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미래, 누가 이끌 것인가?
대구의 미래, 누가 이끌 것인가?
  • 승인 2020.04.14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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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광
대경소비자연맹 정책실장
경제학박사
'태양이 높이 솟는 정오'라는 뜻을 가진 영화 <하이 눈 High Noon>은 책임감과 두려움 사이를 왔다갔다 고민하는 프레드 진네만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전통 서부극이다. 해들리빌의 보안관 윌 케인(게리 쿠퍼)은 에이미 파울러(그레이스 케리)와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생활을 위해 마을을 떠나려고 한다. 그런데 5년 전에 자신이 체포하여 교도소로 보낸 살인범 프랭크 밀러라는 악당이 출소해 부하들과 함께 복수하러 마을로 온다는 소식에 온 마을이 공포에 휩싸인다. 케인은 자신을 도와 악당과 싸울 사람들을 모집하지만 케인을 걱정하는 사람들까지 그가 패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떠나라고 할 뿐이다.

기차안 탁자 위에서 미세하게 흔들리는 찻잔이 긴장감을 높여 주고, 결전을 앞두고 유서를 작성하는 케인의 얼굴 표정에는 공포가 서려 있다. 케인이 땅에 땀을 터는 동작, 결투를 위해 아무도 없는 거리를 걸어가는 뒷모습을 통해 나약한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전통 서부영화가 강조하는 두려움이 없고 카리스마 넘치는 주인공의 모습과 전혀 다르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보안관이 자신의 뱃지를 바닥에 떨어뜨리며 돌아서는 장면을 통해 정의와 책임의 부재로 인한 그 쓸쓸함을 절절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 영화는 쏘고 죽이고 악당을 처단하는 화려한 액션이나 눈요깃거리 등과는 철저히 거리가 먼 서부영화이지만, 주인공 케인의 심리상태를 중심으로 실종일관 높은 긴장감을 유지해 준다. 영화상에 악인으로 비춰지는 네 명의 총잡이보다 자기가 사는 마을이 위험에 처해 있는데도 방관자적 자세를 취하고 있는 마을 사람들이 더 이기적이고 악하게 느껴진다. 마을 사람들의 외면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밀러 일당들과 맞서는 케인은 단순히 영웅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안관으로서 그리고 마을의 한 주민으로서 마을을 지키려 자기의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서다.

<하이 눈>은 부조리한 상황들을 통한 인간의 두려움과 이기심에 대해 조용히 이야기 하는 그런 영화이며, 이를 통해 공동체가 분해되면서 인간관계가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우리 지역의 당면한 모습과 비슷한 면이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공동체를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춘 리더십에 맡기면 지역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그 과실을 따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지역 출신 대통령이 배출되었지만 오히려 수도권에 비해 경제적 격차가 커지는 이유는 뭘까? 우리 지역이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 부족과 그 해결 방법을 정치권에 의존한 결과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 후 대기업을 먼저 성장시켜 주면 그 혜택이 중소기업과 저소득층, 서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낙수효과를 기대했고,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의 빠른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 등 소득주도성장정책을 통해 분수효과를 기대했지만 그 혜택은 지역 사회에 돌아오지 않았다. 그 이유는 중앙정부가 경제정책을 수립할 때 중소기업과 자영업의 비중이 높은 지역의 산업생태계와 상관없이 공모과정을 통해 줄세우기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결과를 반영한 것이 제21대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 경선과정이다. 그동안 중앙에서 지명하면 당선된다는 경험이 이번에는 어긋났다. 반면 순수한 지역출신 인재들이 크게 약진했다. 이처럼 지역 출신 인사들이 경선에서 약진한 이유는 지역 주민들의 여론을 무시한 중앙의 시각에 대한 반발도 있지만, 중앙정부가 결정한 정책이 지역의 산업생태계를 반영하지 못했고, 그로 인한 혜택은 고사하고 오히려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대구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 사회, 낡은 산업구조, 혁신 인재의 부족 등으로 이미 진행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파고에 휘청거리고 있다. 특히, 경제활동 인구의 핵심 집단인 청년층의 유출 문제는 해당 지역사회의 발전에 심각한 장애요인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지역현안을 아직도 마초적인 리더십을 가진 인물이 국회로 진출하면 한번에 해결될 것이라고 긴목을 뽑아 고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역의 문제는 지역의 다양한 주체들이 자발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마을에 나타난 악당이 삶의 터전인 마을을 공포 분위기로 몰아감에도 불구하고 두려운 나머지 케인의 개인 문제로 국한하여 방관하는 마을 사람들 처럼 행동하지는 않았는지 자문할 필요성이있다. 새로운 흐름은 중앙이, 정치인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보다는 지역 주민이, 지역 대학이, 그리고 지자치가 주역이 되어야 한다. 마초적인 리더십에 대한 동경은 자신의 두려운 마음을 숨기기 위함이요 또한 호리병에 가둔 독재를 불러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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