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대구 동구 민심의 향배는
뿔난 대구 동구 민심의 향배는
  • 승인 2020.03.3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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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해남 시인, 전 대구시환경녹지국장
4·15 총선을 목전에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지역구 공천이 마무리 되었다. 민주당은 친문계가 대거 득세했다. 통합당은 춘풍낙엽(春風落葉)이 된 친박계를 밟고 유승민계가 우뚝 섰다. 보수대통합의 명분 아래 유의원의 묘수가 기가 막히게 들어맞은 것이다. 바둑을 두어도 이 정도는 되어야 고수라는 칭호를 받지 않을까?

친박계는 서슬파란 김형오 공관위원장의 ‘자진사퇴’ 카드에 5선의 정갑윤, 4선의 유기준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배신의 정치를 심판하겠다던 동구의 정종섭의원도 봇짐을 싸야했다. 3선의 윤상현, 김재원 의원은 단박에 컷오프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청와대 참모였던 강석훈 경제수석, 정연국 대변인, 천영식 홍보기획비서관, 최상화 춘추관장 역시 줄줄이 나뒹굴어졌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면서 새누리당을 탈당했던 유승민계는 보수통합의 전리품을 한껏 챙겼다. 이혜훈, 하태경, 오신환, 유의동, 지상욱 의원 등은 여유 있게 공천을 낚아챘다. 원외에서도 이준석, 진수희, 구상찬, 강대식, 류성걸, 김희국, 조해진 등 바른미래당 출신이 화려하게 등장했다. 이들이 모두 당선 되고, 기존의 한국당 쪽의 친유승민계를 합하면 너끈히 교섭단체가 될 것이라고 전망을 하는 이가 많다. 어쩌면 유승민계가 통합당 최대계파로 떠오를 지도 모른다.

친유승민계가 파안대소를 할만도 하다. 8석의 의원으로 108석의 거대야당에 들어가 그 어려운 공천권을 무난히 확보하였으니 말이다. 이쯤 되면 1천일 이상 영어의 몸이 되어 추운 독방에 지내면서 꼼짝달싹 못하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이 봐라”하며 고개를 쳐들 만하다. 만신창이가 되어 몸을 가까스로 일으킨 박 전 대통령은 “거대야당을 중심으로 통합해서 선거의 승리를 해 달라”는 절절한 메시지를 남겼다. 이 메시지에 눈시울을 붉힌 이도 많았다. 유의원의 입가에 번져나가는 미소가 하필 이 장면에 오버랩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유의원은 탄핵의 강을 아직 건너지 못했다. 탄핵결과가 탈원전, 소득주도성장, 주52시간제 등 경제정책의 실패로 2%대 성장이라는 경제침체를 가져 왔고, 코로나바이러스 초기방역실패 등으로 민생이 거덜 났다. 어디 이뿐인가. 조국사태와 울산지방선거 청와대 개입의혹과 수사검사의 좌천성 인사, 4+1의 괴물을 통한 연동형비례제, 공수처 신설 등으로 탄핵이전보다 나아진 게 없다는 여론에 길이 막혀서다. 게다가 강물을 건너려면 몸이 가벼워야 하는데 이것저것 주워 담느라 허용 하중을 넘어버린 것도 한 몫 한다.

참으로 믿을 수 없는 것이 정치인의 말이다. 유의원은 보수통합을 하면서 “자신의 국회의원 불출마, 그리고 국회의원 공천을 포함한 어떤 옵션도 요구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 과연 그렇게 되었을까? 구중궁궐 속에 진을 치고 앉은 공관위의 속사정을 민초들이 어찌 알겠냐 마는 유의원은 보수통합대회에 불참이란 강수를 두었다. 그리고 동료의원에게 자신의 휴대폰으로 보낸 “H.O가 점점 이상해져”라는 문자가 언론에 포착되었다. 교묘하게 흘린 것이지마는 이 한 자막으로 천하의 김형오 공관위원장이 백기를 번쩍 들었고, 공천구도가 친유승민계로 바뀐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대구 동구가 야단법석이다. 설날 전에 동구 반야월시장을 돌던 유의원에게 ‘모 상인이 소금을 뿌렸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로 반유승민 정서가 짙은 곳이 동구이다. 그런데 동‘갑’, ‘을’ 두 곳 모두 친유승민계가 독식한 것은 욕심이 너무 지나쳤다. 당장 공천 잡음이 매우 크다. 그도 그럴 것이 황교안 대표가 영입한 바그다드 종군기자 이진숙이 경선이라는 미명하에 친유승민계에 고배를 마셨다.

텃밭을 누빈 전 의원 류성걸후보와 생판 처음 등장한 이진숙 후보 간 주민여론 조사 공천은 빤히 수가 보이는 올가미였다. ‘동구을’은 더했다. 유의원의 직계인 전 강대식구청장과 김재수 전 장관, 김영희 중령의 3파전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뒷전의 수가 너무 교묘하다. 이래놓고 무소속 출마를 하지 말라는 황교안대표의 발언이 공감대를 얻을까? 이것도 모자라 친유승민계가 구의원 공천까지 꿰찼다.

동구주민이 뿔났다. 민심을 잃은 공천으로 진퇴양난에 봉착한 것이다. 경제파탄과 좌파독주로 치닫는 집권여당의 견제를 위해 그래도 통합당인가? 배신의 심판을 위해 무소속을 밀것인가? TK는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는 선무당에 가까운 공관위원들….

나흘 후면 한식날이다. ‘할고봉군(주군을 위해 허벅지 살을 도려내 받들다)’한 춘추전국시대 진나라 충신 ‘개자추’와 박 전 대통령의 뻔질난 동구 유세로 당선된 유의원이 클로즈업 된다.

4·15총선, 뿔난 동구 민심의 향배는 과연 어디로 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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