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공해에 잠못드는 밤…모든 생명은 어둠을 누릴 권리가 있다
빛공해에 잠못드는 밤…모든 생명은 어둠을 누릴 권리가 있다
  • 채영택
  • 승인 2020.04.19 2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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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숲 그리고 자연이야기 - (22) 별이 보고 싶은 나무들
별이 사라진 도시
美 위성 지구빛 밝기 측정
한국 89.4% 기록…세계 2위
캐나다 2.7% 비해 매우 심각
빛공해, 생태계 파괴 요인으로
나무 생장·개화에 큰 영향
계절과 관계없이 꽃 피워
곤충 생태 사이클 혼란 야기
수목의빛공해
빛 공해로 인한 스트레스는 수목의 생육에 엄청난 피해를 준다.

시인 나태주는 ‘혼자서도 별인 너에게’에서 「나는 믿는다. / 네가 세상의 꽃이기도 하지만 세상의 별이기도 하다는 것을 말이야 / 때로 우리는 어둠이 필요해 / 휴식이 필요하고 침묵이 필요해 / 밤하늘의 별들을 좀 보아라 / 무엇이 별들을 반짝이게 하더냐? / 어둠이야 / 어둠이 있기에 별들이 반짝이는 거야 / 어둠을 믿고 별들이 웃고 있는 거야.」

요즘 밤하늘의 별이 그리울 때면 나는 산골 고향으로 간다. 어릴적 도시를 등지고 큰 산 너머에 있는 고향의 하늘은 구름이 없는 밤이면 온갖 별들의 향연이 시작되고 은하수가 펼쳐진 하늘에 조심스럽게 땅위의 풀꽃을 가리키듯 작은 손가락으로 별을 가리키며 반짝이는 꿈을 이야기 했다.

꿈의 메아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져 내 뻗은 팔은 이미 은하수의 어느 별에 손가락이 닿아 있었다. 봄이면 땅위에는 지천으로 풀꽃은 피어나고 지금도 어김없이 어느 공기 맑은 산골 하늘에는 하얀 은하수가 밤하늘의 풀꽃으로 피어날 것이다.

별을 바라보며 누군가가 하늘에 뿌린 꿈이 어둠속에서 자라 은하수가 되었듯 우리의 어릴적 꿈은 그렇게 발을 딛고 이 땅 위에 영글어 모두 소중한 한 사람의 별로 반짝이고 있다. 고개를 젖혀 밤하늘을 바라보는 것은 꿈을 꾸기 위해서다. 실체화하기 어려운 꿈은 어둠을 삼키며 영글어간다. 그렇게 꿈꾸던 수많은 밤은 흘렀지만 이제 도시는 온갖 인공조명 불빛으로 밤하늘의 별을 잃어버렸다. 꿈을 잃어버렸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 먼지낀 도시의 밤하늘에 별을 찾다가 우연히 달이라도 볼라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대한민국의 도시는 별을 잃어버린지 오래다. 최근 미국의 관측 위성인 NPP가 지구 빛의 밝기를 측정한 결과 이탈리아 90.3% 다음으로 우리나가 89.4%로 세계 2위의 불빛이 밝은 나라로 나타났다고 한다. 참고로 호주 0.9%, 캐나다 2.7%로 이들 나라에 비하면 매우 심각하게 빛으로 인한 공해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빛공해(light pollution)는 오염이다. 수질오염, 대기오염, 토양오염 등의 환경오염과 더불어 빛공해는 생활환경을 침해하는 감각적인 오염일 뿐만 아니라 동·식물의 생리 주기에 영향을 미쳐 생태계를 파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사람의 경우도 과도한 빛에 노출되면 불면증과 피로의 축적, 그로 인한 스트레스 지수의 상승과 불안감의 증가로 암 발생의 원인이 된다고 한다. 얼마전 집 근처의 공사 현장에서 며칠 동안 밤새 켜져 있는 불빛으로 인해 도로가주택 주민들은 심각한 불면증에 시달려야 했다. 물론 해당 관청과 현장관계자에 항의해 빛의 조사(照射)각을 변경하는 것으로 해결되었지만 이러한 일은 생활 현장에서 다반사로 발생되고 있는것 또한 사실이다.

