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난다 해도 이 길을 : 아직은 촛불을 끌 때가 아닙니다
다시 태어난다 해도 이 길을 : 아직은 촛불을 끌 때가 아닙니다
  • 승인 2020.04.23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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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대구 형사·부동산 전문 변호사


‘당선, 합격’ 생각만 하여도 설레고, 정말로 기쁨의 눈물을 주체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4·15 총선에서 당선된 분들께 축하드린다.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가 다가왔다. 수험생들은 대학교 4년, 로스쿨 3년 합계 7년이라는 긴 기간을 공부하였고, 이들 중에는 사법시험 공부를 한 사람들도 있어 많게는 10년 이상 공부한 사람도 있다. 군복무를 마친 남자를 기준으로 하면 로스쿨 졸업생들은 대부분 30대 이후로 일반 회사 신입사원으로 입사하기 늦은 나이의 사람들이다.

사법시험, 변호사시험 낙방자가 받는 정신적 충격이나 금전손해를 고려할 때 어떻게 보면 합격 자체가 당연한 지상과제다.

고시 합격자 수기를 모아서 ‘다시 태어난다 해도 이 길을’이라는 제목의 책이 있고, 수험생들은 그 책을 읽으면서 합격자들의 생활을 본받고 마음을 다잡는다. 그 내용은 ‘시험에 도전하게 된 동기, 준비과정에서의 어려움, 합격의 영광’ 등으로 사법시험 준비 과정이 매우 어렵고 고통스러웠지만 그 영광이 너무 크기에 다시 태어나도 그 어려운 수험생활을 다시 하겠다는 것이다.

시험 합격 발표와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가 너무 많다. 같은 대학 동명이인 친구가 서로 번갈아 가면서 사법시험 1차에 합격하고 2차에 떨어지다가 한 친구가 먼저 합격하였는데 그 학과 친구들이 착각하여 떨어진 친구 부모님에게 전화하여 ‘합격을 축하 드립니다’라고 하자 부모님이 ‘이번에는 우리 아들이 아니다’라고 답하여 너무 죄송하였다는 이야기, 부모님이 시험 발표일을 착각하여 하루 전날 아들이 아무 말을 하지 않자 떨어진 것으로 잘못 알았다가 다음날 합격 소식을 전해 듣고 부자가 부둥켜안고 울었던 이야기, 여러 번 시험에 떨어진 자식이 마음 아파할까봐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다가 자식이 운전면허 시험에 떨어지자 ‘너는 뭐든지 철저히 준비해야지, 운전면허 시험도 제대로 합격하지 못하느냐’고 부모님이 아들에게 엄청나게 욕을 하였다는 이야기 등 웃픈 이야기들이 너무나 많다. 필자의 경우 합격 소식을 듣고 웃으면서 전화로 부모님께 합격 소식을 전하였지만 ‘시험 붙었습니다’라는 일곱 글짜를 다 말하기 전에 눈물이 쏟아져 더 말을 이어가지 못하였다.

많은 합격자들이 기뻐하는 이유는 이제 법조인이 된다는 기쁨도 있지만 3년~10년 가까운 오랜 수험생활을 한 사람들은 ‘수험의 고통으로부터 해방이다’라는 기쁨도 매우 크다. 많은 합격자들은 합격된 이후 1,2년간은 꿈에서 다시 시험을 치거나 떨어지는 꿈을 꾼 적이 있고, 꿈속에서도 ‘내가 합격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왜 여기서 다시 시험을 치고, 왜 시험에서 떨어지지, 정말 이상하네’라고 생각할 만큼 시험에 여러 번 떨어진 고통은 상상 이상의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내용은 다르지만 최근 모 의대에 합격한 여성분의 SNS글이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그 내용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경제적 형편이 매우 어려운 가운데 언니의 도움을 받아 열심히 공부하여 의대 합격한 후 몇 달 동안의 과외 아르바이트를 통하여 단기간에 수백만 원의 수입을 올려 3가족이 난생 처음으로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시켜 놓고 눈물을 흘리면서 서로 기뻐하며 맛있게 식사를 하였고 어려운 상황에서 의대에 합격한 자신이 너무 자랑스럽다는 내용이다.

국회의원, 사법시험 등의 준비 과정이 매우 고통스럽거나 어렵다보니 ‘당선, 합격’ 자체에 너무 큰 의미를 두게 되고, ‘당선, 합격’ 이후에 대한 계획이 없는 사람이 많다. 목표 달성에 큰 의미를 둔 ‘다시 태어난다 해도 이 길을’이라는 수기에 대하여 어느 로스쿨 교수는 ‘이런 말은 법조인 생활을 마치는 단계에서 정말로 보람이 있어 다시 태어나도 법조인이 되겠다’는 회고적인 글의 제목으로는 적당하지만 법조인을 시작하는 사람의 글 제목으로는 너무 오만하다고 지적하였다. 변호사시험 합격자는 ‘사회와 나를 위하여 어떤 법조인이 되겠다. 나는 희생은 못하지만 내의 성격상 공직은 절대 금물이니 공직은 맡지 않겠다’ 등 다양한 목표를 세워야 한다.

또 다른 고시 수기 베스트 셀러 제목 ‘어머니, 아직은 촛불을 끌 때가 아닙니다’가 생각난다. 이제 법조인으로 출발하는 분들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자세로 국가, 지역사회, 본인 발전을 위하여 이제 새로운 촛불을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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