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돌봄을 통해 사랑을 나누다
어르신 돌봄을 통해 사랑을 나누다
  • 승인 2020.05.11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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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용 금화복지재단 이사장, 교육학 박사
논어에서는 ‘기술자가 일을 잘하려면 반드시 먼저 연장을 예리하게 만들어야 하듯이, 인(仁)을 행하는 것 역시 먼저 의지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성숙하지 못한, 진정한 의미의 사랑과 인(仁)을 알지 못하는 저는 복지재단을 설립해 요양원에 계신 어르신들을 통해 사랑과 감성을 배웠다. 아주 어린 시절에는 어머니의 그리움으로부터, 그리고 어머니의 부재 속에 살아야 했던 초등학교 시절에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돌봄을 통해 진정한 효의 의미도 어렴풋이 알게 됐다.

제가 또 하나의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그것은 가족과 저를 아는 모든 사람이 서로 서로를 사랑하고, 사랑받을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모두가 가족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저는 마음을 열어놓는 공동체를 그리워한다. 서로 보듬으며 함께 있기를 원한다. 사실 지금의 저로서는 그렇게 사는 듯 하지만 그렇게 살지 못 했고 또 후회도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누군가에게 상처주고 상처 받은 그 모든 것이 사랑의 관계를 지속하고 싶은 무의식의 방어였음을 알게 됐다.

공자가 말하길 ‘효는 형식이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 공경이 없다면 진정한 효가 아니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몸으로 행해야 하는 것이다. 저는 복지재단 설립으로 요양원 어르신을 모시고 효를 다하고자 한다.

지금으로부터 56년 전. 아직은 엄마의 품에서 뛰어놀아야 하는 다섯 살 배기는 영문도 모르는 채 어머니와 헤어져 할머니와 살아야 했다. 초등학생이 되면서 장날이면 할머니와 저는 리어카에 감자 세 가마니를 싣고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며 십 여리 길을 가서 종일 감자를 팔았다. 어둑어둑 해질 무렵 장사를 마치고 돌아오던 길에 할머니는 벙어리 털장갑을 사서 줄을 메어 목에 걸어 주셨다. 그 사랑이 아직 따듯하다. 종일 감자 파느라 기다린 저에게 소다빵을 사주셨다. 그 정이 아직도 풍성하다. 보고도 싶고 울고도 싶었던 어머니에 대한 유년의 상처에 할머니 할아버지의 돌봄은 저를 병이 들지 않게 했다.

지나간 삶의 역정(歷程)속에서도 꿈의 실현이라는 처음의 가치를 버리지 않았기에 지금 마음속에 내면화되어 있는 어린시절의 그리움은 사랑을 키워가는 꿈이 되었다. 그래서 저는 꿈을 꾸고 꿈을 이뤄 가고 있다. 소다빵을 먹으며 좋아하던 그 아이가 자라 이순(耳順)이 된 지금, 금화복지재단을 설립해서 ‘존엄·행복·감성 케어’를 목표로 어르신들과 함께 살고 있다. 저는 이 일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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