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를 잉태하기 위해서 여행보다 좋은 건 없다”
“진리를 잉태하기 위해서 여행보다 좋은 건 없다”
  • 김종현
  • 승인 2020.04.22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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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노벨상을 품자 - (11) 노벨물리학상 사냥을 위한 황금열쇠
구도자의 마음가짐으로
확고하다 믿었던 기반지식도
끝없이 의심하고 번복하는 것
물리학의 끝판인 양자역학도
자연과학보다 철학에 가까워
세상이란 백과사전을 여행
춘추전국시대 공자·맹자·순자
천하를 떠돌며 견문 넓혀
예수 그리스도·석가모니도
노벨상-황금열쇠
노벨물리학상 수상을 위한 3개의 조언이 있다. 그림 이대영

내면의 침묵 속으로 빠져들어 가라(prajna paramita)! ‘빨리빨리’ 문화에 젖어있는 대구 사람들은 노벨상 수상에 대해서도 거두절미하고 “한 마디로 비결이 뭐냐?”라고 묻곤 한다. 마치 시큼하게 곰삭은 묵은 김치는 좋아하지만, 숙성기간을 못 참아서 겉절이 김치를 해 먹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이들처럼 성급한 성질머리를 가진 나에게 아내가 면박을 주면서 하는 말이 제대로 맛이 든 김치 한쪽이라도 먹으려면 적어도 다섯 번은 ‘죽을 고비를 넘겨야(Passing over Humps to Die)’ 비로소 제맛이 든다고…. 첫 번은 밭에서 배추 모가지가 잘리는 참수사(斬首死), 두 번째는 칼로 배춧속을 가르는 개복사(開腹死), 세 번째는 소금, 고춧가루, 생강, 계피 등 온갖 자극적인 양념을 뱃속에다가 집어놓는 양념사(死), 네 번째는 장독에다가 빈틈없이 꼭꼭 집어넣어서 질식시키는 기절사(氣絶死), 마지막으로 유산균이 배추 전체에 스며들게 하여 사람의 목구멍으로 향미(香味)를 풍기면서 넘어가는 종천사(終天死)다. 김치 한쪽도 이런 과정을 거쳐야 풍미가 나듯이 노벨상 수상자도 남다르게 진리 탐구(Veri Tax)라는 죽을 고비 혹은 숙성과정(maturity process)을 거쳐야만 비로소 인간으로서 절미(絶味)를 풍긴다.

대구 사람들의 성급한 체질을 두고 ‘숏 타임 체질(short-time temperament)’이라고 농담을 하는데, 뭐든지 후닥닥 해치우며, 길게 끌지 못한다는 의미다. 대구에서 흔히 듣게 되는 말이 “딱 한 마디로 말해라!”아니면, “거두절미(去頭截尾)하면 뭔가요?” 혹은 “서론은 집어넣고, 결론만 말해!”다. 이런 대구 사람들의 성미에 맞게 결말부터 말하면 노벨상 수상자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은 “노벨상 수상 후 1개월 동안에는 체중조절을 잘하라.”다. 각국에서 노벨상 수상자에게 기념 연회에다가 축하 파티를 열어주는데 일일이 참석해서 먹다가는 체중에 위험신호가 온다는 거다.

사실 마음속으로 가장 궁금하고 묻고 싶은 건 아마도 “수상 비결(秘訣)이 뭔가요?”일 것이다. 이런 질문은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다. 하지만 일회성 신문 기사 제목으로는 가치가 있을지 모르나, 노벨상에 도전하고자 하는 이가 아니라면 머리만 아프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만일, 하버드대 학생이라면 이런 질문을 하지 않을까. “노벨상에 도전하고자 하는데 i) 현실에서 머나먼 그런 진리를 탐구하는데 갖춰야 할 정신자세는? ii) 세계 제일 하버드대학에서도 없는 그런 진리들이 무엇을 통해서 얻어지는가? iii) 미래 진리의 새싹이 자라고 있는 곳이 실험연구실만이 아닌 것 같은데, 어디에 있는가?”

특히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을 살펴보면 일관되는 하나의 정신자세 혹은 철학을 엿볼 수 있다. 레드 제플린이 부른 ‘언덕 너머 저 멀리(Over the Hills and Far Away)’라는 노래 가사 가운데 “얼마나 알아야 할지 많이 궁금했지. 많은 꿈이 이루어지고 밝은 희망이 되었지.”라는 구절이 연상된다. 종교경전에서 찾는다면 아마도 AD 661년경에 중국 북경 운거사(雲居寺)에 설치한 방산석경(房山石經, Fangshan Stone Sutra)이 될 것이다. 이는 AD 649년 현장법사가 심장경(心藏經)을 260자로 요약정리한 반야바라밀다심경의 최초 사본이고 현존하는 최고의 핵심 심경이다.

이 심경의 제목 자체가 ‘지혜의 극치에 대한 마음가짐(The Heart of the Perfection of Wisdom)’이다. 좀 더 풀이하면, 고대 인도의 산스크리트(Sanskrit) 말로 반야바라밀다(般若婆羅蜜多)란 ‘초월의 세계에 대한 지혜’, ‘저 피안(彼岸)의 경지에서부터 온 지혜’ 혹은 ‘언덕 너머 저 먼 곳에서 온 지혜(Wisdom Over The Hills and Far Away)”라는 뜻이다. 이는 “가자. 가자. 넘어가자. 모두 넘어가서 무한한 깨달음을 이루자.”라는 구절로 끝맺고 있다.

