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허공의 메아리…‘한민족 恨’ 현대적 언어로 이미지 형상화
[시집]허공의 메아리…‘한민족 恨’ 현대적 언어로 이미지 형상화
  • 황인옥
  • 승인 2020.05.1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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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등단 40년 12번째 시집
세월호 참사 주제 표제시
휴머니즘 바탕 비통함 달래
허공의메아리
양경한 지음/ 천우 펴냄/ 1만5천원

 

양경한시인
양경한 시인이 열두번째 시집을 출간했다.

USB에 저장해 놓은 시들이 한순간에 날아갔다. 3개월간 심혈을 기울여 썼던 시들이 허공에 흩어졌다. 시집 출간을 계획하고 쓴 시들이어서 더욱 아득했다. 그러나 이내 마음을 다잡고 다시 컴퓨터 자판 앞에 앉았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컴퓨터 자판 위에서 날아간 시어들이 자박자박 튀어 올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날아간 시들이 완벽하게 복원됐다. 시인 양경한(72)이 시 한편에 쏟는 열정과 애정에 대한 일화다. 그가 “시 한편이 순식간에 나올 수도 있고, 장고 끝에 출산할 경우도 있지만 어떤 시를 쓰던 온 마음을 다해 쓴다. 그때의 마음을 다시금 되새기니 당시의 감정상태가 되살아나고 지워졌던 시들이 복원되었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시인 양경한의 ‘허공의 메아리’가 출간됐다. 시인 등단 40년의 기록이자 시인의 12번째 시집이다. 총 4부로 구성된 시집에는 90여편의 시가 담겼다. 이번 시집을 출간한 소감으로 양 시인은 “시를 통해 내 세계를 통찰했다. 그런 과정이 내게는 작가로서의 위상을 정립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양 시인은 시인이기에 앞서 수필가, 아동문학가, 시조시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금까지 집필한 저서만 해도 시집 12권, 시조집 10권, 수필집 10권, 동시집 53권, 동화집 55권, 전기집 10권, 전래동화집 10권 등으로 방대하다. 그의 이러한 문학적인 활동력은 작가로서의 역량을 강화했고, ‘한국을 움직이는 인물’(중앙일보출판), ‘한국을 빛낸 문인’에 선정되는 쾌거로 이어지기도 했다.

시의 주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했다. 초기에는 자연을 주제로 자연예찬론을 펼쳤고, 중견으로 접어들면서 인간에 대한 탐구에 집중했다. 이번 시집에서는 한민족 특유의 한(恨)에 초점을 두었다. 지리적으로 열강들의 틈바구니에서 외세 침략의 역사를 걸어오면서 형성된 한(恨)의 정서를 현대적인 어법으로 풀어내고자 했다.

특히 표제시 ‘허공의 메아리’에 한(恨)이 응축되어 있다. 시인은 이 시에서 “(중략)/퍼런 원한을 가슴에 품고/애타게 부르짓는/애절한 절규가 들리지 않는가/(중략)/땅을 치면서 목놓아 울부짓는 울음으로/마음의 응어리를 되새김질하듯/삭이고 또 삭인다”라며 세월호 침몰 사고로 희생된 꽃다운 아이들의 비통한 죽음을 휴머니즘으로 한 차원 끌어올리며 위무를 보낸다.

시집은 모두 4부로 구성된다. 1부 ‘세월의 길목에서’는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적다는 인식 아래 기도하는 마음으로 관조적인 시각에서 인생의 참 의미를 되새기고, 2부 ‘작은 것이 아름다울 때’에서는 이름 모를 나무나 풀, 스무번의 허물을 벗는 하루살이 등의 자연을 통해 작은 것의 거룩함을 예찬한다.

또 3부 ‘탕자가 돌아왔습니다’에서는 돌아온 탕자가 깨달을 얻어 고향으로 돌아와 들꽃처럼 살고자 하는 염원을 표현했고, 4부 ‘그리운 이름’에서는 ‘영자’, ‘순자’, ‘경자’ 등 어린시절 여자 아이들의 단골 이름을 회상의 모티브로 삼아 옛 추억을 반추한다.

시인이 “시는 끝이 없다”며 “여전히 시 공부를 많이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야 시가 조금 보인다”며 “시가 곧 이미지의 형상화”라고도 했다.

양 시인은 시를 쓰기 전에 ‘마음을 순수하게 가다듬는 의식'부터 치른다. 순수한 마음 상태에서 남들이 다루지 못하는 독창적인 캐릭터를 포착하고 그것을 은유와 상징성으로 이미지화한다.

특히 이번 시집은 더욱 이미지의 형상화가 도드라진다. “뚜렷한 이미지를 가지고 물 흐르듯 연관되는 이미지들을 형상화하며 주제를 강화하고자 했습니다.”

계속해서 시를 쓰겠다는 시인. 끊임없이 생각하고 무딘 펜을 갈고 닦으면 불멸의 작품이 탄생되리라는 확신이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그가 시를 쓰는 이유는 “시의 눈으로 세상과 인생을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어서”다. 그리하여 그의 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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