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언제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언제나
  • 승인 2020.04.2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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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우 대구의사회 기획이사 든든한병원 원장
박준우 대구의사회 기획이사 든든한병원 원장
며칠 전 딸아이가 갑자기 내 어릴 적 졸업 앨범을 보여 달라고 했다.

그 덕에 나도 정말 몇 년 만에 옛날 내 어릴 적 사진을 꺼내보는 기회를 얻었다.

빛바랜 사진 속에 나를 보니 벌써 수십 년 전 사진인데도 그 사진을 찍을 때의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왔다.

촌스런 옷차림에 어색한 웃음, 장난기 가득한 친구들과의 단체 사진을 보니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지금 이 친구들은 모두 어디서 무얼하며 살고 있을까? 지금도 연락이 되는 친구들도 몇 명 있지만 대부분은 안부조차 알 수 없는 채로 다들 어딘가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겠지. 사진 속의 나는 지금보다 훨씬 순수해 보이고 즐거워 보였다.

지금의 내 아들 딸보다도 어린 나이의 나는 그 당시 나의 지금의 모습을 상상이나 했을까?

고등학교 때만 해도 의대에 올 생각도 없던 내가 고 3때 갑자기 진로를 결정하고 의대에 진학을 했는데 그 선택이 과연 옳았던 일이었나 하는 생각에 잠겼다.

요즘 내가 즐겨보는 드라마가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드라마다.

지금까지의 의학 드라마와 달리 대학 동기 5명의 일상을 잔잔하게 다루는 드라마인데 보다보면 내가 그 드라마의 주인공 중 한명인것처럼 빠져든다.

매번 모든 병을 다 치료해주는 천재 의사와 그 주변의 암투, 권력다툼 등을 다뤄온 드라마와 달리 주변 인물들과의 잔잔한 일상과 그들의 고민, 사랑, 일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어 좀 더 현실적인 의사생활을 보여준다고 생각된다.

의사도 사람이다. 우리도 매일 만나는 환자들과 마찬가지로 한 가정의 가장이고 부모이고 자식이며 누군가의 사랑을 받고 사랑을 하는 보통 사람들이다.

아파하는 환자와 함께 고민하고 같이 아파하고 항상 최선을 다해 치료를 한다.

드라마 대사에 이런 말이 나온다. 의사가 환자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라는 말 뿐이라고.

다 낫게 해드리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이런 말은 환자에게 안심을 시켜줄 수는 있으나 의사도 신이 아닌 이상 모든 병을 다 낫게 할 수도 없다. 하지만 항상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요즘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다.

평생 동안, 아니 의사로서의 삶 동안에도 이런 일은 처음이다. 지난 1월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 19로 인해 초기에는 그냥 메르스나 사스 때처럼 원내 감염이나 소수의 감염자 관리만 잘하면 또 그냥 지나가려니 생각을 했으나 불과 며칠 사이에 감염자가 급증하고 사망자가 속출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긴장을 하는 며칠 사이에 우리나라에도 환자가 발생하기 시작하고 결국 2월 18일에 대구에서 신천지 교인 한명이 확진을 받으면서 특정 종교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였다. 내가 사는 이 대구가 그 중심에 서리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는데 갑자기 하루에 700명 가까운 환자가 발생하고 치료를 위한 병상 확보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사태를 맞이한 대구 시민들은 패닉상태에 빠져버렸다. 대구시 의사회의 발 빠른 대응이 없었다면 지금 정도로 막아낼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정부의 지원 대책도 뒷받침이 되어서 잘 막아낼 수 있었지만 나는 이 모든 일의 중심에 서서 정말 측은지심으로 전력을 다해 환자를 위해서 최선을 다한 의료진들의 노고가 아니었다면 이룰 수 없었던 일이라 생각된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코로나 사태에도 스스로 자가 격리 수칙을 지키고 개인위생에 신경을 쓰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실천해 주신 대구 시민들과 국민 여러분들의 참여에도 경의를 표한다.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이 코로나 사태를 잘 이겨낸 데에는 국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아직 이 코로나 사태가 끝난 게 아니다. 애들 개학이라는 변수가 아직 남아있고 지금도 숫자는 줄었지만 소수의 환자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지역 감염이 끝난다 하더라도 올 겨울에 2차 대유행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치료제 개발도 박차를 가하고는 있지만 임상실험까지 마치려면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그사이 유전자 변형으로 인해 코로나 바이러스도 진화를 할 것이다.

누구의 말대로 전 세계 인구의 70-80프로가 전염이 되고 자가면역이 되고 나서야 이 사태가 진정이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건 환자 발생에 대응하고 치료에 전념하는 의료진들 모두는 언제나 최선을 다해 환자에 전념할 것이다.

이 순간에도 코로나와 싸우는 환자와 의료진은 모두 한배를 탄 동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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