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환골탈태(換骨奪胎)
보수의 환골탈태(換骨奪胎)
  • 승인 2020.04.2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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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행정학 박사·객원논설위원
이석형 행정학 박사·객원논설위원
4.15총선이 보수를 대표한다는 미래통합당의 참패로 막을 내렸다. 대선, 지방선거, 총선에서 연이어 보수가 패배하였다는 사실은 앞으로 우리 사회 변화방향에 대해 여러 가지 시사점을 주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사실은 이제까지 우리 사회의 주류를 자처하던 보수는 더 이상 주류가 아니라 비주류로 밀려났다는 사실이다.

사실 이번 총선은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미래통합당에게 상당히 유리하게 전개되는 듯하였다. 즉 조국 사태, 감찰 무마 사태, 그리고 울산 선거 개입 사태 등 정치적인 사건과 더불어 소득 주도 성장을 비롯한 현 정부의 경제정책은 심각한 경제난과 실업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하였고, 연일 미사일을 발사하는 북한으로 인한 안보불안 등등 총체적인 난국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도 초기 폭발적으로 감염자가 증가할 때 정부가 지나치게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초기 대응에 실패했고, 마스크 대란으로 인해 정부의 무능에 대한 여론이 비등하였기 때문에 야당은 총선에서의 승리를 기대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인 난국을 돌파하는 능력에 있어서는 정부여당이 보수야당보다 한 수 위였다. 온실 속의 화초와 같이 꽃길만을 걸어온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보수야당보다 자칭 민주화 투쟁을 통해 산전수전 다 겪은 잡초와 같은 진보를 표방하는 정부여당은 실책을 기회로 전환시키는 괴력을 발휘하였다. 코로나19만 해도 의료진들의 각고의 노력과 방역 당국의 지시에 대한 국민들의 성숙하고도 자발적인 협조에 힘입어 확산이 진정국면에 접어들 즈음, 유럽과 미국 등 국외에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고 팬데믹이 선언되자, 여권은 안면몰수하고 자화자찬으로 그들의 실정(失政)을 성공적인 것으로 반전(反轉)시켰다. 또한 그들의 정책 실패로 인한 경제난과 실업문제도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 세계경제의 침체로 인한 전 지구적인 사건으로 전가시킬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코로나로 인한 경제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정부의 자금 지원은 선거에 있어서 평상시 같으면 금권선거라는 비판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이를 불식시켰고,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소위 20%에서 30%에 이르는 무당층 또는 중도(中道)층을 여권으로 끌어오게 하였다. 즉 무당층이나 중도층들이 선거에서 보이는 행태는 어려운 상황에서 중간에 말을 갈아타는 것을 두려워하는 심리 때문에 국가가 큰 재난이나 어려움에 처했을 때나 사정이 급박하고 불안정할 때 ‘안정’ 쪽을 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보수야당은 무당층과 중도층에게 탄핵정국 이후 처절한 반성을 통한 변모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함으로 인해 이런 위기에 국정을 이끌어갈 만한 능력이 있는가에 대해 확고한 믿음을 주지 못했기 때문에 이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참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총선에서 전체 투표권자 2천9백여 만 표 중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득표차이는 불과 230여만 표에 불과하지만 의석수는 163대 84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제 여권은 비례위성정당 의원을 합치면 183명으로 국회에서 개헌을 제외하고는 그들이 마음먹은 어떤 것도 통과시킬 수 있게 되었다. 더 이상 국정운영에서 야당이 발목 잡는다는 핑계를 댈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일부에서는 여당이 독박 쓰게 되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설령 2022년 대선에서 보수야당이 집권을 하더라도 21대 국회의 임기가 2024년까지라는 것을 감안하면 집권초기 2년까지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보수야당이라는 미래통합당이 4·15총선에서 폭망하자 그 원인으로 세대교체 실패, 중도 공략 실패, 외연 확장 실패, 막말 통제 실패, 탄핵의 강 넘기 실패 등등으로 진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진단은 지난 20대 총선, 대선,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때마다 나온 것들인데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실패했다. 결국 진단만 하고 반성은 하지 않고 반복했다는 말 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상태로는 보수는 이제 영원히 비주류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이제 보수 야당은 말만이 아닌 행동으로 변모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사고에서 벗어나 과감한 세대교체를 통한 완전히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 그리고 보수(保守)는 수구(守舊)가 아니라 번영과 안정을 기본 이념으로 한다는 것을 젊은층들에게 보여주고 실천해야 한다. 정치인이 선거에서 패배하지 않고 스스로 일선에서 물러나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자신이 가진 것을 내려놓지 않고서는 무엇 하나 변모시킬 수 없다. 그러지 않고선 보수에 미래가 없음을 이번 총선은 보여주고 있다. 선거 패배에 대해 어떤 이유를 가져오더라도 그것은 변명에 불과하게 된다. 기존의 보수가 보여준 행태의 뿌리까지 다 바꾸지 않으면 국민은 보수의 부활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환골탈태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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