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의 길
주민자치의 길
  • 승인 2020.05.13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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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젠더와 자치분권 연구소장
풀뿌리 지방자치 실현을 위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곧 임기가 종료되는 20대 국회에서 통과될까? 현 정부 출범 당시 자치분권의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었지만 대통령의 의지와는 달리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실제 지방자치법은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실질적 주민참여를 보장하는 법안이지만, 정치권의 무관심에 곧 폐기될 위기에 처해있다. 지난해 6월 상정된 지방자치법은 11월에 한 차례 검토된 뒤 지금까지 방치돼왔다. 당시의 검토도 전문위원 보고에 그쳐 실질적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지방자치법은 자치분권 관련 법령 중에서도 핵심 내용을 담고 있다. 주민주권 구현, 자치권 확대, 책임성 제고, 중앙지방 협력 등을 명시하고 있듯이 지역의 행정요구를 반영하고, 주민 중심의 자치분권 실현이 목적이다. 32년 만에 지방자치법의 전부개정이 추진돼 왔으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 여야를 떠나 지방자치에 대한 국회의원의 의지를 의심하게 된다.

지방자치법은 1988년 전부개정된 이후 몇 차례 개정이 있었으나, 현실에 맞는 내용을 담진 못했었다. 이 때문에 변화된 지방행정과 지방자치제도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고 정부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회는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여야 간 큰 이견이 없는 법안이라 쟁점화되지도 못했기에 무관심으로 볼 수 밖에 없다. 다행히 이번 주 행안위 법안소위에 상정되면서 법안 처리의 마지막 희망이 보이고 있다.

이에 지방자치법 통과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는 지난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코로나19 극복 자치분권 토크콘서트’를 열어 지방자치법을 비롯한 자치분권 법안의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고, 전국 17개 시·도 기획조정실장과의 영상회의에서 자치분권 주요 법안 통과를 위한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도 20대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며 특히 실질적 지방분권을 위해서는 현장과 가까이 있는 기초지방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방분권과 주민자치는 시대적 과제다. 자치와 분권을 통한 권한의 분산이야말로 진정한 혁신이다. 권한은 사람을 성장시킨다. 시민으로서, 주민으로서 권한을 가져보지 못한 대다수의 국민은 사회구성원으로서 성장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사가 거꾸로 흐르지 않는 한, 더디지만 지방분권과 주민자치는 이루어질 것으로 믿는다. 물론 이쯤에서 기억해야 할 것은 잘못 뽑은 단체장, 지방의원이 어렵게 마련한 지방자치를 망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주민이 바로 서지 않으면 주민자치에 기반한 지방자치가 또 다른 집권으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주민이 주인이 되는 주민자치가 그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주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 함께 역량을 키워야 가능하다.

이를 위해 지자체는 다양한 이웃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고 의견을 통합하는 회의과정을 경험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새로운 제도를 만들기는 힘들더라도 있는 제도는 제대로 시행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주민들이 생활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으로서 주민참여예산제를 비롯해 주민자치회 활동을 위한 주민자치위원회 차원의 다양한 사업들이 있지만 홍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관계로 참여자가 제한돼 있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한 사람이 관변단체의 여기도 참여하고 저기도 참여하는 등 중복적 참여로 정작 본인은 바쁘지만 주민자치가 확산되지는 못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시민들의 활동이 위축돼 주민참여예산제 공모사업도 현장에서 활성화되지 못했으며 곧 진행될 읍면동단위의 주민참여예산제 사업도 그렇다.

작년부터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지방자치법 상 주민자치회의 근거가 미비해 어렵게 이루어지는 주민들의 활동에 힘을 보태지 못하고 있다. 단체장이 좀 더 관심 가지고 지원한다면 힘이 날까?

중앙 정치권은 지방자치법을 통과시켜 자치분권의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며 지방정부는 주민자치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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