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라는 직업
‘의사’라는 직업
  • 승인 2020.05.04 20: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우윤 SQ힉스아카데미 대표, 경영학 박사
타고난 적성이 문과였던 나는 ‘의사’라는 직업을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만일 나의 적성이 이과이고 혹 의사가 되고 싶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의과대학으로 진학한 몇몇 친구들은 졸업 후 의사가 되었다. 그 친구들은 갑작스럽게 발생한 가족이나 교회 성도들의 사고와 질병에 대해 문의할 때마다 기꺼이 자문에 응해 주었다.

의사로서 해 준 그들의 자문은 매우 전문적이었고 정성스러운 것이어서 매번 적지 않은 도움을 받았다. 심지어 자기의 전공이 아닌 영역에서는 동료 의사에게 물어서 긴급한 나의 필요를 채워 주었다. 그리고 직업을 가지면서 교계와 사회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많은 의사들은 만나게 되었다.

그 때 그 분들과 가장 많이 나눈 대화의 하나는 의료계의 포탈 문제와 정직한 절세 등의 문제였다. 정직하게 세금을 내고 싶지만 어쩔 수 없는 의료계의 현실로 갈등하는 그들을 보며 함께 고민하기도 했다. 정직하게 세금을 내는 것이 신앙과 윤리의 중요한 척도라고 생각해 온 나는 박사 논문을 ‘근로소득자와 의사들의 조세 포탈’을 주제로 연구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난 후, 대부분의 지인 의사들이 매우 정직하게 세금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무척 큰 감동을 받았다.

의사 분들에게서 내가 받은 감동은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알고 지내던 몇 몇 의사 분들의 봉사와 섬김의 활약상은 내가 생각했던 수준을 훨씬 넘는 그 이상이었다. 몇 년 전, 인근의 가까운 목사들이 모여 지역을 위한 어떤 일을 기획하고 있을 때에 문제가 발생했다. 예산을 훨씬 초과하는 비용이 발생한 것이다. 초과 비용을 위해서는 기부를 받을 수 밖에 없었는데 고심 끝에 평소 알고 지내던 몇 몇 의사 분들에게 부탁을 드려 보기로 했다.

돈 문제로 부탁드리기가 어색했지만 상황이 급한지라 용기를 내어 결국 전화를 했다. 그런데 몇 몇 의사 분들에게 전화를 하면서 우리의 어색함과 쑥스러움은 곧 감동과 기쁨으로 바뀌었다. 왜냐하면 우리의 부탁을 들으신 대부분의 의사 분들이 정성과 기쁨으로 기부를 허락해 주셨고 오히려 ‘수고 많으시다’는 격려까지 듣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의사들이 목사들보다 훨씬 돈을 많이 번다고 해서 흔쾌히 기부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기부를 하지 않는다 해도 당연한 일이어서 오히려 부탁하는 것이 미안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전화를 끊고서 바로 송금해 준 의사 분들 덕분으로 우리는 그 일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햐, 설명을 길게 듣지도 않으시고 바로 송금해 주시네요. 평소에 알고 지내는 사이라 하더라도 이렇게 빨리 송금해 주실 줄은 예상하지 못했네요. 정말 고마운 분들입니다.”

그때 함께 일했던 동료 목사들이 한 목소리로 감탄했다. 의사 분들이 우리 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내미는 손길은 크고 그리고 곱다. 우리 사회의 이런 저런 필요를 위해 크고 고운 손을 내밀어 그들을 붙들어 준다.

이번 코로나 19가 기승을 부릴 때 대구 동산병원에서 자원봉사한 안철수 대표의 모습도 그 자체로 아름다웠다. 땀에 젖은 그의 옷을 보며 인간의 아름다움과 의사의 사명에 마음이 뜨거워졌다. 자기 병원 문을 닫고 코로나 감염 환자를 위해 봉사활동에 뛰어 든 친구 의사는 오히려 자기 아들이 감염되기도 했다. 모든 사람이 다 선하지 않듯이 모든 의사들이 다 선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의과대학에 진학하여 고생 끝에 전문의가 된 대부분의 의사들은 그들의 전문직에 부끄럽지 않게 살고 있는 듯하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나라의 의사들을 존경하게 되었다. 대구의 의사들을 참 좋아하게 되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친구 의사들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우리 딸도 이번에 서울에서 코로나에 감염돼 한 달 정도 격리되어 치료를 받았다. 경증이었지만 부모로서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완치 후 퇴소하면서 ‘의사 분들과 간호사분들이 너무 친절하게 대해 주시어 정말 고마웠다’고 했다. 우리나라가 정말 좋은 나라인 것을 새삼 느꼈다고 한다.

정말 그렇다. 이번 코로나19로 수고하신 의사 분들과 간호사 분들에게 ‘정말 수고하셨고 고맙다’는 말을 전해 드리고 싶다. 아마 우리 모든 국민들의 마음일 것이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