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의 행복을 위해서…학교숲 제대로 가꿔야한다
학생의 행복을 위해서…학교숲 제대로 가꿔야한다
  • 채영택
  • 승인 2020.05.17 2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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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숲 그리고 자연이야기 - (24) 학교숲이 나아가야 할 방향
교내 자연친화적 공간 조성으로
학교숲은 ‘명상숲’
청소년들 건강·정서함양 도모
지역민에 쉼터·여가공간 제공도
단순획일화 된 수종 갱신을
상록침엽수 수종이 대부분 차지
개교 당시 정형화된 식재 그대로
곤충·조류 서식에도 부적절
학교숲2
학교내 숲은 대부분 침엽수종으로 이루어져 있다. 학교숲도 수종 다양화가 요구된다.
 
학교숲3
 
 
학교숲1
수목의 다양성과 인성의 함양은 많은 연관성이 있다고 한다. 도시 숲의 하나로 학교숲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고민이 필요한 때다.

학교숲은 도시숲이다. 도시숲은 법률상 명확한 규정은 없지만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는 도시림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 법에 의하면 도시림이란 도시에서 국민 보건 휴양ㆍ정서함양 및 체험활동 등을 위하여 조성ㆍ관리하는 산림 및 수목을 말하며, 면 지역과 「자연공원법」 제2조에 따른 공원구역을 제외한다라고 되어 있다.

도시숲은 그동안 산림청과 조경업계와의 분쟁으로 산림청에서 입법 제안한 도시숲법 속에 도시 내의 모든 산림인 도시림을 도시숲법의 범주안에 편입하는 것을 골자로한 입법안을 국회에 계류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아직까지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이 법의 도시림은 도시숲의 법률적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라보면 되고 생활림이란 마을숲 등 생활권 주변지역 및 「초ㆍ중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학교와 그 주변 지역에서 국민들에게 쾌적한 생활환경과 아름다운 경관의 제공 및 자연학습교육 등을 위하여 조성·관리하는 산림 및 수목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되어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산림청이 말하는 생활환경숲으로 보면 될 것 같다. 그 이외에 가로수를 별도로 지정해 놓았으며 학교의 숲은 생활림의 범주에 속하는 숲으로 보면 된다.

이 모든 숲의 개념을 하나의 법인 가칭 “도시숲 등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으로 통합한다는 취지로 이해관계가 있는 국가와 단체가 충돌하는 양상이다. 하루빨리 숲도 모든 관리가 일원화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유야 어떻든 학교숲은 제대로 설계되고 시공되고 가꾸어져야 한다.

학교숲은 지난 2015년 이후 명상(冥想)숲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바뀌었는데 명상의 사전적 의미는 고요히 눈을 감고 깊이 생각한다는 의미다. 사색의 장소임을 강조한 명상숲은 ‘초·중등교육법’ 에 따른 학교와 그 주변 지역에 조성·관리하는 숲으로 명상숲 조성을 통해 친자연적인 학습공간을 제공하여 청소년들의 정서함양을 도모하고, 지역주민에게는 여가공간 및 쉼터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향후 코로나와 같은 새로운 위험 요소의 상존을 감안하여 비대면 교육이 일상화 되고, 특히 명문대학 진학과 항상 취업스트레스를 경험하는 우리나라 학생 교육의 특성상 참여와 공동체 문화를 새롭게 형성하고 학교 옥외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해 수년 전부터 이러한 명상숲을 조성하기 위한 많은 사업들이 추진되어 온 것 또한 사실이다.

