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개학
깜깜이 개학
  • 승인 2020.04.2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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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아
이학박사·전 대구시의원
요즘 돌아가는 것을 보면 다른 것은 모르겠고 자화자찬만큼은 현정부가 역대급으로 잘하는 것 같다. 코로나19 진단키트도 정부 덕, 발빠른 임상실험도 정부 덕, 얼마 전 치러진 총선도 언론만 보고 있으면 모두 정부 덕이다. 현장에서 진짜 죽을 만큼 노력하는 실무진이 아닌 모두 정부 덕인 나라, 다른 의미로 사상 초유이다. 교육도 정부의 '셀프 올려치기' 덕분에 제3자가 보면 엄청 잘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속에서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현재 약 540만명의 초중고 학생이 원격수업을 받고 있으며 전세계 최초로 온라인 개학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정말일까?

정부에서 현재 진행 중인 원격수업의 법적 근거는 초중등교육법 제 23조 제2항 및 제 24조 2항을 근거로 교수-학습 활동이 서로 다른 시간 또는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수업 형태를 의미하며 수업의 공간적 특성 및 시간적 특성을 기준으로 동시적 원격수업 및 비동시적 원격수업으로 구분된다. 원격수업의 운영형태는 실시간 쌍방향형태의 수업, 콘텐츠 활용 중심수업, 과제수행 중심수업, 기타 학교별 여건에 따라 별도로 정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따라서 법적으로 꼭 쌍방형 수업을 교사가 진행하라는 강제 규정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학교의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수업을 진행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유동적'이라는 한마디가 초래하는 비극은 엄청나다.

지난 3월 31일 교육부의 일방적 온라인 개학 발표 후 교사들은 그동안 준비된 것이 거의 없이 갑자기 폭탄을 직격으로 맞은 것이다. 각 학교의 녹화 장비, 교실 내 와이파이 구축, 서버 구축, 온라인 수업 플랫폼, 학생들의 장비구축 여부 등 온라인 개학 자체에 대한 가능 여부 및 준비사항에 대한 현황 파악도 되지 않은 채 교육부에서는 무작정 발표부터 하고 교사, 학생들은 무조건 따라오라는 식의 일방적인 행정적 결정을 한 것이다. 역시나 우려했던 바와 같이 개학 첫날부터 서버가 다운되고 접속지연으로 로그인을 수 차례 반복해야 하고 강의 중 내용 끊김 현상, 화상수업에 준비되지 않은 학생들의 실수 등 갖은 불협화음들이 나타났다. 또 수업 준비하기도 바쁜 교사들은 전 학생을 EBS온라인 클래스, 학교, 학년, 학반별 내 클래스에 가입시키기 까지 건 1주일 소요되었다고 호소한다. 아무리 디지털세대라고 하더라도 그것과 학습은 별개다.

얼마 전 유은혜 장관이 모 학교를 방문하여 원격 수업을 시연하는 모습이 보도되며 서버만 안정적이면 전혀 문제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했던 모습과 실제 공교육 현장에서 수업진행의 모습은 판이하게 다르다. 당시 화면에 나온 모습은 담임선생님이 교실에서 직접 강의를 하고 그것을 촬영하며 학생들과 쌍방향 수업을 진행하는데 그러나 현실은 그 방송에 비춰진 모습과 너무 다르다. 현재 초등학교 개학 이후 수업에는 담임 선생님과 친구들 학급의 모습을 전혀 볼 수 없다. 개학한 지 1주일이 지나도 담임선생님의 얼굴조차 모른다. 이유는 첫 수업부터 현재까지 모든 수업을 개학 전에 홈스쿨링 하던 ebs강의를 그대로 퍼다가 내클라스 강의에 시간표대로 옮겨다 놓았기 때문이다. 김정은의 밥상을 보여주며 "북한사람들이 이렇게 먹고 삽니다."랑 무엇이 다른가.

학부모들은 분노와 무력감을 동시에 느낀다. 그동안 코로나라는 전 세계적인 재난 속에서 묵묵히 하루하루 정부의 지침을 따르며 질서를 지키며 인내하고 왔으며 갑작스럽게 온라인 원격 수업이 진행된다 하여도 또 그 지침을 따르기 위해 나름의 스마트 장비, PC들을 준비하였는데 온라인 개학 첫날부터 담임선생님의 얼굴을 창의 학습시간에 상상으로 그려보라는 한줄 멘트의 과제를 학생들에게 지시한 이후 아직까지 선생님의 얼굴조차 비춰진 적이 없다. 비단 이것이 일선교사를 나무라는 것 같은가? 결코 아니다. 쌍방형 온라인교육 툴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것이 젊은 교사들에게도 결코 쉽지 않으며 대다수의 중년이상의 교사들에게는 도전은커녕 위축과 포기가 자연스러울 만큼 어려운 일이다. 정부 담당자들이 구글클래스나 zoom을 실제로 얼마나 구동해보았는지 궁금하다. 준비는 학생과 가정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왜 정부는 인정하지 않는지 답답하다.

현재의 온라인개학은 하루 5시간~7시간 최소 온라인으로 강의를 들어야 하는 학생들의 피로감을 쌓게 만들며 학업 효율성, 집중력 저하를 가져오며 또 다른 의미의 공교육 몰락으로 교육 양극화와 격차는 더욱 커질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조국 자녀와 같은 아빠찬스를 쓸 수 없는 보통의 학생들에게는 이러한 격차가 굉장히 무기력해지는 일이라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교육만큼은 제발 내실있고 효용성있게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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