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기
성범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기
  • 승인 2020.05.0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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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대구 형사·부동산 전문 변호사
직장인 A씨의 상사였던 B씨는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A씨를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하자 참다못한 A씨는 2013. 1. 1. B씨를 경찰에 고소했고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B씨는 줄곧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였지만 2015. 12. 30.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되었으며, 다시 B씨가 항소하여 2016. 9. 30. 2심에서도 유죄판결이 선고되고 이후 확정되었다. B씨의 유죄가 확정되자 2016. 10. 31. A씨는 다시 B씨를 상대로 성추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자 B씨는 “성추행 후 3년이 이미 지났으므로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하며 맞섰다.

민법 제766조(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는 ①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②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 위 2개의 시점 중 빠른 날이 도래하면 손해배상청구권을 영원히 행사하지 못한다는 의미이고 이를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완성’이라고 한다.

성범죄자의 가해행위는 불법행위이고, 범죄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영구적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고 위 법조문과 같이 성범죄가 발생일로부터 10년이 경과하면 행사할 수 없고, 특히 피해자가 성범죄 가해자가 누구인지 및 그 행동이 성범죄이고 피해자 자신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것을 인식했다면 그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하면 역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통상적으로 성범죄 피해자는 가해를 당하는 순간 가해자 및 피해를 인식함과 동시에 손해를 알았다고 인정될 것이므로 성범죄 발생일로부터 3년이 경과하기 전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소송과정에서 가해자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을 피할 수 있다.

사례에서는 피해자 A씨가 2013. 1. B씨를 경찰에 고소하였고 그 무렵 가해자 및 손해 발생을 알았다고 할 수 있으므로 2016. 1. 1. 이전에 민사소송을 제기하여야 하는데 2016. 10. 31. 소송을 시작하였으므로 이미 3년 10개월이 경과한 후이므로 ‘손해 및 가해자를 안날로부터 3년’이 경과한 것으로 보여 소멸시효 완성이 인정될 수 있다.

그렇지만 판례에 의하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은 피해자가 손해와 가해자를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날을 의미한다”며 “손해의 발생 뿐만 아니라 위법한 가해 행위의 존재, 가해 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등 불법행위 요건 사실까지 인식한 날을 의미하며, 이는 손해배상 청구가 사실상 가능하게 된 상황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사례의 경우 B씨가 범행을 계속 부인하면서 무죄를 다투었고, 이후 형사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되었으므로 A씨 입장에서는 혹시 B씨가 무죄가 될 수도 있어 섣불리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기 곤란한 사정 등이 있다고 보여지고 형사재판 제1심 판결이 있던 2015. 12. 30. 무렵 B씨의 성범죄가 불법행위로 인정되었으므로 그 무렵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고 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볼 수 있어 2015. 12. 30. 이후를 기준으로 3년이 경과하기 전인 2018. 12. 30.까지 손해배상청구소송이 가능하고 A씨는 그 전에 소송을 제기하였으므로 아무런 문제없이 소송에서 승소할 수 있다. 만일 B씨가 성폭행 직후 자신의 성폭력 범죄행위를 전부 인정하고 A씨가 형사고소하지 않았다면 실제 성폭행일 또는 자백일을 기준으로 3년의 기간을 계산하여야 하므로 늦어도 2015. 12. 31. 이전에는 민사소송을 시작하여야 하고 이후 소송을 제기하면 소멸시효 완성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성폭행 사건 뿐만 아니라 교통사고, 폭행사건 등 불법행위임을 전제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의 경우 3년의 소멸시효가 문제되는 사건이 많은데 위의 사례가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다만 피해자는 기본적으로 ‘사건, 사고 발생일’을 기준으로 3년이 경과하기 전에 소송을 시작하여야 위와 같은 분쟁을 피할 수 있다. 세상사 미루어서 득 되는 것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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