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거부한 공룡이 될 것인가
변화를 거부한 공룡이 될 것인가
  • 승인 2020.04.28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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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만
경북본부장
누구라도 예측 가능한 선거 결과였다.
21대 총선의 성격이 문재인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중간평가가 아니라 야당인 미래통합당을 향한 심판론으로 흐르고 있었던 점은 각처에서 감지됐다.

미래통합당은 이런 상황을 애써 외면하고 샤이 보수에만 기대면서 몰락을 자초했다.막무가내식 묻지마 공천을 물론 공인된 공천결과를 손바닥 뒤집듯 번복한 코미디 같은 짓을 하고도 부끄러워 할 줄 몰랐다.

미래통합당이 제1 야당으로서 국민들에게 보여준 것은 무엇인가? 당의 정체성 재정립과 미래 비전도 없었다. 현 정권의 실정을 비난만 할뿐 합리적인 대안 제시없이 콘크리트 지지층과 태극기부대를 동원한 장외투쟁에만 집중했다. 그 결과 이번 4.15 총선에서 쉽게 회복할 수 없는 치명타를 맞고 자중지란에 매몰돼 있다.

경북도청 전정에는 이철우 도지사 취임 이후 '혁신과 변화'를 강조하기 위해 거대한 공룡 뼈 모형이 전시됐다. 변화하지 못해 사라진 공룡은 지금의 미래통합당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했다.

집권하던 지난 10년 동안 미래통합당은 새로운 시대를 준비할 인재를 키우지 않았다. 혁신과 변화를 강조하는 소신파 인사를 외면하고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이전투구 만에 몰두했다. 생존을 위한 내재적 능력을 스스로 없앤 것이다. 결국,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생존을 위협받는 처지에까지 이른 것이다.

대구경북의 국회의원들은 연속으로 지역 출신 대통령을 배출하면서 영포라인으로, 친박라인으로 권력의 핵심에서 국정을 좌우했다. 지금은 미래통합당 내에서도 대구경북 출신들은 찬밥 신세가 돼 주류의 자리를 내어준 지 오래다. 과거 새마을운동과 구미공단으로 대표되는 급격한 경제성장 시기의 발전주의 방식의 프레임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그건 그때를 그리워하는 특정 계층에게만 먹힐 뿐이다.

이제는 광장문화와 촛불혁명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시대의 민주주의 프레임이 주류가 되었다. 변화된 프레임에서 미래통합당은 보수가 필수적으로 갖춰야만 하는 세련된 품격과 능력을 상실했고 보수가 아닌 수구로 전락했다는 인식을 지울 수가 없다.

'딸깍발이'란 단어가 있다. 남산골 딸깍발이라고도 불리는 이 단어는 예전에 서울 남산골에 사는 선비들이 가난해 비가 오지 않아도 흔히 나막신을 신었던 데서 유래한 말로 가난한 선비를 놀림조로 이르던 말이다. 한겨울 군불 하나 없는 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쓴 채 책을 읽으면서 "추위 이놈, 봄이 오면 두고 보자"며 이를 빠득빠득 갈았다는 일화도 있다. 좋은 의미로는 현실에 타협하지 않는 지조 있는 선비의 기강과 시대의 양심을, 나쁜 의미로는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옛것에만 얽매인 실익 없는 '꼰대'를 일컫는다.

전통적으로 선거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해온 대전과 충청권은 말할 것도 없고 보수적인 색깔이 강했던 강원도에서조차 이번 선거는 전략적으로 여권을 선택했다. 무소속 1석을 제외한 24석을 미래통합당에 몰아 준 대구경북의 선택은 보수에 대한 마지막 희망을 놓지 않고 지조를 지킨 민심으로 비춰질까, 아니면 현실에 전략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소통 불능의 결과로 비춰질까?

이번 선거결과가 대구와 경북의 고립을 가속화하는 것을 아닐까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대구경북의 선거 결과가 어찌 되었던 선거 결과로 대구 경북의 시도민들이 비난받아선 안된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대구경북에 관한 기사엔 대구경북을 비하하는 댓글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평범한 사건 사고에도 대구경북이라서 그렇다는 식의 낙인 이론과 지역에 대한 막연한 혐오가 삐져나오고 있다.

선거 후 여권 성향의 김정란 교수는 "대구는 독립해서 일본으로 가라, 소속 국회의원들과 지자체장들 거느리고", "눈하나 달린 자들의 왕국"이라는 표현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공인이라는 교수조차도 이런 말을 하는데 일반인들의 댓글 수준이야 말할 필요도 없다. 코로나 사태 이후 '대구경북통합론'이 공론화 되면 여당 지지층에서 보일 반응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대구 통합신공항 이전 또한 마찬가지다. 정책의 효과나 당위성은 사라지고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원색적인 표현이 어떤 식으로 등장할 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대구와 경북을 향한, 예측 가능한 부정적 상황을 극복하고 미래를 견인해야하는 것은 대구경북민들이 갖은 수모와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표를 몰아준 선량(選良)들의 몫이다. '제 잘나서' 당선된 것이 아니란 점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깊은 책임감 아래 가일층 분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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