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건 무언가 파는 거라고
팔겠다고 작정하고 보여주는 거라고
처음에는 마지못해 들킨 척하며 기꺼이
영혼의 바닥까지 박박 긁어
보여주어야 하는 거라고
시간이 흐르면
파리가 날아오고 먼지가 앉고 색이 바랜 겉모습을
더 많이 보여주는 거라고
마침내 유통기한 지난 통조림처럼
언제 거기 놓인 줄도 모르고 놓여 있게 되는 거라고
팔지 않겠다고 작정하면
아무것도 보여줄 필요 없을 것 같지만
팔 것 하나 없이도, 살아 있는 것들은
창문을 열어두어야 하는 거라고
더 이상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날보다
더 이상 보여줄 수 없는 날이 먼저 온다고
◇최정란= 경북상주 출생, 계명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계명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3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 『여우장갑』 『입술거울』 『사슴목발애인』 『장미키스』,<요산창작기금> <부산문화재단창작기금> 2016년 제7회 <시산맥작품상> 2017년 세종도서 문학나눔.
<해설>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할 순 없다. 삶의 의미를 찾으려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별하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내가 원하는 것과 내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원하는 것, 이 두 가지만 구분할 줄 알면 훨씬 인생이 풍요로워 진다. 누군가에게 칭찬 듣고,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근심을 불러온다. 나 아닌 것이 되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마음은 지치고 몸은 탈진한다. 그저 자신이 어디 있는지,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있으면 매순간 신선한 변화와 마주할 수 있다. 나는 그냥 나일뿐이니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사랑하자.일을 만들면 일이 생겨나고 일을 줄이면 일이 줄어든다. 우선 슬러지[sludge] 같은 습관들을 정리하면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다. 여러 가지 일을 모두 다 잘 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사라지면, 마음은 한층 여유로워지고 사고는 유연해지고 훨씬 나은 삶을 꾸려나갈 수 있다.
내가 진정으로 믿는 일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그 믿음이 그것을 실현시킨다. 잘 모르는 사람들의 말에 너무 신경 쓰지 말자. 나를 아는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같이 살아 있음이 얼마나 소중한지.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순간부터 삶이 혼란스럽고 불행해진다.현명한 이는 고치기를 주저하지 않아 늘 새로워진다. 간절하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일단 흘러가는 이 시간부터 값지게 쓰는 것이 우선이다. -성군경(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