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일상이지만, 누군가에겐 소원 같은 삶
내겐 일상이지만, 누군가에겐 소원 같은 삶
  • 승인 2020.04.01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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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 심리연구소 소장
요즘 산에 오르는 일이 잦아졌다. 원래 개인적으로 산을 좋아하는 이유도 있지만 이번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강의, 모임 등 모든 것이 올 스톱이 되다 보니 시간적 여유가 많아져서 산에 오를 일이 더 많아졌다.

한 동안은 마을 뒷산을 자주 올랐다. 어릴 때부터 동무들과 늘 다니던 길이라 추억을 벗 삼아 함께 걸으니 지겹지 않아서 좋고, 또한 마을 뒷산이라 사람도 없어, 조용해서 좋다. 보통은 한 시간에서 두 시간 정도 산길을 걷는다. 거리로는 4Km 즉, 10리 정도 걷는 편이다. 평지에서 10리 길을 걷는 것과 산길 10리 길은 운동의 강도가 다르다. 개인적으로 나는 평지보다 산길을 더 좋아한다. 산길은 평지보다 볼거리가 많아 지겹지가 않아서 좋다. 또한 모두 흙길이라 흙을 밟을 수 있어서 그것 또한 좋다. 운동량도 평지보다 훨씬 많아서 산길 걷는 것이 즐겁다. 내가 살고 있는 집, 코앞이 바로 산이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산길을 걸을 수 있다. 이 점이 바로 내가 고향에 살고 있으면서 누리는 가장 큰 혜택이라 말할 수 있겠다. 그래서 나는 늘 이런 자연의 혜택을 누리고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하며 살고 있다.

좁다란 오솔길, 오르막 내리막 산길을 걷다 보면 여러 생각들이 많이 차오른다. 그럴 때 나는 그 생각을 놓치지 않고 대화를 해보는 편이다. 그러면 제법 재미가 쏠쏠하다. 그런다고 비 맞은 뭐처럼 혼자 중얼중얼 거린다는 소리는 아니다.

혼자 산에 오르면서 느끼는 많은 생각들 중에 하나는 나의 이런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소원 같은 삶이기도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다. 내겐 그냥 평범한 것일지라도 누군가에겐 정말 꿈같은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면서 그냥 걷는 것이 아니라 감사하며 걷기로 했다. 두 다리로 걷는다는 것이 나에게는 흔히 있는 일상적인 행위일지 모르나, 누군가에게는 정말 꿈만 같은 일일 수도 있을 것이다. 다리가 불편한 사람이거나 지금 병상에 누워 계신 분들에게 “당신의 소원이 무엇입니까?” 물었을 때 그들에게서 들을 수 있는 대답은 단연“두 다리로 맘껏 걸어 보는 것입니다”라는 대답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걸으면서 감사를 배운다. 아직은 튼튼한 두 다리로 이렇게 걸을 수 있고, 산에 오를 수 있음이 너무 감사하다는 것을 나는 고백하게 된다. 나에게 걷는 일은 단순히 걷는 것을 넘어, 내가 살아있음을 온전히 느끼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걷는다는 것을 걸을 수 있음에 대한 하나의 감사거리로 끝내지 않고 더 의미를 담아 본다. 걸을 수 없는 그 누군가를 대신해서 그들의 몫까지 함께 걷고 있다고 생각해보면 걷는 일이 더 의미 있는 일로 다가온다.

또한 걷는 일은 온전히 나를 위한 행위이기도 하다. 훗날 돌아볼 추억을 쌓기 위해서다. 언제 인지 모르나 내가 더 이상 걸을 수 없는 때가 올 것이다. 그때에 지금의 이 시간을 추억하게 될 날이 올 것이다. 그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날이 먼 훗날이었으면 좋겠지만 가까운 어느 날이 될 수도 있으니 빨리 건강할 때 추억을 더 쌓아야 한다. 그래서 지금 걷는 이런 평범한 일상이 내게는 너무 값진 순간들이다. 되도록 더 많은 추억을 간직하고 싶다. 사람은 나이가 들게 되면 추억을 먹고 산다고 했다. 나도 마찬가지로 나이가 조금씩 차다 보니 지나온 추억을 더 곱씹는 날이 많아졌다. 앞으로 곱씹을 아름다운 추억을 더 많이 만들고 싶다. 그래서 걸을 수 있을 때 더 걸을 것이다. 이 길도 걷고, 저 길도 걸어 볼 것이다. 혼자서도 걷고, 함께도 걸어 볼 것이다.

두 눈으로 하늘을 보고, 세상을 보는 것이 흔히 있는 일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아름다운 새소리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것.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 노래할 수 있는 것. 이 모든 것이 모두 특별한 순간들이다. 내게는 특별한 일이 아닌 일상적인 일일지 모르나 그 누군가에겐 소원 같은 삶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그래서 다짐한다. 오늘 이 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기로, 알차게 시간을 보내며 곱절 인생을 살아 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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