2013년 제정된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법’에서 빛공해의 정의를 ‘인공조명의 부적절한 사용으로 인한 과도한 빛 또는 비추고자 하는 조명영역 밖으로 누출되는 빛이 국민의 건강하고 쾌적한 생활을 방해하거나 환경에 피해를 주는 상태’라고 했다. 즉 빛의 오남용으로 발생하는 사람과 동·식물에 미치는 모든 피해를 빛공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이 법에는 빛 공해가 발생하거나 발생되어질 우려가 있는 지역을 1~4종의 조명환경관리구역으로 지정하여 관리를 하고 각 구역에서 허용하는 빛 방사 허용기준을 정하고 있는데 광고조명과 장식조명 그 밖의 조명으로 나누어 적용 시간과 기준값을 정해놓고 있다. 빛공해라는 용어는 이미 1960년대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빛공해로 인한 문제는 자연 생태계에 많은 문제점을 야기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식물은 야간 조명에 의해 생리생태에 영향을 받게되며 광합성과 성장 등 영양생리와 생물계절에 영향을 미친다고 연구 보고되고 있다. 농작물인 참깨와 들깨를 대상으로 야간 조명의 광도를 2 lx(룩스)와 6~10 lx(룩스)로 설정하여 실험한 결과, 2 lx(룩스)에 비해 6~10 lx(룩스)의 야간 조명의 영향을 받은 경우 수량이 감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야간 조명에 의해서 벼 이삭이 나오는 출수(出穗)가 지연될 수 있으며, 단일식물이나 장일식물의 꽃봉오리 형성에 영향을 주어 수분(受粉)을 위해 꽃을 찾는 곤충에 미치는 영향도 보고된 바도 있다. 도로 인접 농지에 가로등이 있을 경우 작물의 광합성이 밤에도 이루어져 열매를 맺어야할 시기에 열매를 맺지 못하고 영양생장만 하게 되므로 결실불량의 피해를 입게된다. 식물이 빛을 오래 받아야 개화를 하는 식물을 장일식물이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봄에 개화하는 대부분의 식물이 포함된다. 반면에 빛이 없이 어둠에 오래 노출되어야 개화하는 식물을 단일식물이라고 한다. 즉 가을에 개화하는 식물을 말하는데 국화, 기장, 옥수수, 콩 등이 대표적이다.

야간조명은 단일식물의 어둠을 짧게하여 개화를 방해하게 된다. 때로는 일장(日長)의 변화로 계절에 관계없이 꽃이 피기도 한다. 원래 곤충은 꽃피는 시기를 정확히 감지하여 꿀을 찾는데 불특정한 날에 개화가 된다면 곤충의 활동은 혼란을 겪을 것이고 식물의 수분수정은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지구상의 모든 식물은 태양빛이 조사(照射)되는 일장의 사이클에 의해 영향을 받도록 되어있다. 여기에 인공조명이 가세한다면 식물의 생리에 당연히 문제가 발생될 수 밖에 없다. 즉 과도한 인공조명을 식물에 계속 조사하게 되면 식물은 낮과 밤을 제대로 구분을 할 수 없게 된다. 수목의 경우도 도심의 가로수가 특히 문제가 되는데 밤새 켜져 있는 가로등은 가로수의 개화시기를 늦추어 영양생장을 촉진시키므로써 가을이 되어도 단풍이 늦게 들 뿐만 아니라 수명도 짧아지게 된다.

2015년 한국환경생태학회지에 따르면 느티나무, 은행나무, 단풍나무의 야간 조명에 의한 생장과 개화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 야간조명의 조도가 높을수록 잎 생장율이 빨라지는 것을 확인했고, 결국 봄철 수목의 개화 및 잎 생장이 상대적으로 빠른 것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동물과 곤충의 경우 야행성 동물은 먹이사냥을 하지못해 생태계가 파괴될 수도 있으며, 여름에 우는 매미는 도심지 공간에서 밤에도 울어댄다. 이는 주광성 곤충인 매미가 원래 낮에만 울고 밤에는 울지 않는 곤충인데 빛공해로 인해 밤과 낮의 생리주기의 혼란으로 특히 빛이 밝은 나무 근처에서는 더 심하게 울게 된다.

이것이 결국 인간에게까지 소음공해로 이어져 스트레스와 불면증 피해를 주게되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인공조명은 수생태계(水生態系)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개구리나 맹꽁이 두꺼비 등 양서류나 포유류의 번식을 막아 종의 멸종을 초래할 수도 있으며 포유류의 경우 섭식(攝食)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해 포식 위험에 노출되고 생체호르몬의 교란, 로드킬의 증가 등 많은 문제점을 유발할 수 있다. 문명이 발달한 도시의 빛공해는 인구증가와 밀집화 그리고 과도한 경쟁에 따른 스트레스의 증가로 밤에도 쉽게 잠들수 없는 환경으로 인해 인간은 물론 동물과 식물을 포함한 도시생태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빛이 밝고 아름다운 도시는 우리 인간이 추구하는 문명도시의 표상이지만 이제는 생태계의 생물다양성과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생각한다면 인간의 입장이 아니라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생물의 생존권을 존중하는 입장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곤충의 경우 조명기구의 변경으로 그들의 생명을 배려하고 유인특성이 적은 부드러운 광원을 사용하여 생활습성에 교란을 주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안락한 서식처의 제공과 산란을 위해 숲이나 생태연못 등에는 편배광(片配光)을 사용하여 직접 조사(照射)되는 광을 억제해야 한다. 또한 수목의 상향등은 폐지하거나 차광판 설치 등으로 빛의 방향을 조절하여 가로수의 누출광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생태계의 종류별 특성에 맞는 인공조명의 파장과 강도를 파악해서 모든 불필요한 빛을 완화 조절하는 것이다. 인간의 입장에서는 빛공해이지만 식물의 입장에서는 분명 빛고문이다. 생명을 주체와 객체가 아니라 모두가 주체가 되는 더불어 사는 삶을 자연의 모든 생태계에 적용해 나가야 할 것이다. 어둠은 불안과 불편의 대상이 아니라 어둠은 빛의 이면에 있는 휴식이자 안온함이다. 생명체 누구나 그 휴식과 안온함을 누릴 자유와 권리가 있다.

 

 

임종택<나무치료사·대구한의대 환경조경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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