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풀잎을 흔들면서 온다
봄은 풀잎을 흔들면서 온다
  • 승인 2020.04.28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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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에 가만히 있는 건

반짝이지 않는다

바람을 받아 이리저리 뒤척이며 빛나고

나뭇잎이 앞뒤를 내보이며

가지를 흔들어대는 것

반짝인다

뭍에서 뿐이랴

바다 위 물결이 얕은 걸음발을 떼고 급하게 내지르며

반짝인 것 저것

강이나 연못이나 졸졸거리며 울어대는 실개천에서

일단 뒤집어보자는 거

물살도 눈이 부시다

언덕 위

노란 물이 가시지 않은 풀밭

여린 풀잎들

저것들도 반짝이자고 뒤채이나

대지에 바짝 엎드려 흔들리고 있다

말발굽소리를 듣는 인디언의 투명한 고막처럼

바람 한줄기에도

반짝이나

반짝이나요

서로의 귓볼을 부벼대면서

◇유영희= 통영 출생. 월간 <수필과 비평> 신인상 등단. ,한국문협, 통영문협, 수필과비평작가회의회원, (현)수향수필문학회 회장. 수필집 <옹기의 휴식>

<해설> 우선 제목이 신선하다. “봄은 풀잎을 흔들면서 온다” 흔듦에는 땅의 혼이 깃들어 있다. 정체는 죽음을 의미하지만 흔듦은 탄생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시인은 시의 제목 선정을 유의하지 않으면 좋을 시를 쓰고도 독자들 에게 업그레이드되지 않을 수가 있다. 그래서 제목은 시의 두뇌이기도 하다. 좋은 시를 쓰고도 독자가 읽어주지 않는다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이 시는 마라톤 선수들이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는 것처럼 소재들이 모두 제목에 집결되고 있다. 시어들이 봄날 청아하게 우는 새소리를 느끼게 하는 상큼한 시다. -제왕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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