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건강하게 해야 사람도 건강해진다
식물을 건강하게 해야 사람도 건강해진다
  • 채영택
  • 승인 2020.04.05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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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숲 그리고 자연이야기 - (21) 식물의 면역력과 인간의 건강
병든 식물, 인간에게도 악영향
식재토양에 과도한 질소성분
식물의 자가면역력 떨어뜨려
“질산태 질소가 암 유발” 지적도
튼튼한 식물 키우려면
식물도 감정 등 지각 있어
좋아하는 환경 조성하는게
식물 면역력 높이는 핵심
산을오르는것
봄기운과 함께 하는 산행은 사람의 면역력 강화에 최고의 운동이다.

나무의 눈이 터져 소리가 날 것 같은 봄의 문턱이다. 시인 문근영은 ‘씨앗 하나’에서 봄을 이렇게 노래한다.

「꼼틀 꼼틀 태기가 있었나보다 / 햇빛의 담금질로 해산할 모양이다 / 어둠을 꼬박 지새운 길에서 / 산통 때문에 몸을 이리저리 가누고 있다 / 은하수 같은 꿈을 왈칵왈칵 쏟아 놓고 / 꽃밭인 듯 가슴 졸인 머리를 빠끔히 내민다 / 해산의 꿈들이 어둠을 헤쳐나와 / 줄줄이 날개를 펴고 비상하는 탄생 / 꽃잎 하나 살며시 열고 햇살이 내려와 앉는다 / 가슴으로 빨려들 듯 봄이 반짝인다.」

자손을 퍼트리기 위한 식물의 화려한 단장이 막 시작되었다. 자연상태의 식물은 자신의 2세를 바람 물 등 자연의 힘을 빌어 가장 적절한 토양환경에 안착하여 싹을 틔울수 있도록 씨앗을 운반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진화시켜 왔다. 물론 인간의 손에 의해 탄생지가 결정되는 경우도 많지만 식물은 싹이 트면 그때부터 자연 환경의 영향을 받는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다. 어린 싹을 좋아하는 동물의 먹이가 되기도 하고 뜻하지 않는 기후환경의 변화로 싹이 죽기도 한다.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은 인간의 간섭과 욕심이다.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저질러지는 각종 자연파괴와 오염물질의 배출은 식물의 운명을 좌우하는 가장 가혹한 행위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성숙해질 때까지 식물은 수많은 병과 해충 등에 시달리기도 한다. 한 해의 삶을 사는 일년생 식물의 경우는 더욱 치열한 생을 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봄에 싹이 트면 곧이어 키가 큰 다년생 식물의 간섭으로부터 희생되지 않기 위해 씨앗을 맺어 곧바로 퍼트린다.

씨앗은 다년생 식물이 동계(冬季) 휴면(休眠)에 들어갈 때까지는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리고 이듬해 봄을 기다렸다가 속히 싹을 틔우는 것이다. 즉 다년생 식물의 생장기를 피해 자신의 2세를 퍼트리는 틈새 전략으로 진화해 온 것이다. 또 식물은 자라면서 다양한 경로와 원인에 의해 병이 발생되는데 병이 발생되기 위해서는 병원체와 숙주(宿主) 그리고 병의 발생을 일으키는 적합한 환경조건이 서로 갖추어졌을 경우에 병은 발생된다. 그 중 하나라도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병은 발생되지 않는다.

발병의 주 원인인 병원체는 바람이나 물, 곤충, 이슬, 안개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운반되는데 이를 병원체의 전반(傳搬, transmision)이라 한다. 그리고 숙주에 도달해서 침입을 하게 된다. 바이러스는 사람의 경우 주로 호흡기를 통해 내부로 침입하는데 비해 식물은 상처 조직을 통해 침입을 한다. 특정 바이러스는 매개충이나 접목에 의해 전염되기도 한다. 바이러스, 세균, 곰팡이가 침입을 하더라도 바로 발병되지 않고 감염이 되는데 감염(感染, infection)은 병원체가 침입하여 정착후 증식에 필요한 물질을 숙주로부터 얻는 관계가 성립되었음을 말한다.

초기의 병징(病徵)은 식물조직의 대사나 세포조직의 생장에 이상이 발생되면 발병(發病, disease dvelopment)되었다고 말한다. 병원체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병을 일으키는 것이다. 물론 면역력이 강한 식물은 감염되었더라도 발병 되지는 않는다. 곰팡이(眞菌, fungi)나 세균(bacteria)의 경우는 조직의 일부분만 병이 발생되는 것이 특징이나 바이러스의 경우는 전신감염이 되어 개체 전체가 죽거나 고사한다. 그렇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걸린 식물개체는 항생제로 처방하기도 하지만 전신감염이기 때문에 주로 제거하는 방법으로 처리한다.