심경(心經)의 핵심은 구도자(求道者)의 마음가짐이다. 즉 ‘비어있음은 곧 채워짐이고, 채워짐은 곧 비어있음이다(Form is empty, emptiness is form).’라는 구절이다. 비어있음에서 채워짐은 ‘무(無)로부터 창조(creatio ex nihilo)’라고 한다. 무(nothingness)는 지성을 작용하게 하고, 모든 존재는 무(無)에서 나온다. 지성이라면 확고하다고 믿었던 기반 지식도 의심하고 번복하는 것이다. 특히 물리학에서는 만유인력 법칙(law of universal gravity)이 상대성 이론(theory of relativity)으로 일부가 붕괴하였고, 철옹성 같았던 상대성 원리도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으로 많은 부분에서 무너져 내렸다. 오늘날 물리학의 끝판인 양자물리학(quantum physics)에 있어, 양자 도약(quantum jump) 혹은 양자 중첩(quantum entanglement)은 자연과학으로는 이해할 수 없고, 오히려 철학 혹은 종교에 더 가깝다는 평가다.

◇방황(여행) 지옥에서 진리 공주를 구출하라?

많은 학자는 노벨상 수상의 비결을 노벨 위원회에 지명자로 공천되는 것이라고 한다. 물론 대다수 수상자도 그렇게 생각하고 접근했다. 특히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을 살펴보면, i) 언뜻 보면 대학교수 혹은 박사학위 지도교수가 노벨상 수상자라면 3천분의 1이라는 확률 안쪽에 접근하고, ii) 연구 동료 가운데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면 3천분의 1이라는 확률 내에 다가선다. 그러나 사실은 노벨상 수상자로부터 배우는 것은 진리 탐구의 정신자세이고 접근 방법이다. 대부분은 노벨 위원회가 지명 공천을 의뢰하는 국제기구, 국제 학회, 국가기관 등에서 학술 활동을 통해서 지명자로 추천받는다. 노벨 위원회의 위원이나 연구 혹은 봉사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일본 물리학자들은 노벨 재단이 개최하는 세미나에 참석해서 자신의 연구 실적을 직접 발표했다. 이렇게 노벨 위원회에 공천되었다고 해도 수상 판정 기준인 ‘인류에 최대 기여(greatest benefit to humankind)’를 통과해야 한다. 자신의 공적이 ‘i) 국가정책, 국가지원에 의한 프로젝트가 아닌 순수한 학문적 연구로써, ii) 이용에 있어서 국내에 한정하지 않고 국제적 복리 증진에도 기여해야 한다.’라고 하는 기준에 적합하도록 입증되어야 한다.

인류 역사를 통해서 보면, 인류는 수렵 채취 시대는 물론 오늘까지 사냥을 통해서 필요한 것을 획득했다. ‘사랑스러운 자식이라면 반드시 혼자서 사냥하도록 하라(Be sure to hunt your beloved children alone).”라는 영국 속담이 있다. 영화 ’채털리 부인의 사랑‘이란 영화 첫 장면에 영국 귀족들의 여우 사냥 광경이 나온다. 승자는 그날 파티에서 채털리 부인과 춤추는 영광을 얻는다. 오늘날에도 인재 공모(head hunting), 직장 찾기(job hunting), 엽색(girl hunting), 아파트 물색(apartment hunting) 등의 용어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최근 진리 탐구에서는 종교적 색채가 있는 구도자(investigator) 혹은 순례자(pilgrim)의 금욕과 수난의 의미를 덜고자 여행(journey)이란 말을 선호한다. 박사후 연구여행(post-doc journey), 조사 여행(research journey), 대학 쇼핑(college journey), 연구소 쇼핑(institute journey), 동료 찾아 3만 리(co-worker journey) 등을 통해서 연구 경향 탐지, 연구 제목 모색, 연구 방법론 탐색, 연구 동료 물색, 정통 계보 입문 기회 등을 얻는다.

사실 학문 탐구 여행(study journey)은 기원전 600년경 춘추전국시대부터 시작되었다. 공자(孔子), 맹자(孟子), 순자(荀子), 한비자(韓非子)는 천하를 다니면서 관직을 얻고자 자신을 피력했으며 이때의 유세 경험과 현지 견문은 현지 집필을 통해서 불허 명작으로 남겼다. 이런 천하 유세 여행을 주류철환(周流轍環) 혹은 불원천리(不遠千里)라고 했으며, 그들의 저서는 바로 자기소개서였다. 석가모니(釋迦牟尼)도 천하 여행의 과제물로 화엄경(華嚴經)을, 예수 크리스트(Jesus Christ)도 여행 결과물을 제자들이 복음(福音)으로 남겼다. 세상이란 대백과 사전을 뒤집어서 찾고자 하는 답을 얻는다는 의미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많은 가정에서 총명한 자녀를 낳고자 태교여행(胎敎旅行, baby-moon)을 떠나곤 한다. “뭔가를 잉태하고 탄생시키기 위해서 여행보다 좋은 건 없다.”는 것이 노벨상 수상자들의 이구동성(異口同聲)이다.

글 이대영<코리아미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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