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국회의원의 정치적 무게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정치적 무게
  • 승인 2020.05.06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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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21대 국회가 열리지도 않았는데 비례대표의원 당선인들의 정치적 양태가 눈을 끈다. 그들의 입힘이 상당히 세다는 느낌을 받는다. 형식상 독립된 비례정당 소속이면서 나름대로 지지배경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생소한 비례당의 창당은 민주당이 작년 말 제1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군소정당들과 함께 4+1협의체를 만들어 준(準)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한데서 비롯되었다. 4에 속하는 소수정당들은 비례의석수를 늘릴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졌지만 1에 해당하는 민주당이 경쟁당인 미래통합당이 미래한국당이라는 비례당을 만든 것을 핑계 삼아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이라는 2개의 위성정당을 만들어 다수의 비례의석을 챙김으로서 4군소야당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형국’이 되었다. 정치는 생물이 아니라 의제된 조작이란 냄새를 확 풍기는 장면이다.

180의석을 가진 거대 민주당이 자기 비례정당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열린민주당 1번 당선인이 결격사유가 없는데도 도시기획전문가 보다는 언론개혁이 더 중요하다면서 언론출신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라며 사표를 내라고 했다. 1번이 사표를 내면 청와대 출신 4번 K후보가 당선되기 때문이다. 비례의원을 입맛대로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은 국회의원을 임명제처럼 여기는 위험한 착상이다. 1번 당선인이 말을 듣지 않고 있는 데 그 끝을 봐야겠다. 같은 열린민주당의 C 당선인의 당선 일성은 검찰개혁과 윤석열 타도였다. 그는 검찰의 피의자 소환조사에도 3차례나 불응하면서 공권력에 도전하는 태도를 보였다. 지금 재판을 받고 있는 청와대 출신이다. 더불어시민당은 비례대표 Y당선자에게 사표를 종용하다가 불응하자 제명처리 했다. 비례의원이 제명되면 무소속으로 그 지위가 유지되므로 이제는 그 모당(母黨)인 민주당이 나섰다. 당에서 공천 검증이 미흡했다며 공식사과까지 하면서 당선자가 스스로 물러나라고 압박했다. 이에 불응하자 민주당은 더불어시민당과 같이 ‘재산축소 신고 및 부동산 실명제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는 것이다. 무슨 말 못할 사정이 있는지 모르지만 자기들이 심사숙고하여 공천한 비례당선인을 왜 내몰려고 하는지 자못 궁금하다. 정당의 강압에도 굴하지 않는 당사자의 용기도 대단하지만 그 귀추가 주목된다.

지금까지 자당소속 의원을 안면 몰수하고 불법을 내 세워 고발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이처럼 비례의원을 가볍게 처리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국민들은 비례대표선거의 함정과 복잡성에도 정당만 보고 투표하면 된다는 간단한 말에 쉽게 표를 던졌다. 지역국회의원은 유권자가 투표대상자를 골라 투표하는 직접선거지만 비례대표의원은 정당에 투표하면 정당에서 정한 순번대로 당선자가 나오기 때문에 어떤 측면에서는 간접선거인 것이다. 국민과는 거리가 먼 철저한 정치적 선거라 할 수 있다. 비례대표의원은 특정집단의 대표성을 갖는 경우도 있지만 지역구의원에 비하여 포괄적 대표성이 미약하다. 비례의원의 일반적 희망은 지역구 국회의원이 되고 싶은 것이다. 비례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권한은 동일하지만 뭔가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어 보인다.

그래서 소속 정당에 충성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때로는 돌출행동도 서슴지 않는 것 같다. 21대 비례대표 당선인들 가운데 뭔가 전례 없이 힘을 과시하려는 이들이 다수 보인다. 집권당은 그렇다 치더라도 야당도 이에 못지않다. 미래한국당 J당선인의 김정은 사망설이 그 좋은 예다. 21대 국회에는 47명의 비례의원들이 있다. 그들의 면면을 보면 비례대표선거 본래의 의도와 거리가 있는 인사들이 더러 보인다. 교과서적인 비례대표는 지역구선거에서 뽑을 수 없는 전문성을 가진 인물을 찾기 위함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비례대표 후보자는 사회적으로 특이한 행태를 보인 인물, 정당의 후광인물, 압력단체 및 이념집단 등 전문성과 동떨어진 인물들이 대거 추천되고 있다.

비례대표제는 국민을 위한 제도라기보다 정치집단의 필요성에 의해 만들어진 제도다. 나는 비례대표제를 없애자는 주장을 줄곧 해 왔다. 비례대표제를 없애면 국회의원을 줄이자는 국민들의 여망에도 부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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