앞으로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비대면 교육이 더욱 현실화된다면 학생들로서는 점점 숲과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는 멀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국에 유치원을 비롯한 초·중·고등학교가 2017년 기준 11천여 개가 넘는다고 한다. 학생수도 수백만명이 넘는 사실을 비추어 보면 학교 명상숲이 청소년들의 정서를 함양하고 생태적 사고를 고양시키며 지역 주민들과는 활발한 소통의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숲을 새로운 기능에 맞게 만들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그동안 우리나라 산림정책은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도시 전체의 녹지 공간은 하나의 거대한 생명 유기체다. 학교숲 즉 명상숲 만들기 운동은 학교라는 교육현장에서 시작하는 숲 활동이 학교밖의 다양한 숲으로 녹색 네트워크가 연결되고 그것이 도시내의 산(도시 산)이나 교외 숲으로 유기적인 고리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바로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생명과 숲사랑 운동이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얼마전 역사와 전통이 꽤 오래된 한 고등학교를 찾았다. 정문입구부터 시작되는 정형화된 침엽수의 행렬이 압권이다. 둥그런 공 모양으로 전정된 등근향나무와 군데군데 보초를 선 듯 삼엄한 경계를 하고 있는 개잎갈나무(히말라야시타), 그리고 사방으로 가지를 뻗은 소나무의 우람함은 가히 명문고답게 근엄하고 질서 정연함을 몸소 대변해 주고 있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전통과 역사가 있는 학교는 이렇게 상록침엽수 위주의 수종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즉 교정에 심겨진 나무들을 보면 수종이 결코 다양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개교 당시에 심은 나무들이 대부분이라는 의미다. 식재 수종이 다양하지 않을 뿐만아니라 일정한 모양으로 획일화되고 정형화된 식재 형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전문 관리인의 부재와 변화를 싫어하는 과거 권위주의적 교육 전통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학교라는 특성상 건물 전면 화단 앞에는 절제미를 강조한 가이즈까향나무가 주로 심겨져 있다. 가이즈까향나무는 일제 침탈기 일본 학자에 의해 우리나라 향나무와 일본 향나무를 육종 개량해서 다시 도입한 나무다. 국가차원에서 관공서나 공공기관 내에는 일제 잔재를 없애는 의미에서 이 나무를 제거하고 다른 대체 수종을 심기를 권장하고 있으나 오래된 수령과 특이한 수형으로 이미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아 놓은터라 아직도 수많은 건물 앞이나 공원에는 이 향나무가 그대로 식재되어 있는 곳이 많은 실정이다.

단순한 식생에는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지 못한다. 우리가 숲을 다원적인 구조로 조성하는 이유가 생물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인데 학교숲의 경우 대부분 식생의 단순화로 곤충이나 조류의 서식장소로서는 적절하지 못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사실은 숲을 명상이나 휴양을 통한 심신의 안정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점에서도 그 요건을 충족시켜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유럽이나 해외 사례의 경우 교원과 학생 그리고 이웃 주민의 공동 참여로 숲이 만들어진다. 즉 학교숲을 조성하기 위해 숲 조성의 결과만을 목표로 삼는 우리의 경우와는 달리 수년에 걸쳐 숲을 함께 만들어가고 함께 관리하는 과정참여형 생활숲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것은 숲이 주는 공동체 가치와 몸소 체험하는 교육적 측면을 잘 반영해 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가 명상숲을 조성하면서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생각된다.

학교숲이 다른 숲의 조성과 다른 점은 이미 학교라는 공간에 숲이 조성되어 있고 새롭게 물리적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경제연구원(2017년)은 「최근 5년간 국내 청년층 인구 10만 명당 스트레스성 우울증 환자의 연평균 증가율은 6%로 전체 세대 2%보다 3배 가량 높았고 불면장애, 공황장애 등 질병의 경우 인구 10만 명당 환자 수는 중·장년층에 비해 적지만 최근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높은 추세를 보였다」고 한다. 또 국립산림과학원의 조사에 의하면 명상숲이 조성된 학교는 조성되지 않은 학교보다 학생들의 적대감(18%), 행동공격성(20%), 분노감(19%)이 각각 감소했으며 아울러 명상숲 조성 후 학생들의 불안감이 12%정도 감소했고 숲에 대한 태도와 인식이 4% 긍정적으로 향상됐다는 것이다. 도시 외곽의 숲(자연공원 등)을 통해 숲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는 지표는 상당히 많다. 하지만 도시내에 있는 숲, 즉 도시숲을 통한 신체적 심리적 안정과 치유에 대한 효과성의 연구는 그리 많지 않다. 학교숲은 그래서 우리의 자라나는 세대를 위해 더욱 더 중요한 생태적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생물공간이다. 따라서 향후 학교숲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보다도 단순 획일화된 수종의 갱신이 우선시되어야 할 것이다.

산림청의 ‘명상숲 가이드북’에 따르면 시설물과 안내판 등을 제외한 명상숲 조성 면적의 80% 정도는 수목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계절별 구성과 향기식물의 배치, 그늘을 제공하는 녹음수의 식재, 건물 바로 앞인 중정에는 잎이 부드러운 활엽수종과 후정과 건물 사이에는 유실수나 식용 식물을 직접 기르고 수확하며 정원의 풍성함을 몸소 체감하도록 공동텃밭정원의 조성과 자연학습원 등을 고루 배치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더불어 교육적 측면을 강조한 역사와 전통이 있는 나무는 학교 보호수로 지정하여 유래에 대해 설명되어진 안내판의 설치도 꼭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이러한 숲에서 산림치유사나 산림교육전문가를 참여시키는 치유와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체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교원과 학생 상호간의 협력을 바탕으로 각 학교에 걸맞는 명상숲 랜드마크를 만들어간다면 거대한 유기체인 도시숲의 다원적 기능의 완성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첫걸음이 되리라 생각한다. 대한민국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학생이 우선 행복해야 한다.

임종택<나무치료사·대구한의대 환경조경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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