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국회의원 유감
지역구 국회의원 유감
  • 승인 2020.04.15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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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젠더와 자치분권 연구소장
지역구 국회의원은 진정 자신이 출마한 지역에 관심 있을까.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대구시의 행정에 대해 불만을 가졌던 장삼이사들이 흥분하며 비판했던 점은 ‘우리 시장님’이 대구에 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어디에 산다는 의미는 ‘가족과 함께 주거하는 집이 어디에 있느냐’하는 것이기에 지역에 사느냐 아니냐의 문제는 ‘정서적 지역대표성’ 차원에서 중요하다.

대구 지역 국회의원들은 대부분 서울에 산다. 대구는 가끔씩 내려온다. 대구에 살면서 지역민으로서 지역 국회의원을 만날 일은 거의 없다. 지방은 중앙에 사는 사람들이 대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이, 그들 중심의 법과 정책을 만들고 있는데도 지방에서는 여전히 그들에게 기대하고 있다. 서울의 집값, 서울의 일기예보에 더 관심 있는 정치인이 지역발전을 위해 일하겠다고 외치는데 “잘하고 계시네요” 박수치고 있으니 말이다.

지역을 인구수로 나누어 대표를 뽑는 현재의 방식은 당선자가 정서적으로 지역대표성을 가지지 못하는 문제만 아니라 표의 등가성에도 문제가 있다. 선거구 인구 상하한선은 13만 9천 명에서 27만 8천 명으로 선거구에 따라 주민 수가 2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재의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인구수를 기준한다지만 실제 정확한 인구 동등의 원칙도 아니다. 인구 수로 선거구를 획정하다 보니 강원도는 49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서울보다 최대 11배가 넘는 면적에 단 1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지역도 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강원도, 순천에서 지역구 획정의 문제가 노출되면서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국회의원 선거에서의 지역공동체에 대한 정치적 인식을 되짚어 보게 되었다. 선거구를 위한 지역 쪼개기와 꿰맞추기 등에 대한 비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정치인의 문제이지 지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일인가 싶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국회의원이 진정 지역을 위한 정치를 한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지역선거구에 기반한 정치인은 지역에 살고 있는, 지역을 잘 아는 인물이어야 한다. 인재영입은 장기적으로 볼 때 지역사회에 득이 되기보다 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역을 기반으로 중앙에서 활동하다 때가 되면 지역을 헌신짝처럼 차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국회의원은 입법기관의 구성원으로서 나라의 일을 논하기에, 국민의 대표자 성격이므로 지역에 거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지역의 이익보다 국가의 이익을 논하는 위치에 있는 국회의원이 지역 이익만을 위해 일하는 것은 맞지않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대구를 비롯한 지방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이해관계가 얽힌 일에 어떤 목소리를 내 왔던가. 지방의 이익만 아니라 국가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서도 지방의 이익을 대변할 정치인이 필요하지 않은가?

문재인 대통령이 아무리 자치분권, 개헌을 약속해도 국회에서 꿈쩍하지 않는 이유가 국익보다 정치 집단을 구성하는 개인의 이익에 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있는가.

국회의원 300명 중에서 지역구 국회의원 의석수 253석, 그 중 121석이 수도권 의석이다. 각종 법률이 수도권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제도도 수도권 중심으로 운영될 수 밖에 없는 인적 구조다. 수도권은 인구가 늘어나니 더더욱 그렇다.

선거를 마치고 이제는 지역을 대표하는 의원을 뽑아 지역을 살리는 방법을 원점에서 고민하는 일이 필요하다. 현재의 제도로는 지역민의 주권을 살리기 힘들다면 새로운 제도도 생각해보자.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을 따로 뽑는 방법이 없지 않다. 17개 광역자치단체에서 같은 수의 의원을 뽑아 수도권 중심의 국가운영을 견제하고 지역의 이익을 대변하는, 지역 정치인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이는 인구가 적은 지역의 과소대표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이미 4·19 이후 민의원, 참의원으로 구성되는 양원제를 경험한 적이 있으며 국회 또한 양원제 시대를 대비해 만들어졌다.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건너편에 본회의장보다 조금 더 작은 회의장이 있다. 양원제를 대비한 곳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요, 함께 만드는 축제이다.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선거이기에 제도의 정립이야말로 민주주의를 제대로 꽃피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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