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포츠, ‘대안’이 아닌 ‘선호’가 되길 희망한다
K-스포츠, ‘대안’이 아닌 ‘선호’가 되길 희망한다
  • 승인 2020.05.1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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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
한국애드 대표
지난 5일 프로야구, 지난 8일 프로축구가 개막했다. 지난 3월부터 미뤄진 개막 일정이 ‘무관중 경기’로 시즌을 시작하면서 야구는 시즌 144경기 완주를 목표로, 축구는 27경기로 축소 진행된다. 매년 시즌 개막을 기다려 온 팬들은 무관중 형태이든, 규모의 축소이든 간에 ‘시작’을 하게 되었다는데 안도했다. 비단 스포츠를 즐기지 않던 이들도 같은 심정이다. 언제나 같은 시기에 시작하고 끝나던 시즌 경기가 (조금 늦어지긴 했지만) 올해도 같은 형식으로 시작되었고, 앞으로도 그렇게 진행될 것이라는 사실은 불안했던 일상이 예전과 다름없이 돌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계기가 된 것이다.

사상 초유의 ‘무관중 경기’ 덕분에 팬들은 TV 앞으로 모여들었다. 여러 매체에서는 현장의 소리를 전하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로 경기를 직관하지 못하는 팬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분주하다. 게다가 해외 중계도 시작됐다. 미국과 일본 등 코로나로 자체 경기를 진행하지 못하는 국가에서 우리나라의 경기 중계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지난 5일 개막한 2020 KBO리그는 미국 ESPN과 일본 스포존(SPOZONE) 등을 통해 해외에서 생중계를 시작했다. 8일 개막한 K리그도 중국과 홍콩, 크로아티아 등 10개 나라에 중계권을 판매해 해외중계를 시작했다. 특히 K리그의 8일 개막전은 영어 자막과 해설을 입힌 화면을 유튜브와 트위터에 송출함으로써 스포츠 경기에 목마른 세계 팬들을 향해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평가는 일단 긍정적이다. 매년 수입만 해 오던 스포츠 콘텐츠를 수출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시작의 발판을 만들었으니 말이다. 또 처음으로 영어 자막과 해설을 입힌 축구 중계 콘텐츠 역시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둔 실질적인 시도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전 세계의 일상이 정지한 지금 K스포츠는 무료한 일상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관심을 받는 것일 뿐 콘텐츠 자체에 대한 평가는 아직 물음표다. K스포츠에 환호하는 여러 나라의 현실이 자체 스포츠 진행의 어려움에서 시작된 까닭이다. 중계방송 시청률과 같은 실질적인 지표가 아닌 KBO 공식 SNS 계정을 연결한 해외 이용자들의 태그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것만으로 K스포츠의 해외 진출의 성과를 마냥 긍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는 말이다. 실제로 미국 야구팬들이 KBO리그를 본다고 해서, 상당수가 한국야구를 응원하는 신규 팬으로 유입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사정이야 어떻든 간에 K스포츠가 해외에서 자리매김할 할 기회인 것은 사실이다. 각각의 리그를 세계적으로 알리고,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기회이자, 구단과 선수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가능하다. 중계로 가져올 수 있는 금전적 수익이 아니라, 국제 사회에 KBO리그와 K리그의 위상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독도는 대한민국영토’라는 영어 광고 펜스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설득력 있게 들릴 정도이니 K스포츠 해외중계의 의미는 이미 다각적으로 해석되고 있다.

동시에 콘텐츠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이미 시작한 시즌이지만 중계를 보여주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중계의 초기인 지금은 심판의 현란한 몸짓과 야구장의 광고판, 나아가 안경 쓴 야구선수의 모습까지도 이색적이라 시청자의 흥미를 끌 수는 있지만, 이는 그저 문화의 차이에 대한 관심일 뿐이다. 새벽 1시 또는 새벽 3시에 밤잠을 포기하고 TV 앞에 앉도록 하는 것은 이런 흥미 요소가 아니라 콘텐츠의 질이다. 물론 스포츠 중계에서 가장 중요한 콘텐츠는 경기 그 자체일 것이다. 매끄러운 경기, 훌륭한 예의, 선수들의 자질 등 스포츠 본연의 질적 요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보태어 보여주는 방법이나, 부가 콘텐츠 요소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선수나 구단의 역사를 알아야 몰입할 수 있는 야구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해당 캐스터들이 이를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다양한 자료를 지속적으로 제공함으로써 해외 야구팬의 신규 유입을 도와야 할 것이다. 야구 중계와 별개로 해외 시청자를 위한 소셜미디어의 운영과 콘텐츠 생산도 다양해져야 한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 시청자를 잡아 두고, 다음 해 시즌 개막을 기다리게 하는 것은 중계 그 자체가 아니라 중계를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의 힘이다. 세계의 스포츠 팬들이 K스포츠를 보기 위해 그들의 마음을 열었다. 당장 즐길 수 있는 ‘대안’이 아니라 즐겨 찾고 ‘선호’할 수 있도록 그 마음을 잡아야 한다. K스포츠 콘텐츠의 새로운 도전과 성과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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