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물류창고 참사 … 안전한 나라는 언제쯤

29일 경기도 이천의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 폭발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 이날 노동자 38명이 숨지고 10여명이 중경상을 당했다.(30일 오전10시 현재) 사고 당시 지하2층 지상4층의 건물 안에서 78명이 작업 중이었다. 지하층에서 갑자기 폭발과 화재가 일어난 뒤 순식간에 위층으로 불길과 연기가 퍼지는 바람에 대피하지 못했다. 과거 물류창고 화재와 닮은꼴이다. 정부가 재발방지를 다짐하는 것도 닮았다.

이번 화재는 지하 2층에서 샌드위치 패널에 우레탄 도포작업 중 유증기가 폭발하면서 피해가 커졌다고 한다. 작업자들이 미처 피할 겨를도 없이 불길과 유독가스가 건물 전체로 번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08년 같은 이천에서 일어난 냉동창고 공사장 화재참사와 판박이다. 당시에도 작업자 40명이 숨졌다. 내부단열재로 우레탄폼을 썼고, 건물외벽은 샌드위치 패널이었다는 것도 똑같다.

냉동창고는 열기에 매우 약한 스티로폼이 들어간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다. 얇은 철판 사이에 스티로폼을 넣어 만든 이 패널은 값이 싸고 단열성이 뛰어나 대부분의 냉동창고 건축에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불이 나면 열에 약한 스티로폼과 함께 우레탄폼으로 마감된 내부에서 엄청난 유독가스를 내뿜고 막대한 인명피해로 이어지게 된다. 우레탄이 불에 타면서 배출하는 시안가스는 인체에 치명적인 독가스다.

청와대에서는 이날 물류창고 화재와 관련해 긴급대책회의가 열렸다. 문재인대통령은 “밀양·제천 등 대형화재 이후 범정부차원에서 만든 각종 화재안전특별대책을 마련하여 추진했으나 또다시 대형화재가 발생한 만큼 정부의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되었는지 꼼꼼하게 점검하고, 이런 불상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라”고 정세윤 총리에게 주문했다. 고용노동부에게는 “공사장에서 반복적으로 화재가 발생하는 원인을 찾고, 그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하지만 정부가 관계 법령만 보완했어도 막았을 참사인 줄은 모르고 있다.

당장 샌드위치 패널에 대한 법 규정부터 보완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단열재 벽에 대한 안전규정이 없다. 당연히 처벌규정도 없다. 그런 탓에 건축주들은 값싼 단열재를 사용하게 된다. 물류창고 대형화재가 잦은 이유다. 지하철처럼 불연재 사용을 의무화해야 물류창고 참사를 막을 수 있다. 안전을 전담하는 부처까지 만들었지만 국민은 잇달은 대형화재에 불안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