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적인 교사와 인간적인 스승 -‘스승의 날’에 부쳐
직업적인 교사와 인간적인 스승 -‘스승의 날’에 부쳐
  • 승인 2020.05.1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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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해마다 5월 15일 ‘스승의 날’이 돌아옵니다.

우리 역사의 큰 스승인 세종대왕 탄신일에 맞추어 이 날이 제정된 데에는 더욱 밝은 등불이 될 만한 그러한 존재를 기다리는 바램이 들어있다고 봅니다.

일찍이 옛 중국 북송(北宋)의 거유(巨儒) 사마광(司馬光)은 ‘경사(經師)는 만나기 쉬워도 인사(人師)는 만나기 힘들다(經師易遇 人師難逢).’라고 갈파한 바 있습니다. 사마광은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와 함께 중국의 대표적인 역사서로 꼽히는 ‘자치통감(資治通鑑)’을 편찬하였는데, 이 구절은 바로 고전(古典)이 된 이 책에 실려 있습니다.

‘경사’는 경서(經書)를 가르치는 교사를 말하고, ‘인사’는 사람 되도록 가르치는 스승을 말하니, 요즘 말로 하면 강의를 잘하는 직업적인 선생은 많으나 인격적 감화를 주는 참스승은 드물다는 뜻으로 다가옵니다.

그럼에도 ‘사람의 가장 큰 병통 중에 하나는 남의 스승 되기를 좋아하는 것이다(人之患在好爲人師)’라는 맹자(孟子)의 지적대로, 제대로 된 사도(師道)를 갖추지도 않은 채 남의 스승 되기를 도모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많은 선현들이 스승의 조건을 내건 바 있습니다만 가장 공통적인 것은 먼저 스스로 자신을 닦아야 한다는 점일 것입니다. 자신을 닦는다는 것은 결국 스승으로서의 권위를 갖추는 것을 말하겠지요.

교사가 갖추어야 할 권위로 첫째는 지식적 학문적 권위, 둘째는 정신적 인격적 권위가 일반적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일찍이 공자(孔子)는 스승의 조건으로 ‘옛것을 익혀 새것을 알면 스승이 될 수 있다(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라고 설파한 바가 있습니다. ‘옛것을 익힌다.’는 말 속에는 옛사람들의 잘잘못을 깊이 익혀 자신을 가다듬는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즉 이 말 속에는 학문에 대한 깊은 탐구와 함께 인간 이해에 대한 깊은 사랑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공자는 자신이 내세운 스승의 조건을 힘써 실천하였습니다. 우선 공자의 학문 태도가 깃든 고사성어 ‘위편삼절(韋編三絶)’을 통해 책을 묶은 가죽 끈이 세 번이나 끊어질 정도로 꾸준히 독서를 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단순 독서에 머무르지 않고 깊이 생각하였습니다. ‘배우되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엉성하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하다(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라든지, ‘아는 것은 안다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정말 아는 것이다(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라는 어록(語錄)이 이를 증명합니다.

그러나 학문은 훌륭한 스승의 필요조건이기는 하지만 만족조건은 아닙니다. 사랑이 필요합니다. 인격적 감화를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인(仁)과 엄(嚴)을 균형 있게 갖추어, 위엄은 있으되 무섭지는 않아야 합니다.

순자(荀子)가 설파한 ‘청출어람(靑出於藍)’의 태도는 사랑의 발로입니다. 제자가 스승보다 더 뛰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깃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이상적인 교육 태도로 가르치면서 함께 배운다는 ‘교학상장(敎學相長)’과 스승과 제자는 같은 길을 가는 친구라는 입장의 ‘사제동도(師弟同道)’와도 통한다 하겠습니다.

이러한 조건은 모두 먼저 자신을 닦는 데에서 출발합니다. 공자의 모습을 표현한 ‘논어(論語)’ 향당편(鄕黨篇)에는 ‘화가 나도 남에게 옮기지 않았고, 한 번 한 실수를 결코 두 번 저지르지 않았다(不遷怒 不貳過).’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끊임없이 자신을 자제하고 가꾸어 왔음이 느껴집니다.

이처럼 선현들은 먼저 자신을 닦는데 애써왔습니다. 그리하여 신체는 부모에 의해 탄생되지만 정신은 스승에 의해 길러진다는 소명감을 가지고 제자들을 대하였습니다.

스승의 날에 즈음하여 남의 스승 되기를 좋아하는 우리 모두가 한 번 쯤 생각해 볼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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