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독’ 수행자가 그린 전세계 순례길
‘여행 중독’ 수행자가 그린 전세계 순례길
  • 황인옥
  • 승인 2020.04.09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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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한 송이 꽃이라네]
평생동안 130여개국 누빈 스님
500쪽에 그림일기 500편 담아
투박하되 순수한 느낌 ‘물씬’
“시방세계 곳곳이 꽃밭이더라”
다시-진광스님-책
1998년부터 해마다 해제철이면 배낭여행을 떠났고, 순례길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그림으로 그리고 글로 정리했다. 늘 일탈과 파격을 꿈꾸고 불가능한 꿈을 꾸면서 그것을 실현시키며 살아가고자 했던 진광 스님의 삶의 화두가 그렇게 한 편 한 편 글과 그림으로 채워져갔고, 순례지에서 만난 깨달음의 순간을 펜 끝에 담아낸 그의 그림일기 500여편이 ‘세계는 한 송이 꽃이라네’라는 책으로 출간됐다.

진광스님은 1993년에 충남예산의 덕숭산 수덕사로 입산해 법장(法長)스님을 은사로 출가하고 20여년간 수행했다. 자유로운 영혼의 여행자이를 꿈꾸었던 스님은 여행을 수행의 또 다른 방편으로 삼았고 해제철이 다가오면 세계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2010년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 사무국장으로 임명되기 전까지 130여개국을 두루 다녔으니 여행은 스님에게 또 하나의 세계였음으로 추측된다.

그러다 2012년에 경주남산부적답사를 시작으로 2013년부터 해외순례를 본격적으로 기획하고 진행해 7년간 2,300여명 스님들의 순례길 동참을 이끌었다. 글과 그림을 작정하고 배워본 적이 없는 스림이 순례지에서의 감상을 글과 그림으로 남기게 된 계기는 여행 중에 만난 한국인 남녀였다. 그들이 여행 중에 만난 사람과 자연을 스케치한 것을 보고 스님도 불현 듯 그림을 그리고 싶은 열망을 불태우게 되었다.

책 출간을 이끈 결정적인 계기는 김영희 PD가 쓴 ‘헉! 아프리카’라는 책을 접한 후다. 너무나 창의적이고 간결한 그림과 글에 매료되어 스님 역시도 순례 중에 틈틈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자신만의 서화집을 만들게 되었다. 스님은 이 책에 대해 “그동안 국내외 순계를 갈 적마다 새롭게 보고, 듣고, 경험하며 느낀 것들을 벼 이삭을 줍는 마음으로 한데 모았다”며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스님의 발길은 세계 어디든 걸림이 없었다. 인도, 중국, 티베트, 일본, 아프리카, 바이칼호수, 태국, 부탄, 미국, 이집트, 요르단, 이스라엘 등 스님에게는 시방세계 곳곳이 모두 꽃밭이요, 하나의 큰 꽃이었다. 그 꽃밭에서 스님은 촌철살인의 짤막한 글과 투박하지만 담박한 그림 속에서 한 순간도 소홀히 하지 않는 구도자의 시선을 오롯이 담아냈다.

하나의 장소는 한 페이지의 감상문으로 기록되었다. 여행지 소개와 스님이 그곳을 방문했을 때의 상황이나 감상을 글로 쓰고 그림으로 그렸다. 페이지마다 그림이 반이고 글이 반이니 그야말로 부담없이 보고 읽힌다.

이 책의 매력은 그림과 글 쓰기를 전문적으로 배운적이 없는 까닭에 애써 잘 쓰고 잘 그리려 한 흔적이 없는 투박함에 있다. 그림이나 글에서 어린아이 같은 편안함과 순수함이 넘실댄다. 외향보다 내면에 충실함으로써 획득한 이 편안함과 천진스러운 순수함은 매끈하고 미끈한 글과 그림들이 이끌 수 없는 경지로 이끈다. 그의 순수한 마음이 독자에게 옮겨져 굳게 걸어두었던 마음을 창을 스르르 열어젖히게 된다.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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