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태 경영칼럼] 동태적 안정성과 양손잡이 조직
[배종태 경영칼럼] 동태적 안정성과 양손잡이 조직
  • 승인 2020.04.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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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전 중소기업학회장
모든 조직과 생명체는 불확실한 환경 변화 속에서도 안정을 원한다. 그렇지만 세상과 시장의 변화, 생태계의 변화에 대응하여 변화와 혁신을 하지 않으면 조직은 지속적으로 존속하기 어렵다고들 한다. 변화와 안정. 이 두 단어는 양립할 수 없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변화 속에서도 안정을 추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 변화의 시기, 동태적 안정성을 추구하라

미국의 경제학자 버튼 클라인 교수는 안정성(stability)을 두 가지 유형, 즉 ‘정태적(static) 안정성’과 ‘동태적(dynamic) 안정성’으로 구분하였다. 그는 예측이 어렵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는 조직이 환경 변화에 부응하여 선제적이고 지속적으로 변화하면서 행동을 조정해 갈 때, 궁극적으로 조직의 동태적 안정성과 지속적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보았다. 미국의 경제발전 과정을 예로 들어, 미래가 예측 가능했던 때보다 미래의 불확실성이 높았던 시기에 오히려 장기적으로 보면 경제성장의 속도도 빨랐다는 증거도 제시했다.

많은 조직이나 개인들이 현재의 주어진 환경 속에서 기존의 상태를 안정적으로 지키는 데에만 역점을 두고, 변화보다는 효율성과 확실성만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이와 같은 행동 양식은 매우 안정적이고 언제까지나 지속될 편안함을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이나, 이러한 정태적 안정성 추구는 환경이 변하면 경쟁력을 잃고 만다. 젊은이들이 진로를 결정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지금 당장 가장 안정적이라고 느껴지는, 적성에도 안 맞는 특정 직업을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는데, 막상 그 직업을 얻고 보니 그 직업은 이제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게 되어있는 경우도 본다.

역설적으로 보이지만,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부응하여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것이 가장 안정을 얻을 수 있는 길이다. 진정한 안정은 지속적인 변화 속에 있다. 물론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언제 변화해야 할 것인지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통찰력, 유연성, 열정, 민감성, 용기, 실천력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을 원한다면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조직도 개인도 마찬가지다.



◇ 양손잡이 경영으로 변화의 파고를 넘자

그렇다면 기업에서 어떻게 안정과 변화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을까? 어떻게 현재의 필요에도 부응하면서 미래의 요구에도 대비할 것인가? 특히 격변하는 환경 속에서, 그리고 저성장의 시대에, 어떻게 기존 제품의 경쟁력과 생산성도 높이고 매력적이고 창의적인 신제품도 끊임없이 개발할 수 있을까?

서로 다른 특성의 활동들을 동시에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이러한 경영방식을 ‘양손잡이(ambidextrous) 경영‘이라고 하고, 이런 조직을 ’양손잡이 조직‘이라 한다. 즉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를 중심으로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고 리스크는 줄이는 ‘활용’(exploitation) 역량과 창조성과 탐험 활동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위험을 감수하며 지속적으로 신제품이나 신사업을 개발해 가는 ‘탐색’(exploration) 역량을 동시에 높이는 경영방식이다. 애플이나 3M, 다이슨 등 잘 알려진 혁신 기업들은 모두 기존 제품의 불편사항을 개선하고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활용’ 활동과 별도의 조직이나 새로운 시도를 통해 창조성과 새로운 가치 창출 성과를 높이는 ‘탐색’ 활동을 동시에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양손잡이 경영을 오래 연구해 온 스탠퍼드대의 찰스 오라일리 교수는 양손잡이 경영이 성장과 혁신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임을 강조한다. 기업이 기존 제품의 품질 개선과 비용절감에만 몰입하면 결국 파괴적 혁신 기업에 시장을 내주게 된다. 반면 기업이 미래의 혁신에만 집중해도 기존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저하되고 기술과 시장의 위험이 너무 높아진다. 기존 기업으로서는 잘 나가는 기존 사업에만 몰입하여 변화에 둔감해서도 안되고, 반대로 무모하게 너무 쉽게 새로운 가능성에 여기저기 뛰어들어도 안된다. 양손잡이 경영을 효과적으로 수행한 기업으로는, 비즈니스 모델을 우편 DVD 사업에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그리고 다시 자체 컨텐츠 개발로 변화·발전시켜간 넷플릭스의 사례를 들 수 있다.

그렇다면 양손잡이 경영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까? 우선 활용과 탐색의 두 가지 활동을 시간적으로 분리해서 실행할 할 수도 있고 (시간분리), 공간적으로 또는 조직적으로 분리할 수도 (공간분리)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시기에는 ‘탐색’(변화)에 집중하고 또 다른 시기에는 ‘활용’(안정)에 집중하는 방식을 들 수 있다. 반면 R&D 부서는 ‘탐색’에 집중하고 생산부서는 ‘활용’에 집중하는 공간분리 방식도 가능하다.



◇ 생산성과 창조성,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활용 활동을 통한 생산성(productivity) 향상과 탐색 활동을 통한 창조성(creativity) 제고.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는 것과 같다. 어떻게 이를 동시에 잘 할 수 있을까? 생산성은 핵심 프로세스를 제대로 설계하고 잘 관리함으로써, 타이밍을 잘 지킴으로써, 그리고 구성원들이 맡은 바 업무에 주도적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참여할 때 높아질 수 있다. 반면에 창조성은 남과 다르게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나 반응에 귀 기울이고, 구성원들이 신나고 즐겁게 일할 때 발휘될 수 있다. 그리고 정도 경영, 고객 만족, 사회적 가치 창출 등 기업의 진정성에 기반한 여러 활동들이 조화를 이룰 때, 그 기업은 지속가능한 조직, 일하고 싶은 조직이 될 수 있다. 오른손(활용)과 왼손(탐색)을 모두 잘 쓰는 양손잡이 조직이 현재의 어려운 파고를 넘는 효과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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