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이 천성이 된다 (習與性成)
습관이 천성이 된다 (習與性成)
  • 승인 2020.05.0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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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대경예임회 회장
전 중리초등학교 교장
어린이날 하루 전 경주 양남면에 있는 아들집에 갔다. 마침 손자가 텔레비전을 켜놓고 초등학교 2학년 영상수업을 듣는 중이었다. 일단 조용히 해야 되겠다는 생각에 두 살짜리 손자를 데리고 옆방에 가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담임교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손자가 또렷또렷하게 대답을 하는 모습을 보니 대견스러웠다. “역시 재훈이는 KS마크야!”하고 담임선생님의 칭찬이 이어졌다.

전화 통화를 하면서 손자가 연필로 적어 놓은 쪽지를 보았다. ‘절박’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줄로 죽 그어놓은 곳에는 ‘일이 급하다.’라는 부연도 있었다. 나중에 손자에게 그 뜻을 물으니 어휘의 의미를 대충 알고 있었다. 며느리는 요즘 손자 재훈이가 혼자서 책도 열심히 읽고 운동도 열심히 한다고 귀띔해 주었다. 형이 공부할 때는 둘째도 옆방에서 혼자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습관이 되었는데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시니까 마음이 믿는 구석이 있어서 안하던 행동을 하는 것이란다. 아이들의 사고는 원래 유동적이니까 그럴 수도 있을듯하다. 대학 때는 ‘유아의 사고는 알록달록하다.’고 은유로 배웠었다.

윌리암 제임스는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성격이 바뀌고, 성격이 바뀌면 운이 바뀐다.’고 했다.

공자의 손자인 자사는 중용에서 ‘하늘이 준 것이 천성이다. 그 천성에 따르는 것이 도(道)이고, 도를 닦는 것을 교(敎)’라고 했다. 천성은 물론 성격을 함의한다. 성격을 바꾸기 위해서는 교육에 의해서 습관을 바꾸면 된다.

서경에 ‘습여성성(習與性成)’이라는 말이 있다. ‘습관이 천성이 된다.’는 뜻이다. 하나라의 포악한 군주 걸(桀)을 물리친 탕왕은 상(은)나라를 세웠다. 그리고 세숫대야에 ‘진실로 날로 새로워지려면, 날이면 날마다 새로워져야 하고, 또 날마다 새로워지리라.’고 글자를 새겼다. 이것이 탕지반명(湯之盤銘)이다. 매일 세수를 하면서 처음의 마음을 다잡기 위한 자신에 대한 훈계의 방법이었다. 그 습관이 성격으로 바뀌어 탕은 어진군주가 되었다.

재상 이윤은 탕왕을 도와서 상(은)나라를 세운 일등공신이었다. 탕의 아들 태정이 일찍 죽었기 때문에 손자 태갑이 왕위에 올랐다. 그런데 태갑은 백성들을 위한 정치에는 관심이 없고 어정쩡하게 세월을 보냈다. 이윤은 태갑에게 “습관이 천성이 됩니다.”하고 간언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태갑의 행동은 태만하고 정사에 관심이 없었다. 보다 못한 재상 이윤은 탕왕의 사당 옆에 동궁을 짓고 그곳에 태갑을 유배 보냈다. 태갑은 삼년동안 동궁에서 근신의 생활을 하였다. 할아버지 사당을 보면서 많은 생각의 변화를 보였다. 이윤은 그때서야 태갑을 도읍지 박(?)의 궁궐로 불러들여 즉위식을 하였다. 태갑은 한 평생 미혹되지 않았고 성군이 되었다.

사실 ‘생각을 한다.’는 것은 문제해결에 목적이 있다. 그 문제해결도 절박하면 더욱 머리의 두뇌회전을 빠르게 가져오리라. 윌리암 제임스의 말을 역으로 음미해보자. ‘나의 운을 바꾸기 위하여 성격을 바꾸고, 성격을 바꾸기 위하여 습관을 바꾸고, 습관을 바꾸기 위하여 행동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기 위하여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로 말이다.

여기에 생각은 자주적일 때, 합리적일 때, 적극적일 때, 창조적일 때에 어려운 문제해결에 더욱 도움이 된다. 문제해결력은 오랫동안 되풀이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행동으로 나타난다. 습관이 된다. 좋은 습관 만들기는 교육의 근간이다. 어떻든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가방을 챙기는 필자에게 둘째 손자가 안아달라고 두 손을 내밀며 눈동자를 마주친다. 애틋하다. 마음이 짠하다. 차를 타고 떠나는데 맏손자가 “할아버지 내일 가세요.”한다. 눈동자가 마주쳤다. 마음이 뭉클하며 눈물이 핑 돌았다. 아이들에게도 헤어짐의 아쉬운 절박함이 있나보다. 손자 둘은 울었다. 맹자는 ‘마음이 바르면 눈동자가 밝고, 마음이 바르지 못하면 눈동자가 흐려진다. 말을 들으면 그의 눈동자를 살펴야 한다. 눈동자는 자기의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인해서 학생들은 공부하는 습관이 가정환경에 따라 천차만별로 다르게 형성되어 있을듯하다. 가능하면 학교에서 말을 하며 서로 간에 눈동자를 마주쳐야 한다. 분명 교육은 습관이 천성이 되도록 하는 위대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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