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임대인 운동
착한 임대인 운동
  • 승인 2020.04.2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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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란 주부
코로나 19로 마스크를 쓰고 다닌 지 3주가 지났다. 매일 발생하는 확진자 수가 100명 아래로 떨어지자 사람들은 화사한 봄을 알리는 벚꽃 아래서 마스크를 쓰고 사진을 찍는다. ‘패션의 완성은 마스크’라고 농담을 하며 웃기도 한다. 지금 이대로 예방만 철저히 한다면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을 것 같은 안심이 생기고 나니 경제 문제가 눈에 들어왔다. 확진자 수가 갑자기 급증하자 점포는 감염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당연히 문을 닫았다. ‘휴업, 코로나로 문을 열지 않습니다. 건강 주의하세요.’라고 쓴 종이를 가게 문 앞에 붙여 놓은 점포는 다시 문 여는 날짜를 적어놓았다가 아예 지워버렸다. 언제 문을 열 지는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홍희가 집에 가는 길은 음식점이 많은 길이 있다. 평일 저녁에도 손님이 끊이지 않아서 시끌벅적한 골목길을 따라 가면서 틀어놓은 가수의 노래를 들었다. 그러나 코로나 31번 확진자 발생한 이후로는 그 길은 어둠의 길이 되었다. 불이 켜진 가게가 없었고, 가수의 노래만 처량하게 울리고 있었다. 가게문을 열지 않으니 다니는 사람이 없었다. 아무도 없으니 무서운 느낌마저 들었다. 코로나는 일상생활을 구속했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 손실도 끼쳤다.

직장 바로 옆에 커피숍도 문을 닫았다. 약국도 문을 닫았다. 음식점, 옷가게, 네일 샵, 미용실도 문을 닫았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원도 문을 닫았다. 시장에서 문구용품 판매하는 친구도 쉰다고 한다. 다른 친구는 과외 교습을 하는데 아이들이 오지 않는다고 한다. 코로나19로 문을 닫은 가게는 매출은 없지만 임대료는 나간다. 벌어들이는 수입은 없어도 생활비는 들어갈 것이다. 누구보다도 코로나19 확산이 빨리 멈추기를 바랄 것이다. 코로나로 건강이 걱정되지만 돈을 벌 수 없는 상황은 더욱 힘들 것이다. 매출도 없는데 점포를 임대한 임대료는 내야 하는 상황이 임차인에게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코로나 확산이 계속될수록 빈 점포가 점점 늘어나는 것 같았다. 영업은 할 수 없고, 임대료를 내는 것이 부담이 되어 점포를 뺀 것 같았다. 아마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빈 점포가 자영업자의 넋이 빠진 얼굴과 텅 빈 마음처럼 다가왔다. 뺀 물품들을 어디에 쌓아두고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코로나는 무서웠다.

건물주인 연예인들이 이런 임차인들의 고통을 조금이라고 덜어주기 위해서 임대료를 깎거나 없애주는 ‘착한 임대인’이라고 뉴스에 나왔다. 코로나가 발생하자 기부하는 연예인들처럼 자신의 건물에 세든 임차인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일을 했다. 3월 한 달분을 전액 면제해주기도 하고, 3, 4월분 중 50%, 10%를 인하해주기도 했다고 한다. 임차인들 입장에서는 코로나로 매출이 줄어 힘든 상황에 ‘보릿고개’를 넘길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이 시기만 잘 넘기면 되는데, 숨통이 트일 것이다.

‘착한 임대인 운동’은 2월 전주 한옥마을에서 건물주들의 자발적인 상가 임대료 인하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정부에서도 코로나로 경영이 악화되어 힘든 임차인을 도울 방안을 모색하던 중에 이 소식을 접하고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줄인 착한 임대인에게 정책적 지원을 모색하고 ‘착한 임대인 운동’을 장려하고 있다고 한다. 소상공인에 해당하는 임차인에게 임대료를 낮춘 ‘착한 임대인’에게 낮춘 임대료의 절반만큼을 세액공제 혜택으로 지원한다고 한다. 시장점포 임대료를 인하하면 ‘화재안전패키지’를 제공한다고 한다. 정부에서 적극적인 동참을 장려하고 있고, 전국에서 동참하는 임대인들 수가 확산하고 있다고 한다. 건물주 중에는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하지 않으면 나쁜 임대인이냐며 불편해 하는 분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임대인 개개인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나쁜 임대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건물주들의 임대료 인하만으로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완전히 해소할 수는 없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임차인에게 힘이 될 것이다. 상가를 소유하고 있는 건물주들이 자발적으로 행하는 ‘착한 임대인’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한 사례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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