 흑구도. 종이에 수묵 담채(淡彩). 23.1 × 26.5 cm. 국립박물관 소장.

 
가견도
가견도. 종이에 채색 40.2 x 53cm 경기대학교 소성박물관 소장

<그림 3·4>

어린아이 그림 같아 보이지만 민화는 당대의 주류 회화와는 분명하게 구분되는 그림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도 민화를 그리는 화가들 대부분이 그림의 수요자와 신분이 같은 이름 없는 서민이었고, 전문적인 그림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아마추어들이었다. 이들은 궁궐그림이나 사대부 화가들의 그림 중에서 서민들의 취향과 바램에 맞는 소재를 선택하고, 수요자인 서민들이 용납하고 만족하는 수준에서 자유롭게 그림을 그렸다.
 

귀신잡는개-2018년윤호준작
아 xith 문배도 귀신잡는개 2018년 윤호준작.종이에 채색 30 x 45cm 가회민화박물관 소장.

<그림 5>

자 이제 우리의 멍멍이들의 위대한 힘을 보자!

귀신 잡는 삼목구(三目狗).예시된 그림에서 나오는 이런 모습의 개 이야기는 전생에 사람이었던 자가 개로 환생하여 삼목대왕(三目大王)으로 대우를 받았다는 불교 설화에 나타난다.

고려 시대에 합천(陜川)땅에 이거인(李居仁)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어두컴컴한 고갯마루에서 짐승 한 마리와 마주쳤다. 자세히 보니 누런 털에 검은 줄이 있는 것이 호랑이와 비슷한데 귀와 머리 모양은 개와 같았다.

파랗게 번쩍이는 눈이 세 개나 무서웠으나 집까지 따라오는 그 개에게 거인은 몽둥이를 휘두르며 쫓았지만 꿈쩍도 안 했다. 그 이후로 거인은 그 개의 이름을 삼목구(三目狗)라 짓고 기르기 시작했다. 그 이후에 삼목구는 매우 충실하고 용감했다. 그러던 어느 해 병도 들지 않았는데 밥도 먹지 않고 죽어 버렸다. 거인은 매우 슬퍼하며 관을 짜서 양지 바른 곳에 묻어주고 제문을 지어 그 혼을 달래 주었다. 그 후 3년이 지나 겨울 어느 날 거인도 죽고 말았다.

저승으로 간 거인은 사자가 이끄는 데로 어느 지옥 나라의 대궐에 끌려갔다. 그러데 갑자기 대왕이 아래로 내려와 거인의 손을 잡으며 “주인님 어찌하여 여기에 오셨습니까? 내가 세상에 귀양 갔을 ‹š 3년 동안 주인님 집에서 신세를 졌습니다. 귀양살이가 끝나 이렇게 돌아 왔지만 주인님의 은혜를 잊은 적이 없습니다.

이 대왕이 바도 자기가 기르던 삼목구, 삼목대왕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불교에서는 개를 먹지 않는다고 한다.

개는 눈과 눈 사이가 멀어 넓게 본다고 하는데 어둠에서도 더욱 잘 보이도록 하고 싶은 백성들의 마음이 무의식적으로 눈을 세 개나, 네 개로 그렸던 것 같다.

예상치 못했던 전염병으로 온 세계로 번져 그 몸살로 난리가 났다.

아무렇지도 않게 보냈던 일상이 이렇게 소중한지 이번 일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시절이 수상하여 급하게 글의 주제를 바꾸면서 우리를 지켜주십사 기도하는 마음으로 온화하고 사랑스럽고 귀여운 가견도를 보내 드린다.

민화는 당대의 주류 회화와는 분명하게 구분되는 그림이었다. 무엇보다도 민화를 그리는 화가들 대부분이 그림의 수요자와 신분이 같은 이름 없는 서민이었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민화를 그리는 화가의 계층과 신분은 매우 다양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래도 전문적인 그림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아마추어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궁궐그림이나 사대부 그림 중에서 서민들의 취향과 바람에 맞는 소재를 취사 선택하고, 수요자인 서민들이 용납하고 만족하는 수준에서 자유롭게 그림을 그렸다.

우선 그림 값이 비싸거나 수요자의 요구가 까다롭지 않으므로 굳이 잘 그리려는 욕심을 낼 필요도 없었고, 서민의 미의식은 지배층과는 달리 유학과 같은 이데올로기에 얽매여 있지 않아 형식과 이론 따위를 크게 의식할 필요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좀 서툴고 어리숙하기는 하지만 소박하고 천진난만하며, 더러는 통념을 뛰어넘는 기발하고 파격적인 그림들이 많이 나오게 되었다. 오늘날 민화의 특징으로 흔히 거론되는 익살과 해학, 재치와 파격 같은 요소들이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사단법인 한국현대민화협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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