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트(Doubt, 의심)
다우트(Doubt, 의심)
  • 승인 2020.04.2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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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사회부장
선거가 있기 바로 전 일요일 회사에 출근하는 길에 평소처럼 라디오를 들었다. KBS1 라디오 김태훈의 ‘시대음감’에 나온 영화 평론가는 ‘다우트’라는 영화를 소개했다.

퓰리처상을 받은 동명의 연극을 각색해 만든 영화 ‘다우트(Doubt, 의심)’는 한 교장선생 수녀가 한 남자 신부를 집요하게 의심하며 일어나는 해프닝을 그린 영화다.

남자신부의 동료인 한 수녀가 그를 아동 성추행범으로 의심하면서 이 모든 일은 시작된다. “혹시나 몰라서 말씀드린다”는 제보를 받고 교장 수녀는 그동안 자신과 의견이 맞지 않았던 이 신부를 아동 성추행범으로 확신한다.

영화의 배경은 1964년, 진보적 성향의 신부는 교회가 시대 상황에 발맞춰 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때는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된 뒤 프로테스탄트 정신이 재조명되는 시기였다. 월남 파병에 대한 저항 등 개인주의의 새로운 물결도 나타났다. 이 시기의 진보를 상징하듯 신부는 학생들에게 금지 되었던 유행가도 부르게 하고 아이스크림도 먹게하고 캠핑도 장려해야 된다고 주장한다. 교장수녀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이다. 그녀는 커피에 설탕을 타 마시는 것은 금욕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 블랙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옳다고 여긴다. 볼펜은 만년필 보다 글씨체가 나빠진다며 사용을 금하기도 하고. 그런 그녀에게 설탕을 세개나 넣는 남자신부가 못마땅할 수 밖에 없다.

성추행을 당한 것으로 보이는 학생의 어머니는 교장선생에게 불려와 남자 신부의 따뜻한 배려로 “흑인으로서 학교에서 동료들로부터 왕따도 당하지 않고 잘 지내고 있다”며 교장의 추궁성 질문을 못마땅해 하고, “아들 문제에 대해서 증거도 없이 개입하지 말고 묻어 달라”고 교장에게 오히려 역정을 낸다

하지만 교장은 여전히 자신의 의심은 합리적 의심이며 증거는 필요하지 않다고 확신한다. 필립 시모어 호프만(신부)과 메릴 스트립(교장) 두 배우는 서로 고성이 오가는 한판 전쟁씬에서 명 연기를 펼친다.

영화를 소개하는 라디오에서는 ‘누구를 미워하지 않으면 못견디는 것’이 우리 인간의 속성이 아닌가 의심한다. 우리 인간들이 만약 성숙하다면 ‘서로 동의하지 못하는 문제는 열려있는 태도로 논쟁해서 해결해야 할텐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평소에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인간에 대해서는 ‘그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 지’는 필요없고, ‘누가 말했는지’를 보고 미워한다. 요즘 하는 말로 ‘메시지가 아니라 메신져를 보는 것’ 말이다.

교장선생은 ‘혹시나 해서’한 제보를 이유로 그를 학교에서 쫓아낼 음모까지 벌이고 ‘신부에게 죄가 없다’고 주변에서 아무리 말해도 믿지 않는다. 한번 낙인을 찍어버리면 반대되는 정보는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인간의 속성임을 보여준다. 의심과 혐오에는 이유가 없다고 한다. 자기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어느 순간부터는 억지를 부리게 된다. 영화 말미에 교장수녀는 ‘마음을 열고 의심을 풀라’며 설득하는 동료 수녀에게 “의심을(잠시 쉬고), 의심을 멈출수가 없어”라고 오열한다. 그녀의 진심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자기 자신도 의심을 멈추고 싶지만 그렇게 되지 않아 슬프다. 이영화는 ‘누가 옳으냐, 그르냐. 진실이 무엇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은’ 우리 인간사회의 편협성을 그리고 있다. ‘의심을 멈추는 순간 진다’, ‘무조건 이기기 위해서는 유리한 정보만 취사선택 할 수 밖에 없다’가 우리의 숨겨진 속마음일까.

지난 4.15 총선은 한국의 정치지형이 진보로 완전히 돌아선 결과라고 미국 ‘포린 폴리시’가 평가했다. 대구경북은 전국적인 추세와 다른 선택을 했다. 과거 김부겸 의원이 처음 대구에 왔을때는 맹목적인 지역 몰표에서 탈피하자는 분위기가 있었다. 이번에는 이런 ‘묻지마 투표’가 지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기사가 보이지 않는다. 어떤 확신이 이곳에 있는 것인가. 그것이 확신인지 의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의 선택이 우리 삶에 도움이 될까’ 이것이 중요하다.P.S:위 영화에 나온 대사인 것 같다(아직 영화를 보지 않아서). “여러분은 확신이 서지 않을 때 어떻게 하십니까?”. “의심은 확신만큼이나 강력하고 지속 가능한 결속력과 힘을 발휘한다(Doubt can be bond as powerful and sustaining as certain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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