병해에 강한 건전한 식물체를 섭취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그것은 바로 식물의 입장에서 그 식물이 좋아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된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인구증가와 재배기술의 발달로 토양으로부터 최대한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식재토양에 질소성분을 과도하게 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낙엽이나 식물 잔재물로부터 발효된 탄소성분의 영양분이 아니라 축분(畜糞), 계분(鷄糞), 돈분(豚糞)에 곡물 부산물로 섞어 발효시켜 만든 동물성 질소성분과 액체질소비료 성분이 과도하게 많다는 것이다.

김성훈 전 농림부장관은 한 강연에서 이러한 사실에 대해 매우 우려를 나타내며 식물속에 들어있는 질산태 질소는 몸속에서 아질산염으로 바뀌면서 혈액의 운반속도를 늦추어 몸속의 산소 결핍증을 일으키고 암 발생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이러한 토양에서 자란 식물은 자가면역력이 거의 없다.

산약초가 좋은 이유는 자연에서 오로지 스스로 생존을 위해 깊이 뿌리를 내려 땅속의 청정한 에너지가 뿌리 속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재배하면 약성과 영양분은 감소하게 마련이다. 자연친화적인 토양에서 자란 건강한 식물을 먹어야하는 이유다.

정영만 교수는 자신의 스승이었던 스톨로 박사의 말을 인용해 “모든 식물은 뿌리로부터 살고 뿌리로부터 죽는다”라는 말을 한다. 튼튼하고 건강한 뿌리는 사이토카이닌(cytokinin)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여 물과 많은 영양소를 흡수하지만 그렇지 못한 뿌리, 즉 화학비료 등을 많이 준 토양은 뿌리에 필요한 좋은 미생물을 모두 죽임으로써 병해충을 불러들여 불량한 뿌리가 된다.

결국 인간의 손에 의해 재배된 식물은 병저항성이 훨씬 줄어들며 식물의 입장에서 그들이 필요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 이유다. 그 속에서 자란 식물을 섭취했을 때 인간의 육체는 건강해질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대량생산과 속성재배라는 비합리적 신념에서 시작된 우리의 잘못된 생각을 전환하는데서부터 시작된다.

도시속의 농장인 식물공장을 예로 들면 인구증가에 따른 토지의 부족 등 불가항력적인 요소에 의한 선택일지라도 햇빛을 보고 자란 식물을 먹을 것인가 아니면 식물공장의 인공조명으로 키운 식물을 먹을 것인가는 결국 우리의 몫이지만 우리 몸속에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노화의 주범으로 알려진 활성산소를 없애는 강력한 항산화 효소인 파이토케미칼(phytochemical)은 햇빛에 의해 합성되어진다는 점은 반드시 유념할 필요가 있다.

토양재배에 있어서도 단일작(單一作)과 연작(連作)으로 인한 병해충 피해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다양한 공간에 다양하게 구성된 식물은 신호물질의 분비와 뿌리를 통한 소통 방법으로 위험요소를 미리 감지해 저항력을 스스로 키우고 대비하는 능력이 더욱 커지는 것이다. 이는 산림식생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렇게 식물이 자극에 스스로 반응한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미국의 거짓말탐지기 전문가였던 벡스터가 식물에 위해(危害)를 가할 때 식물이 감정을 느끼게 된다는 실험은 유명하다. 벡스터는 식물이 지각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이것을 ‘벡스터 효과’라고 한다. 살아있는 생명체를 그들이 좋아하는 환경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식물의 면역력을 높이는 핵심이다.

식물의 면역력은 사람의 면역력과도 직결된다. 요즘 전세계적으로 창궐하는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가 엄청난 기세로 번지고 있다. 지속적인 자연 파괴의 결과 인류의 업(業, karma:카르마)이라고도 할 이 바이러스는 유전정보인 RNA가 외가닥으로 돌연변이를 쉽게 일으켜 발병력이 폭발적으로 증대된다고 한다.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의 발생은 과거부터 있어왔지만 이제 인류는 이러한 새로운 변형 바이러스의 침입을 언제든지 받을 수 있는 환경으로 변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인간이 자연을 함부로 대한 오만과 무지에서 기인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사정이야 어떻든 앞으로 바이러스의 창궐이 일상화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자연과 공존하면서 살아가야 하고 식생활의 재료와 패턴은 어떻게 확인하고 결정해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병들고 유해한 반생태적인 환경에서 자란 식물을 먹으면 인간도 병들고 나약해질 수밖에 없듯이 생태적인 환경에서 자란 식물을 섭취할 경우는 당연히 인간도 건강해질 것이다.

신종바이러스가 언제까지 창궐할 것인지 힘겨운 시간이지만 지금의 우리로서는 스스로 면역력을 키우고 질병관리 당국의 대책을 철저히 따르는 것이 최선이다. 예기치 못하게 찾아온 고난의 시간은 자연이 주는 근본을 잊지 않고 자연과 함께 했을 때 극복의 시간은 더 짧아질 것이다. 식물도 다양하게 함께 공존할 때 더욱 면역력이 커지듯 우리도 자연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움직일 수는 없지만 능동적으로 위험을 극복해가는 식물의 놀라운 힘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소중한 시간이길 바래본다.

 

 

임종택(나무치료사·대구한의대 환경조경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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