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적 거리?
연애적 거리?
  • 승인 2020.04.30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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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피어리결혼 정보회사 대표·교육학 박사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총성 없는 전쟁이다. 바이러스가 인간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숙제가 우리 앞에 던져졌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대응방향을 잘 잡아서 선제적 치료를 함으로써 확진자도 점차 줄고 사망자도 다른 나라에 비해 적은 편이라 급한 불은 끈 셈이다. 하지만 코로나가 완전 종식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 손씻기 등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등 공동체적 규칙을 잘 지켜 마무리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아름다운 인연 맺음을 업으로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근래 몇 달간은 참으로 난감한 시간이었다. 한 달에 한 두 번씩 오가던 베트남 신부와의 국제결혼은 연기에 연기를 거듭하고 있고, 국내 처녀 총각들의 소개팅도 코로나로 인해 무산되거나 날짜도 정하지 못한 채 미뤄지기 일쑤다. 봄바람 살랑살랑 불어오고, 온갖 꽃들이 만발한 이 좋은 웨딩시즌에 예기치 못한 방해꾼이 나타났다.

얼마전 일이다. 양쪽 집안에서 결혼을 서두르고 있는 터라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있긴 하지만 불가피하게 만남을 주선하였다. 처녀의 집이 경주라서 데이트 코스를 경주로 잡았고 두 청춘남녀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나름대로 데이트를 했다. 헤어질 때 총각은 처녀가 시내버스를 타고 들어가겠다고 하는 걸 대중교통 이용이 위험하다면서 집까지 바래다 주었다. 이후 총각은 처녀가 배필이 아니라고 판단이 들어서 결혼 성사가 되지 않았다. 그러자 처녀측 어머니가 발끈했다. 결혼 할 것도 아니면서 왜 집까지 데려다 주었냐는 것이다. 괜스레 집 주소며 정보가 노출되었다고 화를 내며 회원 탈퇴를 해버렸다. 총각은 한번의 만남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대중교통이 위험하여 상대방을 배려한 것 뿐이었는데 오히려 원망을 듣게 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새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에 대해 생각해본다.

현재 팔십, 구십대 어르신들은 신랑 신부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결혼해서도 아이 줄줄이 낳고 잘 사셨다. 그후 중매결혼의 시기를 거쳐 자유연애시대가 오면서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로 인한 사회적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만나자마자 금방 사랑에 빠져버림으로써 결혼후 아이 낳고 살면서 소위 ‘내 눈 내가 찔렀지’ 한탄과 함께 이혼을 선택하는 커플이 점점 늘어나 이혼율 상승에 한 몫 하게 되는 것이다. 하기사 눈에 콩꺼풀이 씌이지 않고 요리조리 재고 조목조목 따진다면 결혼 성사가 제대로 될지도 미지수이지만…. 남녀 관계는 하나에 빠지면 다른 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게 특징이긴 하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물리적 거리가 제한되다 보니까 정서적 거리 마저 멀어지면 어쩌나 우려된다. 위기는 기회와 함께 찾아오는 세상 이치를 생각해 볼진대 사회적 거리와 연애적 거리가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도 든다.

남녀 사이 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과 인간 사이에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할 지도 모른다. 이 적당한 거리가 상대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가깝다고 툭 툭 뱉어버리는 치명적인 말 한마디를 숨 한번 쉬고 참아보는 약간의 텀(term)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연애적 거리~

조금 떨어져 걷다 보면 그 사람의 옆모습은 물론 뒷모습도 볼 수 있다. 그 사람 머리 위로 떨어지는 벚꽃잎 하나. 어깨를 스쳐가는 바람 한 자락. 달빛에 비치는 곤한 뒷모습에 마음이 애잔하게 설렐지도 모른다.

코로나19가 종식될 때 쯤, 연애적 거리가 좁혀져 단숨에 결혼에 골인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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