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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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4.05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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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2월에 내린 눈이 녹아서 흘러내리는 언덕

손 시린 물에 잎을 풀어 헤쳐

머리를 감고 오는 제비꽃

꽃나무들이 언덕을 둥글게 말아서

꼿꼿하게 봄으로 가는 잔가지

탱자나무 푸르게 뻗쳐오르는 울타리에

온몸을 부딪쳐 소리치는 바람

너는 가늘고 하얀 목덜미와 이마를 푸른 띠로 두르고

눈 등은 퉁퉁 부었다

너의 등을 떠밀어 보낸 한 때의 꽃들은

지금 또다시

새 철을 맞이한다

사막처럼 불신 하던 캄캄한 밤에

영혼 없이 피고 먼 우주에 별처럼 지는

잔가지에 막 피어난 꽃들이 일제히 불을 켜

꽃등이 눈앞에 놓일 때

나는 너의 죄를 바라볼 수 없었지

◇홍성은= 1963년 강원 태백 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 전공, 대구,경북지역대학 반월문학상 대상 수상(10)

<해설>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는 사물의 본성과 그에 따른 자생적 질서이다. 실존의 모습과 투명한 존재의식은 맑음의 철저한 자각 속에서만 조각된다. 생명과 생활은 움직이는 것이라, 현재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고 삶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 아름다움이 어느 곳에나 존재하나 깨어있음의 순수한 의식 속으로가 아니면 그 아름다움이 온전히 드러나지 않는다. 진리 또한 우리 가까이 어느 곳에나 편재해 있지만 실상 우리는 그것을 보지 못하고 대부분 지나쳐버리고 만다. 그리고 그들을 만나고 나면 그것들은 이미 알고 있는 씨앗과 같은 작은 것들임을 느끼게 된다. 다만 되새기지 않고 기억하지 않으며 어쩌면 알고도 외면해온 것들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기도 한다. 지혜라는 벗을 사귀려면 ‘나’ 라고 하는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 맑고 고운 것은 안락하고 감미로운 곳에선 자라날 수가 없다. 운명은 우리에게 그 씨앗과 토양을 제공할 뿐이다. 피어나기 아주 오래 전부터 마음을 설레게 했던 봄날의 꽃. 피기만 해도 마음이 설레고, 바라보니까 설레고, 꽃 지니까 더 설레는 것이 꽃이고 청춘이다. 청춘은, 꽃은, 아름다움과 진리가 피어나는 설레임이다.

-성군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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