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태 경영칼럼]코로나19 이후의 시장변화와 기업경영
[배종태 경영칼럼]코로나19 이후의 시장변화와 기업경영
  • 승인 2020.05.0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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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전 중소기업학회장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총체적 노력을 통해 비교적 성공적으로 대처해 왔다. 그렇지만 코로나19는 감염증 그 자체를 넘어 우리의 삶이나 경제·경영에 앞으로 더 길고 강력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의 세상과 이후의 세상은 많이 다를 것이다.



◇ 코로나19가 가져온 자각

그간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기업들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고, 소비자들은 끝없는 소비를 추구해왔다. 무엇보다 많은 조직들이 글로벌 경제하에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효율성과 수익성, 편리성을 추구하는데만 집중하고, 주변을 둘러보고, 미래를 바라보는데 소홀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으로 인해 선진국에서조차 경제체제, 사회 인프라 등의 취약성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그간 많이 지적되었던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점과 글로벌 공급망의 위험성 등이 한꺼번에 수면 위로 떠올랐다. 어쩌면 우리는 일시적으로 평화로웠던 여러 상황이 언제까지나 공짜로 계속될 것이라는 가정하에, 쉬지 않고 달려온 것은 아닐까?

바이러스 문제만 해도 그렇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는 인류 멸망의 시나리오를 기후 재앙, 핵 전쟁 등 10가지로 정리해서 발표한 적이 있는데, 그 중 6위가 변종 바이러스의 전파이고, 1위기 합성생물학의 발전으로 인한 새로운 바이러스 생산의 위험이었다. 사스 등 여러 차례의 감염증 유행을 통해 바이러스의 위험성은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전 세계는 이에 대한 대처 노력에 힘을 싣지 못했다.

우리 삶을 되돌아보아도 그간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해온 많은 것들을 우리가 큰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감사하게 누릴 수 있었음을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깨우쳐 주었다. 우리 삶의 목적은 무엇이고 무엇이 가장 소중한 것인지, 기업의 목적은 무엇인지, 우리 사회는 지금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인지, 멈추어 서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코로나19 사태가 제공해 주었다.

우리가 믿고 있고 당연하다고 생각해온 것들이 누군가의 또는 무언가의 희생 속에 이루어지고 있고, 후세가 누려야 할 것들을 우리가 미리 당겨서 다 써버리고 있다는 자각도 새삼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게 되었다. 기업들이 그간 기업을 둘러싼 환경들과 핵심역량에 대해 가졌던 기존 가정들, 즉 기업이론(theory of business)을 재검토해 보고 바꾸어야 할 시기가 되었다.



◇ 변화하는 시장과 고객의 특성

마케팅 분야의 구루인 필립 코틀러 교수는 코로나 바이러스 시대를 맞아 소비자들의 행동과 태도가 바뀌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자본주의의 본질을 바꾸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간 기업들은 혁신과 마케팅을 통해 고객들의 새로운 니즈를 충족시키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힘써 왔다. 자본주의는 끝없는 소비에 의존해 왔고, 사람들은 더 많은 상품과 서비스의 선택을 통해 개성화를 추구해 왔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만든 상대적 박탈과 불안의 시대는 소비자 행동과 태도를 바꿀 것이고, 코로나 사태의 영향으로 소비자의 성향 변화가 가속화되어 자본주의도 새로운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성장 자본주의의 한계와 반소비운동(anti-consumerism movement)의 확산으로, 소비자들은 더 많은 상품에 대한 무제한 욕망을 절제하게 될 것이고, 우리 지구가 무제한 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무제한 자원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공유하게 될 것임을 강조한다. 아울러 사회적으로도 가치 창출의 효율성 뿐만 아니라 가치 배분의 공평성이나 사회적 책임, 이해관계자의 행복에 대한 관심도 증대할 것으로 예측한다. 코틀러 교수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코로나19가 시장과 고객의 특성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에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한다.



◇ 새로운 방식의 기업 경영이 필요하다

이러한 시장과 고객의 행동과 태도의 변화와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 부각 등 산업환경의 도전 속에서 기업은 새로운 기업전략과 경영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코로나19는 많은 위기를 가져왔지만, 이를 새로운 변화의 계기나 기회로 활용하여 전략적 변신을 해야 한다. 위기는 ‘위장된 기회’이기도 하다. 대면사회에서 비대면 사회로, 오프라인 중심에서 온라인 시장의 확산으로, 대량생산에서 맞춤형 생산으로 바뀌는 추세를 우리의 사업 환경에 어떻게 접목해야 할지, 더 넓은 시각으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

또한 기업의 미션을 재정리하고 이를 구성원들과 공유해야 한다. 이제 기업의 목적이 이익 극대화나 성장을 넘어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극대화하는 노력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즉 사회나 환경, 협력업체 등 파트너, 투자자, 고객, 직원 등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하고 함께 가치를 창출하고 그 가치를 합리적 방식으로 배분하여, 이것이 더욱 창의적이고 효율적으로 더 나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선순환의 경영방식이 필요해진다.

아울러 코로나19는 4차산업혁명의 확산을 가속화할 것이다. 새로운 기술의 접목과 적용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도 모색되어야 한다.

물론 코로나19가 가져올 변화는 산업별로, 기업 규모에 따라, 업의 특성별로 다르게 나타나겠지만, 큰 물결과 같은 변화의 방향을 거스르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코로나19를 극복한 후에라도 코로나19 이전의 세계로 돌아갈 수 없다. 기업도, 개인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새로운 시각과 자각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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