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상비약 둔갑 구충제·말라리아약…온라인 거래 기승
감염 상비약 둔갑 구충제·말라리아약…온라인 거래 기승
  • 김수정
  • 승인 2020.04.0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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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의사가 권장하는 치료제”
문구 앞세워 관련 약품 홍보
동물 대상 제품도 상당수 판매
보건당국 “안전성 입증 안 돼”
일부 약품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소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아직 임상실험을 거치지 못한 제품들이 이른바 ‘코로나 치료제’로 유통되고 있다. 보건당국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며 약품 사용을 경고하고 나섰지만, 관련 온라인상 거래 등은 기승을 부리고 있어 실질적인 조치가 시급해 보인다.

주부 이모(여·52·대구 달서구)씨는 지난주 거주지 인근 약국을 통해 구충제 2통을 구입해뒀다. 이씨는 “공적 마스크를 구매하러 간 약국에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구충제를 함께 구매하게 됐다”면서 “구충제가 코로나19에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만약 가족이 몸이 아프면 소량 섭취하게 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증되지 않은 약품인 것을 알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아주 아픈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말라리아 치료제, 구충제 등이 코로나19 치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등이 발표되면서 관련 약품을 구매하려는 사람은 증가하는 추세다. 온라인상에서 해당 약품을 마치 ‘코로나 치료제’처럼 둔갑시켜 판매하는 개인 간 거래도 성행하고 있다.

7일 오전 온라인 서핑을 통해 ‘코로나19 치료제’의 명목으로 구충제를 판매하는 A씨를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3분. A씨는 SNS 채팅을 통해 “해당 구충제가 최근 인기가 많아 (주문이 밀려) 다음 주에나 발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날 한 온라인 포털사이트에 ‘코로나 치료제’ 등의 문구를 검색하자, 용도가 상이한 여러 약품 판매글이 속속 노출됐다.

한 판매자는 ‘구충제 VS 코로나19’라는 문구를 앞세워 관련 약품을 판매했고, 다른 판매자는 “현재 국내에서 의사들이 권장하는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제”라며 말라리아 치료제를 홍보하기도 했다. 판매 제품 중에는 본래 용도가 사람이 아닌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약품도 상당수였다.

문제는 아직 국내에 허가된 코로나19 치료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보건당국은 관련 약품들이 감염증 치료제로써의 안전성은 전혀 검증되지 않았다며 우려를 표했다.

대한약사회 측은 “이버멕틴 등의 약품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억제시킨다는 해외 연구는 있지만, 인체 내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 수가 없다”며 “약의 사용 용도를 제대로 알리지 않고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아 약사들 입장에서는 약물 오용을 알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에 전국 회원 약국에 관련 주의 사항을 당부한 상태”라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이와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식약처 관계자는 “관련 약품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 지정된 판매처 이외에서 구입한 구충제 등을 섭취할 시 부작용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면서 “온라인 불법 약품 유통 현장을 발견하면 즉시 식약처 홈페이지 신고센터를 통해 알려 달라”고 당부했다.

김수정기자 ksj1004@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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