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의 미래는 있는 것일까?
미래통합당의 미래는 있는 것일까?
  • 승인 2020.05.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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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해남 시인, 전 대구시환경녹지국장
4·15총선 후 “미래통합당의 미래가 있는 것일까?”가 세간의 화두로 회자되고 있다. 그만큼 충격적이었다는 증거다. 호랑이 등에 타더라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격언이 있다. 하지만 통합당은 갈지자걸음을 걸었다. 민심이 겨울철 간이역처럼 횅하게 바람이 일었다. 세찬 여론의 질타와 국민들의 엄중한 경고에도 진정한 반성과 자기 혁신의지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폭망’이라는 거친 표현이 튀어나올 정도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4년은 ‘따 놓은 당상’인데 “뭣 하러?”라는 기류가 팽배한 것 같다. 당이야 어찌되었던 나만 생각하는 일부 염통머리 없는 행동이 낳은 결과다. 그렇다고 미래가 없다고 단정 짓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국민의 호통이 너무 커서 어기가 차 우왕좌왕 할 수 있다고 보는 쪽이 있어서다. 그리고 지역구 득표 면에서도 민주당이 49.9%, 통합당이 41.4% 정도로 한 8.5% 포인트 정도 뒤졌을 뿐인데 호들갑을 떠느냐는 항변도 일리가 있어서다.

미래통합당의 미래에 대한 가장 근원적인 문제점은 한 마디로 당의 진정한 리더나 대통령후보감이 없다는 점이다. 정당의 미래는 정권창출에 있다. 더욱이 2년 후면 대통령 선거다. 기회가 온 것이다. 게다가 4·15총선이 야당에 너무 가혹했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다수 존재한다는 점이 큰 우군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후보만 잘 내면 샅바를 쥐어볼 만하다. 하지만 180석의 거여(巨與)를 대적하기가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다. 더구나 국가의 4대권력(행정, 입법, 사법, 언론)을 거의 장악하다시피 한 거여의 거침없는 행보를 어떻게 견제할 수 있을까가 과제이다. 국민들은 대가뭄에 벼 포기 타들어가는 논 자락을 보는 농부와 같다고나 할까? 저마다 긴 한숨을 내쉰다. 독재의 폐해를 경험한 터라 여간 걱정이 아니다. 이래 가다가는 진보 일색이 될 것이고, 보수는 자중지란으로 나락에 떨어질 게 뻔하다. 이미 드리워지고 있는 사회주의화의 그림자를 보면서 그동안 쌓아온 자유민주주의의 기반이 무너질까 두려운 것도 사실이다. 여야가 잔꾀를 부리지 않고 치열한 정책대결을 통해 소수를 존중하면서 정권을 주고받는 서방선진국이 부럽다. 그런데 우리는 왼쪽 날개만 세차게 퍼덕일 뿐 오른쪽 날개는 꺾인 상태다. 문득 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향후 50년 집권론이 허언(虛言)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한편으로는 100명이 넘는 의석을 가진 야당이 “이만한 일에 속절없이 무너져서야”되는가 하는 강한 반발심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인간만사 새옹지마(塞翁之馬)가 아닌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거인이라고 꼭 이긴다는 법은 없다. 단지 진보는 소리 내어서 흐르고, 보수는 침묵으로 흐를 뿐이다. 강물은 한쪽으로 치우쳐 가파르게 흐르면 둑이 터지고 만다. 국민은 이리 흘렀다가 저리로 흐르면서 큰 강물이 되어 바다로 흘러가길 소망한다. 이 절박한 시기에 중임을 맡은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몇 가지 당부를 드릴까 한다. 첫째, 자신의 대선불참을 선언하라. 당내 분란을 막고, 킹메이커로 이름을 남기는 것도 큰 성공이다. 주대표는 불자라 ‘소신공양(燒身供養)’의 의미를 잘 새겨보면 될 것 같다. 둘째, 미래통합당의 간판을 바꿔라. 안철수 ‘국민의 당’과 자유공화당, 무소속 등 흩어져 있는 범보수를 끌어들여야 한다. 그리고 시대성에 맞는 당명을 바꿀 필요가 있다. 셋째, 참신한 대선후보감을 찾아라. 대학교 총장, 총리와 장관, 시·도지사, CEO 등 폭 넓게 문호를 열고 열 번이고 스물 번이고 찾아가서 모셔 와야 한다. 넷째, 경제를 살리는 정책비전을 제시하라. 탈원전,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 등 문재인정부의 실정을 과감히 개선할 수 있는 신경제정책을 발표하라. 다섯째, 조직을 재정비하고 전투력을 높여라. 각 분야에 전략가를 영입하여 체계적인 전열을 갖추어야 한다. 특히 민주당의 Y원장을 능가하는 유능한 책사를 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다소 온건하고, 둘러가는 형’이라는 자신에 대한 세간의 평을 불식할 수 있는 강한 캐릭터를 보여주어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만은 대국적인 차원에서 국회직을 영남권 외의 지역에 할애하여야 한다. 끼리끼리 독식을 하면 국민이 정말 돌아선다. 지금 필요한 것은 오로지 단합과 혁신의 아이콘을 살려 대권 승리를 위해 지혜와 역량을 결집하는 일이다.

코로나의 질곡을 겨우 넘어서는데 대외정세가 더 큰 파고로 닥치고 있다. 북한 김정은의 ICBM급 핵미사일 추진, 미·중 코로나 전쟁, 세계경제 침체의 장기화 등등. 여기다 헌법 개정 애드벌룬 등 문재인 정부의 거침없는 독주까지 보태진다면 총체적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어쩌면 이 위기가 통합당의 미래를 열어줄는지 모른다. 다만 다시 솟구쳐 오르려면 반등의 추동력이 전제 되어야 한다. 아직도 알량한 자기이익에만 전전긍긍한다면 미래가 없다. 흩어진 보수와 중도가 같은 대열에 서고, 출중한 리더를 대선후보로 내세운다면 분명 미래통합당의 미래가 있다. 절치부심(切齒腐心) 이 그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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