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걷기의 매력
혼자 걷기의 매력
  • 승인 2020.04.15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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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 심리연구소 소장

인간은 두발로 직립 보행을 한다. 그래서 걷는다는 것은 인간에게 있어서 너무나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어느 의사가 말했다. 인간이 걷지 않음으로써 얻게 된 현대병이 많다고. 맞는 말인 것 같다. 인간은 걸어야 한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행동이기 때문이다.
 

무엇이든지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좋은 것 같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이 자연스럽고, 꽃은 때가 되면 피고, 때가 되면 지는 것이 자연스럽다. 젊었을 땐 많은 경험을 하고, 나이 들어서는 추억 하며 사는 것이 자연스럽다. 굳이 배우지 않아도 우리는 자연스러움이 좋다는 것을 안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는 달리 두 발로 걷는다. 그래서 두 발로 걷는 것이 자연스러움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인간이 걸어 다니는 자연스러움을 거부하고 말을 타기 시작했다. 사람이 해야 할 행동을 동물이 대신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스개 이야기로 살이 많이 찐 어느 여성분이 다이어트를 하려고 말을 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은 살이 빠지지 않고 말이 대신 살이 빠지더라는 슬프면서도 웃긴 이야기처럼 말이다.
 

그 후 사람들의 이동 수단은 혼자서 타던 말에서 여러 명이 함께 타는 마차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제는 기계의 힘을 빌려 인간은 이동을 하기 시작했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자가용을 소유하고 있다. 그래서 걷는 것이 더더욱 줄어들었다. 차를 타면서부터 인간은 걷는 것을 불편해하기 시작했다. 걷는 것이 이제는 자연스러운 행동이 아니라 불편함이 되어 버린 것이다. 다시 우리는 두발로 걸어야 한다. 너른 들판도 걸어야 하고, 오르막 내리막 산길도 걸어야 한다. 그러면서 다시 몸과 마음의 건강을 회복해야 한다.
 

최근 들어 걷기가 운동이 되었다. 이전에는 몰랐던 걷기의 좋은 점을 현대인들은 많은 현대병을 앓고 난 후 다시 알게 되었다. 강변에도 많은 사람들이 걷기를 하고, 학교 운동장에도 많은 사람들이 걷는 운동을 하고 있다. 지자체와 기관에서도 걷기를 행사로 만들어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요즘이다. 제주도의 올레 길, 동해안의 해파랑 길, 지리산의 둘레길 등 많은 사람들이 걷기를 다시 시작하고 있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역시 많은 한국인이 걷고 있는 중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산과 들을 걷고 있다. 좋은 현상이라 생각한다.
걷는 것만큼 인간에게 좋은 운동은 없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값비싼 건강식품보다 더 좋고, 유명한 강사의 강의보다 더 정신건강에 좋다. 몸에도 무리가 가지 않기에 나는 걷는 걸 좋아하고 자주 걷는다. 특히 아내와 밤길을 걸으며 많은 대화를 나누는 편이다. 하루 동안의 이야기며, 우리의 고민 같은 것을 함께 나눈다. 그렇게 들판 길을 걷다 보면 고민하고 걱정했던 일들이 어느 순간 정리가 되어 있는 경우가 자주 있다. 그래서 아내랑 자주 걷는 편이다. 그리고 요즘은 혼자서 걷는 재미에도 빠져 있다. 함께 가는 것도 좋지만 혼자 오르게 되면 또 다른 매력이 있어서다.

혼자 걷는 길, 그 매력에 대해서 몇 가지 얘기 해보자.

첫째, 혼자 걷는 길은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어느 누구에게 방해 받을 필요가 없다. 에너지가 순수하게 나에게 집중된다. 내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온전히 들을 수 있고, 내 사고의 흐름을 방해하는 자극이 적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생각을 그대로 둘 수 있어서 좋다. 함께 걸을 때 느낄 수 없었던 자유로움이 있다.

둘째, 나의 속도로 걸을 수 있어서 좋다. 빨라서 숨이 차지도 않고, 느려서 답답하지도 않다. 그냥 나의 속도에 맞춰서 걸으면 된다. 아무래도 함께 걷다 보면 옆 사람의 속도에 맞춰서 걸어야 한다. 아무리 '쿵 짝'이 잘 맞는 사람이라도 모두 자신만의 속도가 있기 마련이다.

셋째,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맘껏 갈 수 있다. 걷다 보면 목적지를 향해서 앞으로만 나갈 수는 없다.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때론 작은 들풀에도 마음이 뺏기고, 때론 옆길에 마음이 뺏길 때가 있다. 그럴 때 혼자 걸으면 좋묶어 놓은 마음을 목줄 풀어주듯, 맘껏 뛰어놀게 할 수 있다. 그래서 혼자 걷는 길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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