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소리 또한 부처님 말씀 - 부처님 오신 날에 부쳐
새 소리 또한 부처님 말씀 - 부처님 오신 날에 부쳐
  • 승인 2020.04.3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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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어제는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관한 일화 가운데에는 새(鳥)가 많이 등장합니다. 항상 준비하지 않고 게으름 부리다 망한 한고조(寒苦鳥), 혼자 욕심 부리다가 망한 기파조(耆婆鳥),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교휸을 주는 비익조(比翼鳥) 이야기 등은 모두 불교 설화에서 기인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새 소리 물 소리 또한 부처님의 법음이며 가르침이어라.’라는 뜻을 지닌 ‘鳥鳴流聲妙法音(조명유성묘법음)’이라는 구절도 새(鳥)로부터 시작합니다. 세상 곳곳이 곧 법당이라는 ‘처처법당(處處法堂)’과도 통한다 하겠습니다.

이 밖에도 ‘악을 짓지 말고 선을 행하라’라는 부처님의 가장 큰 가르침을 풀어낸 선사들의 일화에도 새가 등장합니다.

백거이(白居易)로도 불리는 당(唐)나라 때의 시인 백낙천(白樂天, 772~846)과 도림선사(道林禪師, 741~824)가 불교의 가르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에도 새가 등장합니다.

백낙천은 이백(李白), 두보(杜甫) 및 한유(韓愈)와 함께 당나라의 4대 시인이며 당송(唐宋) 600년 역사에 우뚝한 8대 문장가였습니다. 만년에는 불교에 귀의하여 18년간 수행 후 열반에 드신 재가불자입니다.

도림선사는 중국 항주 진망산에 들어가 낙락장송 가지 위에 올라앉아 참선을 하였으므로 당시 사람들이 조과(새둥우리)선사, 작소(鵲巢, 까치집)선사라는 별명으로 불렀습니다.

이 무렵, 그 지역 태수로 부임한 백낙천이 도림선사의 고명함을 듣고 그곳을 찾아갔습니다.

선사는 나무 위에서 백낙천이 오는 것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눈이 마주치자 백낙천은 나무 위를 쳐다보고는 인사 겸 먼저 말을 꺼내었습니다.

“사람이 어찌 새처럼 나무 위에 앉아계십니까? 선사께서 계신 곳은 매우 위험해 보입니다.”

“나는 새를 닮아가고 있으니 무슨 걱정이 있겠소? 땅 위에 서 있는 그대의 위험이 더 심하지 않겠소?”

“이렇게 벼슬을 얻었는데 무슨 위험이 있겠습니까?”

“높은 벼슬자리는 곧 장작과 불이 서로 사귀는 것과 같이 쓸데없는 생각이 끊어지지 않는 자리이니 어찌 위험하지 않겠소? 밖으로는 벼슬을 유지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수작을 해야 하고, 안으로는 가정살이로 인한 번뇌로 마음의 고통이 끊이지 않을 테니 그대가 비록 단단한 땅 위에 발을 딛고 서 있다고는 하나 높은 나무에 앉아있는 나보다도 더 위험한 게 아니겠소?”

“그럼, 어떤 것이 불법(佛法)의 대의(大意)입니까?”

“악을 짓지 말고 선을 쌓으시오.”

“그건 세 살 먹은 아이도 다 아는 말입니다.”

“하지만 팔십 먹은 노인도 실천하기는 어렵소.”

이 일화에서 도림선사는 새에 비유되고 있습니다. 도림선사는 새처럼 나무 위에 앉아서 세상을 바라보았습니다. 새처럼 주어지는 대로 먹고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관조하는 삶이 필요하다는 가르침으로 다가옵니다.

불교에서 새는 청빈한 삶을 살아가는 현자(賢者)로도 나오지만 욕심에 눈이 먼 우둔(愚鈍)한 자로도 나옵니다. ‘백유경(百喩經)’에는 길가에 떨어진 곡식 낟알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며 주워 먹으려다, 마침내 곡식가마니를 싣고 달리는 마차에 치어 숨을 거두고 마는 새 이야기가 나옵니다.

적당한 때에 날아올라 마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하는데 작은 욕심에 눈이 멀고 말았던 것입니다.

우리 둘레에도 이와 같이 작은 욕심에 눈이 멀어 큰일을 놓치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에 즈음하여 우리 자신을 한 번 더 깊이 들여다보는 일이 필요하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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