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도중 맹장수술·담석증수술 안전한가요?
임신 도중 맹장수술·담석증수술 안전한가요?
  • 승인 2020.05.1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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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둥 대구 마크원외과 원장·
시의사회 정보통신이사
얼마 전 거주지는 김해인데 친정인 대구 지역 산부인과 병원에서 둘째를 출산한 산후 6개월 정도 지난 아기 엄마가 담석증수술, 즉 담낭절제술을 받기 위해 내원했다. 그런데 자세히 들어보니 수년전 첫째를 출산한 직후부터 두어 달에 한번 꼴로 명치와 오른쪽 갈빗대 아래쪽의 통증을 겪어왔었고, 이번 둘째 임신 중에는 거의 한 달에 두세 번으로 그 빈도가 늘었다고 한다. 둘째 출산 후에 초음파 검사를 받아보니 담석증과 함께 만성담낭염이 심하게 진행된 것으로 진단되어 즉시 수술받길 권유받고 내원한 것이다.

필자는 만약 둘째 임신 중에 급성담낭염으로 진행했었다면 임신 중이라 하더라도 응급수술을 받아야 했을 수도 있었는데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환자는 섬칫하며 “선생님. 임신 중에도 수술을 받을 수도 있었다구요? 그럼 아기는 포기해야 하나요?” 라고 묻기에, “물론 외과적으로 조산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해야 하지만 태아나 산모에게도 비교적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더니 아기 엄마가 놀라는 눈치였다. 본인은 임신 도중에 전신마취 받고, 특히 배 안 문제로 수술 받으면 임신은 포기해야 하는 줄 알았다면서.

아마 대부분의 산모들은 내심 이런 걱정을 품고 지낼 것이다. 통계적으로 산과 문제를 제외한 이유로 임신 도중 복부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500여 명 중 1명꼴로 발생한다. 급성충수염(맹장염), 급성담낭염, 급성장폐색 등은 응급수술을 해야 하는 비교적 흔한 원인이고, 난소종양 등 응급은 아니더라도 결국에는 임신 중 수술을 받아야하는 경우가 있다. 산모들은 응급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에도 당황한 나머지 출산 이후로 수술을 늦출 방법은 없는지 우선 물어보게 된다.

하지만 응급복부질환은 수술 자체가 아니라 그 질환의 중증도에 따라 조기 산통, 유산, 조산의 위험성이 증가한다. 급성충수염의 경우 천공에 의한 복막염이나 충수주위농양으로 발전할 수 있고 급성담낭염의 경우 간 기능 악화나 담도, 췌장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수술을 미루면 결국 산모와 태아를 더 큰 위험에 빠뜨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즉, 응급수술을 시행하는 것이 원칙인 상태라면 오히려 가능한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술 도중 자궁에 가해지는 물리적인 자극이 과하다면 조산이 유발될 수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일반 개복수술이 아닌 복강경수술의 발전으로 인해 산모에게 가해지는 수술 자체의 악영향은 현저히 감소했다. 최근 미국 위장관 내시경 외과학회에서 200여 편의 최신 국제 논문을 분석하여 발표한 가이드라인은 임신 중에 보다 적극적으로 복강경수술을 활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첫째, “임신 중 응급수술을 요하는 급성 복부 질환에 대한 복강경수술은 임신이 아닌 경우와 동일한 적응증을 적용한다.” 즉, 수술을 반드시 해야 하는 상태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임신 그 자체가 복강경수술을 회피할 이유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둘째, “복강경수술은 어떠한 임신 기수라 하더라도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다.” 고전적으로는 임신 1기(~14주)까지는 복부 수술로 인한 자연유산 확률이 높다고 여겼기 때문에 임신 2기(15주~28주)가 될 때까지 가능하면 수술을 연기하는 것을 권장했다. 하지만 최근의 모든 연구들은 어떠한 임신기간이든 산모와 태아에게 위험을 가중시키지 않고 복강경수술을 시행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즉, 임신 시기에 따라서 수술에 의한 유산, 조산, 사산 등의 위험성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질환 자체의 중증도가 위험성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것처럼 ‘임신한 상태라면 복강경수술이 어렵다’는 통념은 이미 깨진 상태이다. 그리고 복강경수술이 산모 뿐만 아니라 태아에게도 특히 더 좋은 부분들도 있다. 첫째, 산모에게 진통제를 투여하면 태아에게 호흡억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복강경수술은 개복수술보다 상처 부위 통증의 정도와 기간이 현저히 단축되기 때문에 수술 후 진통제 사용량을 줄일 수 있어 태아 건강에 더 유리하다. 둘째, 수술 상처에 감염이 발생하면 항생제 등 약제를 더 오랜 기간 투여해야 하는데 복강경수술과 같이 상처 개수와 범위가 줄어들면 합병증 발생률도 더 낮아지고 수술 후 약물 투여량과 투약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셋째, 복부 수술 직후에는 복통 때문에 숨을 크게 못 쉬는 호흡억제가 발생하는데, 일반적인 경우라면 환자의 호흡기 합병증만 걱정하면 되겠지만 산모의 경우 일시적인 호흡기능 저하로 인한 말초혈액의 산소공급 불균형이 태아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데 복강경수술은 상대적으로 통증이 적어 그 확률과 정도를 낮춰준다. 넷째, 복강경수술은 개복수술과 비교하여 복강 내부에 더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자궁에 가해지는 물리적인 충격과 자극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기술적 장점이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의학은 발전하고 기술과 노하우는 쌓이는 법, 산모 분들은 임신 도중에도 복강경수술이라는 훌륭한 옵션이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두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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