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기본을 다시 생각하자
삶의 기본을 다시 생각하자
  • 승인 2020.04.29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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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젠더와 자치분권 연구소장
봄꽃이 피었다 지고 초록이 점점 진해지는 사이 코로나19는 서서히 모습을 감추고 있다. 걱정했던 일상이 조금씩 제 자리로 돌아가는 듯 보인다.

하지만 앞으로의 일상은 코로나19 경험 이전과 달라야 한다. 어딘가에 숨어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도 “코로나 이전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렵다”고 선언했으며, 존 그레이는 “세계화 시대는 끝났다”며 “방역 최전선에 서지 않은 이들은 변화된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는 재난 관리, 안전과 관련된 국가 시스템과 일상적인 안전 불감증에 경종을 울렸으며, 의식 변화와 시스템을 점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우리는 정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개인의 건강한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 더불어 지구촌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세계화시대를 생생하게 경험했다.

정부는 국내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서서히 진정되면서 이후 시대를 대비해 ‘한국판 뉴딜’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급부상한 ‘언택트(비대면)’ 산업의 활성화 등 우리나라의 앞선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를 고도화하고, 원격진료와 원격교육 플랫폼이 강화되는 등 일상의 변화를 위한 큼직한 구상들이 나올 것이다.

전염병 예방과 치료에 대한 시스템을 갖추고, 전문가를 양성하고 만일의 사태에서 국민을 보호하고 치료하는 일, 뜻하지 않은 재난으로 힘들어하는 국민들을 위해 사회적 안전망을 꼼꼼하게 깔아두는 일은 정부가 할 일이다. 더불어 이러한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정책을 결정하는 정치인을 뽑는 것은 국민의 일이다. 정부가 관심가져야 할 영역이 새롭게 나타나고 넓어지듯이 지방정부 정치인을 뽑는 주민의 역할도 좀 더 커진다. 주민들은 봉사 그 이상의 의제를 만들어야 하며 지역공동체는 이를 선도해야 한다.

지난 2월18일 대구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대구는 엄청난 패닉에 빠졌다. 주민들이 서로 접촉을 꺼렸고 길거리는 을씨년스러웠다. 심지어 전화도 하지 말자는 어르신들도 있었다. 이후 대구는 코로나19의 진원지라는 주홍글씨를 달고 대구 주민들은 타지역 방문을 거부당하는 수모를 견뎌왔다.

멈춘 일상을 서서히 회복해가는 가운데 코로나19로 피해를 보고 있는 이들에게 사회적 돌봄과 지원의 손길을 보내는 사회·심리방역이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나로부터 나온다. 그러므로 국가 구성원으로서 우리도 달라져야 한다. 바이러스 공포에 떨었던 개인도 혁신이 필요하다.

첫째, 건강한 몸과 마음 가꾸기를 일상화하자.

면역력을 키울 수 있는 건강한 먹거리를 비롯해 자신을 위한 시간과 공간을 더 많이 만들자. 안전하게 재배되고 유통되는 건강한 먹거리와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은 필수적이다. 먹거리를 속이는 일에 관용을 베풀지 말고 불안한 환경은 바로 바꾸도록 요구하자.

둘째,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 일에 시간을 보태자.

무엇보다 부모나 어려운 친척 등을 포함한 주변의 가장 약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두자. 일상이 정지되면서 경제적 압박이 커지는 저소득층이나 돌봄·가사 부담이 커지는 여성·주부들, 물리적 거리두기가 어려운 20대나 비정규직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도울 수 있는 일을 돕자. 말 한마디, 한 잔의 차가 심리적 치료제가 될 수 있다.

마을공동체 활동은 힘들 때 내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보험이라 여기고 동네를 돌아보자.

셋째, 정치에 관심을 가지자.

자본주의의 최첨단을 걷는 미국처럼 기업과 시장에 극도의 자유를 줬다면 우리도 치료비가 없어 치료를 못받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정치는 국가의 방향을 바꾼다는 점에서 정치인의 행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약속을 지키는지, 모두를 위한 살림의 정치를 하는지 살펴야 한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쉽게, 싸게 치료를 받는 의료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니 좋은 제도가 무너지지 않도록, 공공의 자금을 아껴서 제대로 쓰고 있는지 눈을 부릅뜨고 살피는 일도 우리가 할 일이다.

늘 그렇듯이 위기는 또 다른 기회를 만든다. 지금을 잘 활용하면 또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기의 좋은 약이 될 것임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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