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되지 않은 교육부의 섣부른 개학은 코로나와의 싸움서 적에게 화약고를 열어주는 것
준비되지 않은 교육부의 섣부른 개학은 코로나와의 싸움서 적에게 화약고를 열어주는 것
  • 승인 2020.03.2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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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대구의사회 총무이사, 경대연합외과 원장
코로나는 80%의 사람들에게는 그냥 독감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노약자,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유럽이나 미국의 현재 상태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내가 감염되었을 때 나 혼자 괜찮다고 괜찮은 것이 아니다. 나의 친구, 나의 친구의 부모님, 할머니가 감염될 수 있다. 그러면 고령의 부모님이나 할머니는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이제까지 우리 대구 시민의 자발적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하여 코로나의 전파력이 많이 약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바이러스 자체의 성질이 변한 것은 아니다. 언제라도 방심한다면 또다시 하루 7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한 2월 29일의 악몽이 되살아날 수 있다.

뉴스에는 서울의 젊은이들이 클럽에서 젊음을 발산하며 북적대는 모습이 나온다. 물론 바이러스 특성상 인구의 70%가 감염되어야 집단 면역이 된다고 생각해서 어차피 독감인데 뭐 어떨까 생각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코로나에 대한 면역이 영구적인지 일시적인지도 모르고 예방접종이 언제 나올지도 모르며 현재의 전파력을 계산해 봤을 때 추정되는 예상값이 약 인구의 70%가 감염되고 나면 집단 면역이 생길 것이라는 가설이지 아직 확실한 것은 하나도 없다.

우리는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전염 속도의 개념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우한과 이탈리아 등이 다른 도시나 나라와 비교하여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의료 시스템이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코로나 전염이 빠르게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대구도 마찬가지로 초기 엄청난 전염 속도였지만 대한민국 국민이 보내준 구호물자를 포함한 도움과 응원, 성숙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사회적 거리 두기, 의료진들의 헌신과 그 외 지역의 여력이 있는 의료 시스템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전파속도를 늦추어 의료 시스템이 버텨내어야 최대한 사망자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의료 시스템의 한계를 초과하는 상황이면 엄청난 사망자가 발생한다. 그래서 속도의 개념이 중요한 것이다. 최대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통하여 감염의 전파속도를 제어하여 의료 시스템이 견딜 수 있는 한계 안에서 환자가 발생하여야 하며 치료제나 백신이 나올 때까지 버티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4월 6일 개학을 강행하겠다는 교육부에 묻고 싶다.

첫째는 학생들과 교사들이 쓸 마스크는 충분히 준비되었는가?

둘째는 학생들과의 거리를 2m 이상 확보할 교실의 공간이 되는가? 공간이 부족하다면 2부제 수업을 할 계획은 있는가?

셋째는 교실의 환기 시스템을 통하여 바이러스 전파를 줄일 방안은 있는가?

넷째는 이미 발생한 대구의 확진 학생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에 대한 대책은 있는가? 특히나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에게 코로나 낙인효과를 짊어지게 할 것인가?

다섯째 산발적으로 코로나 확진이 발생할 학교에 대한 계획은 있는가?

발생 안 하면 다행이고 발생한 학교는 다른 학교와 학사 일정의 차이로 유급해야 하는가?

여섯째 급식시간 감염 위험에 대비하여 마주 보며 식사하는 것을 막을 계획은 있는가?

일곱째 교사들의 코로나 전수 조사 시행계획은 있는가?

이러한 질문에 교육부의 책임 있는 답변을 듣고 싶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방역의 기본적인 봉쇄 없이 세계의 문이 열려있다. 언제든지 전파력이 상상을 초월하는 코로나는 우리의 곁을 노리고 있다. 우리의 일상도 중요하다. 하지만 소수 약자의 생명이 걸린 문제다. 속도만 제어된다면 살릴 수 있는 환자들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게다가 코로나가 대구의 경우보다 더 심하게 빨리 퍼지면 의료 시스템의 붕괴로 코로나 감염이 아니라 일반적인 단순 질환으로도 사망하게 될 수 있다.

지금 조금 조절된다고 끝이 아니다. 개학은 또 하나의 코로나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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