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코로나 보릿고개를 넘으려면
[박명호 경영칼럼] 코로나 보릿고개를 넘으려면
  • 승인 2020.04.26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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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황소 네 마리가 살고 있는 풀밭에 사자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사자는 여러 차례 황소들을 사냥해보려고 했지만 사자가 다가올 때마다 황소들은 꼬리를 맞대었다. 그래서 사자가 어느 쪽으로 다가와도 황소의 뿔에 가로막히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황소들 사이에 내분이 일어났다. 황소들은 각자 한쪽 구석으로 가서 혼자서 풀을 뜯게 되었다. 사자는 황소들을 한 마리씩 차례로 공격했고 결국 네 마리는 모두 잡아먹히고 말았다.’ 기원전 6세기 이솝이야기다.

생명체가 생존을 위협하는 적으로부터 벗어나려면 진정한 협력이 최선의 방책이다. 사람도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신뢰를 기반으로 협동심을 발휘해야 한다. 기업이 뛰어난 성과를 내는 비결 또한 구성원들이 하나의 팀으로서 얼마나 잘 뭉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근대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체스터 버나드는 그의 저서 『경영자의 역할』에서 경영자의 업무는 협동적 노력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했다. 협동이야말로 사회 전체가 올바르게 운영되기 위한 기본 조건이며 전제라고 하였다. 이러한 의미에서 협동은 인류가 고안해낸 최고의 발명품이라 하겠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코로나 이후의 세계를 ‘넥스트 노멀(next normal)’로 명명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경제와 사회 질서가 극적으로 변화한 새로운 일상(new normal)에 대응하려면 금전적 이익보다 더 고귀한 사회적 가치를 되살려내야 한다. 그래서 ‘코로나 바이러스 위기가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라는 물음이 중요하다. 궁극적으로는 ‘위기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우리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제기된다. 우리는 이 어려운 문제의 답을 함께 찾아내야 한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 경제는 많은 고통을 겪고 있고, 그 고통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한다. 경제적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 우리 이웃의 어려움을 극복할 방도는 무엇일까. 그 답은 이솝의 우화처럼 협동심의 발휘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위험한 세상에서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핵심 능력은 협동을 통해 발전을 이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든 협동을 방해하는 여러 가지 요인들도 존재한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자기중심적인 사고와 태도다. 협동심이 발휘되려면 자신의 필요보다 타인의 결핍을 우선할 수 있는 양보와 겸손과 배려의 마음이 있어야 한다.

코로나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서 가장 절실한 것은 돈이다. 무엇보다도 서민들과 영세사업자들의 생계와 사업을 위한 자금이 시급하다. 정부가 긴급재난지원을 한다고는 하지만 끝이 안 보이는 코로나 보릿고개를 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저소득국가에서 실시하는 ‘마이크로 크레디트(micro credit)’ 제도를 활성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제도권 금융기관과는 거래가 어려운 빈곤층을 대상으로 담보 없이 소액의 사업자금을 대출해주고 경영지원 등 사후관리를 통해 자활할 수 있도록 돕는 민간 주도의 소액금융제도다. 1967년 방글라데시에서 무함마드 유누스 교수가 창안했다. 유누스 교수는 전담은행인 그라민 은행(Grameen Bank)을 설립하여 빈곤퇴치에 이바지한 공로로 2006년 이 은행과 함께 노벨평화상을 공동으로 수상했다. 그라민 은행은 돈을 갚지 않아도 법적 책임을 묻지 않지만 연평균 90% 이상의 상환율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 인간은 신뢰를 바탕으로 협동하도록 만들어진 존재다. 신뢰란 우리가 공생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위기의 때에는 신뢰로써 강력한 유대를 형성한다. 거기에 우리들의 생존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대는 코로나 보릿고개를 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이고도 필수불가결한 전제 조건이다. 공감능력을 발휘하여 강력한 유대를 맺고 협동해서 서로를 보살펴주면 경제적 위기 극복은 물론이고, 안정감, 성취감, 소속감, 신뢰, 동지애와 같은 정신적 보상도 추가로 얻게 된다.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에서 사이먼 사이넥은 “인류가 5만년 동안 번창할 수 있었던 것은 자기 자신에게 봉사하려고 했기 때문이 아니라 타인에게 봉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고난의 시절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소유한 자원을 동지애로써 나누는 봉사가 긴요하다. “소유는 베풀기 위해 주어진 것이지 즐기기 위해 갖는 것이 아니다”라고 갈파한 노 철학자 김형석 교수의 말씀이 새삼 가슴에 다가온다. 아름다운 삶이란 ‘무엇을 손에 쥐고 있는가’가 아니라 ‘누구와 함께 있는가’에 달려있다. ‘나한테 좋은 일’보다는 ‘우리 모두에게 옳은 일’을 함께 해야 할 때다. 가슴과 머리로만 말고 행동으로 공감능력을 발휘해야 공동선(共同善)을 달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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