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TK마저 통합당을 버렸더라면···
[기자수첩]TK마저 통합당을 버렸더라면···
  • 승인 2020.04.3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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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 정경부 차장
4·15 총선이 끝나고 며칠 뒤 서울에서 살고 있는 고향 친구와 통화할 일이 있었다. 평상시 같으면 정치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가 아니었지만 때가 때인지라 총선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그 친구는 대뜸 “대구·경북(TK) 너무 심한 것 아니냐. 미래통합당 지지하는 TK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며 평소와는 다른 다소 거친 말투를 내뱉었다. 사실 그 친구도 경북 청송 출신으로 이른바 TK 사람이다. 그 친구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나도 그쪽 출신이지만 통합당 하는 꼬라지(꼬락서니) 보면 한심하다. 그런데도 (이번 총선에서) 통합당에 싹쓸이를 안겨주는 것 보면 참 다른 나라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도 그렇고 꼭 TK가 섬처럼 느껴져서 안타깝다”라고 덧붙였다. TK 사람들이 무슨 대역죄를 지은 것처럼 하는 말투였다.

이쯤 되면 뭔가 반격해야 하는 의무감이 들었다. 기자이기 전에 TK 사람으로. 나는 이렇게 말했다. “니 말이 맞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왜 TK 싹쓸이만 이야기하고 다른 지역 싹쓸이는 이야기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사실 중앙·지방 가릴 것 없이 신문·방송 등 언론들은 TK의 통합당 석권에만 비판적으로 치중하고 ‘TK 자민련’ 운운하며 TK 지역민의 선택이 잘못된 선택이라는 뉘앙스를 풍기기에 바빴다.

그 친구에게 또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그러면 서울의 41대 8은 정상이냐. 서울사람이 한쪽으로 치우친 것은 왜 말하지 않나”라고. 실제 TK의 통합당에 대한 절대적 지지도 문제지만 다른 지역의 민주당 몰표도 심했으면 심했지 덜하지 않았다. 서울 41대 8을 비롯, 경기 51대 7, 인천 11대 1로 수도권은 103대 16이었다. 대전도 7대 0을 기록했고 전라도는 전북 9대0, 전남 10대 0, 광주 8대 0이었다.

우리나라는 대통령 중심제 국가이기는 하지만 의회 권력이 막강하다. 지난 탄핵사태도 따지고 보면 국회의 탄핵소추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다. 대통령도 권좌에서 물러나게 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이 있다. 한 번은 성공했고 한 번은 (헌법재판소에 의해) 실패했지만···.

이번 총선에서 통합당은 역대급 대패를 당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역대급 슈퍼 여당이 됐다. 180대 103(비례대표 포함)으로 승부가 갈렸다. 민심이 이렇게 심판했다. 거역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이번 총선 결과는 분명 민심의 준엄한 심판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정치성향에 따라 달리 해석하고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돌이킬 수 없는 역사적 사실로 이미 기록돼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런 결과가 우리나라 정치발전에 도움이 전혀 될 수 없고 권력의 집중화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고착화돼 향후 엄청난 후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마지막에 그 친구에게 이런 말을 했다. “만약 TK마저 통합당을 지지하지 않았다면 도대체 어떤 선거 결과를 바라는 것인가”라고. “300대 0이 되는 세상을 원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 않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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