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대선과녁, 누가 명중할 것인가
움직이는 대선과녁, 누가 명중할 것인가
  • 승인 2020.04.28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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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해남
시인
전 대구시환경녹지국장
21대 총선은 보수의 참담한 패배로 막을 내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여세를 몰아 정국운영의 걸림돌을 치우기 위한 플랜에 착수한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은 “민의에 따라 담대한 추진을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일종의 신호탄인 셈이다. 이에 맞서는 미래통합당이 버거운 것은 맞다. 당랑거철(螳螂拒轍)의 형국일 수도 있다. 그래도 수레를 막아서는 사마귀 같은 베짱이 있어야 한다. 통합당은 100석 이상 건진 것을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다. “이게 어디고…”하면서 넙죽 절부터 해야 옳다. 당장 팔을 걷어붙이고, 스크럼을 짜서 응전태세를 취해야 한다. 그럼에도 솔개 만난 꿩병아리처럼 땅바닥에 고개부터 파묻어서야 될 말인가.

세상일이라는 게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이리 볼 때와 저리 볼 때가 다르다. 이번 총선만 봐도 그렇다. 꼼꼼히 살펴보면 20대 총선과 별반 다르지 않다. 진보의 수치에 변동이 없고, 그저 ‘4+1’이 1이 된 것에 불과하다. 지역구 득표 면에서도 민주당이 49.9%, 통합당이 41.4% 정도로 한 8.5% 포인트 정도 뒤졌다. 그렇다고 민주당은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다고 뻐갤 것도 아니다. ‘4+1’ 때보다 여당 단독이라는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총선압승 여파일까? 어떤 여권 인사는 팩트도 없으면서 허위사실을 퍼뜨리며, 현직 검찰총장을 겁박하는가 하면, 오거돈 부산시장의 부하직원 성추행 사건이 터져 나왔다. 권력에 의해 법치를 흔드는 것은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처사다.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다는 것은 모든 것을 다 잃을 수도 있다. 민심은 물과 같기 때문이다.

2년 후면 정권의 향배가 달려 있는 대통령선거다. 민주당의 향후 50년 집권 천명에 맞서 통합당을 비롯한 야권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중요한 것은 선거가 움직이는 과녁을 향한 활쏘기와 같다는 점이다. 과녁이 움직인다는 것은 민심의 향배와 일맥상통한다. 움직이는 대선의 과녁을 누가 명중할 것인가? 오만한 시선으로는 과녁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총선패배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겸허함 속에서 자기성찰과 새로운 비전을 창출할 수 있어서다. 그러고 보면 이번 대선은 야당이 전열만 정비하고 대차게 나선다면 겨룰만한 선거가 될 것 같다. 세상의 이치가 중용(中庸)이고, 정치도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

통합당 전국위원회는 28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를 추인했으나 막상 김종인측는 “추대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수락을 거부했다. 만약 수락한다면 통합당은 1년2개월만에 비상대책위 체제로 들어서는 셈이다. 김위원장은 두어 번 정권창출 킹 메이커 역할을 한 터라 기대가치가 있을 법도 하다. 누가 사령탑이 되던 귀를 크게 열어주기를 바라면서 몇 가지 제안을 할까 한다.

첫 번째, 총선 패배 원인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간판은 그럴싸하게 미래통합당이라 해놓고, 고작 8석의 바른미래당만 합쳤을 뿐이다. 중도성향의 안철수 신당과 우파인 자유공화당은 발을 내밀기도 전에 문을 닫았다. 황교안대표와 유승민의원의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증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서한을 철저하게 뭉개버린 것도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위 태극기부대도 정치세력이고 ‘표’인 것만은 확실하다. 통합의 실패가 패인이라면 지금이라도 중도를 표방하는 안철수 신당과 흩어져 있는 보수세력을 모아 진정한 통합을 이룰 필요가 있다.

두 번째,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 ① 먼저 시대정신에 맞는 당명부터 바꾸어야 한다. ② 그 다음으로 대선 주자로 나서지 않는 리더십 있는 당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 ③ 당내에 머물지 말고, 바깥으로 눈을 돌려 훌륭한 대통령후보를 발굴해야 한다. 꼭 40대기수론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인재는 나이와 상관이 없다. 덕망과 참신성은 물론 미래를 보는 혜안과 비전이 있으면 그만이다. ④ 남아프리카공화국 만델라처럼 국민 대통합을 이룰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뛰어난 인물은 삼고초려가 아니라 오고초려도 불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인재영입 기구가 필요하다.

세 번째, 대선과녁을 명중시키는 궁사와 독전관이 필요하다. ① 작년도 패스트트랙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선수를 사선에 세워서는 안 된다. ② 움직이는 과녁을 볼 수 있는 눈 밝은 책사를 찾아야 한다. ③ 담대하고, 패기 넘치는 궁사를 뽑아야 한다. ④ 정의를 위해 목숨을 내놓을 줄 아는 청렴성과 강단을 지닌 인사가 절실하다. 그리고 읍참마속할 수 있는 독전관이 필요하다.

네 번째, 여권 180석을 뛰어넘는 기지를 발휘해야 한다. 180석은 단지 법률을 제정하고, 개폐할 수 있는 정족수일 뿐이다. 맘대로 그릇된 법을 만들려고 하면 5천만 국민을 등에 업고 불속이라도 뛰어 들어갈 수 있는 기지와 용기가 필요하다. 이순신장군은 12척의 배로 왜적을 섬멸했다. 100석이 넘는 의석이 결코 적은숫자가 아니다. 골프채보다는 지역현장에서 민심을 읽어야 하고, 비판에 앞서 대안제시를 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야 국민이 다가온다. 움직이는 대선과녁의 명중은 순전히 절실하게 기다려온 사람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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