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고 “반갑다 친구야”…설렘 속 불안감도 역력
거리두고 “반갑다 친구야”…설렘 속 불안감도 역력
  • 박용규
  • 승인 2020.05.20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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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 시작 석달 만에 첫 등교 현장 가 보니…
교육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연기했던 등교 개학을 시작한 가운데, 3달여 만의 등굣길 교정에는 잃었던 활기가 돌면서 설렘과 긴장감이 공존했다.

하지만 수업 모습은 어색했고, 점심시간에 식사하는 모습도 이제까지는 볼 수 없었던 낯설은 풍경이었다. 아직 숙지지 않은 코로나19로 인해 간신히 등교한 현 상황이 행여나 깨질까봐 학생, 교사, 학교 모두 긴장속에 조심조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대구 오성고]
 

등굣길 초입부터 거리두기 지도
학생별 번호 매겨 지정석 배정
휴식시간 다른 반 출입도 못해

 
오성고등학교등교개학첫날4
올해 처음 고3 학생들이 등교한 20일 오후 12시께 대구 수성구 오성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칸막이가 있는 식탁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박용규기자 pkdrgn@idaegu.co.kr

전국 고3 학생들의 등교가 시작된 20일 오전 7시 40분께 대구 수성구 만촌동의 오성고등학교. 교문 앞 50m 지점부터 등굣길이 길게 형성됐다.

학교는 등굣길 초입부터 ‘2m 거리두기’를 지도하며 간격을 두고 서게 했다. 교내의 도로와 복도에는 거리두기 동선마크가 붙어 있었다.

앞뒤로 다닥다닥 붙어 들어오는 학생들이 있으면 지도 교사들이 “너희 조금 더 떨어져라”고 안내했다.

학생들은 하나같이 들뜬 표정을 짓다가, 언덕으로 된 등굣길을 몇 분 오르자 힘들어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를 지켜보던 한 교사는 “오랜만에 오니 힘드나? ‘헥헥’대네”라며 농담을 건넸고, 학생들은 웃음으로 답했다.

학생들은 80일 만의 등교에 반갑다거나 이제라도 등교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5반 송주현 학생은 “오랜만에 학교에서 친구들을 보게 돼서 반갑고 기쁘다”며 “코로나19가 아직 종식된 건 아니지만 학교에서 방역을 철저히 하고 있어 감염 걱정이 크게 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은 197일 앞으로 다가온 수능에 긴장되기 시작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3반 김지훈 학생은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져 온라인 수업만 듣다 보니 (대입 준비에 대해) 부담감도 크고, 용기도 없어지고 있었는데 주변에서 힘을 많이 주셔서 부담을 조금씩 덜고 있다”며 “더 늦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타이밍 좋게 등교하게 돼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학교는 학생별 고유번호를 배정해 각자 배치된 지정석에 앉게 했다. 다른 반에 출입도 못하게 해 1교시 수업이 끝난 후 10분 간의 휴식시간에도 코로나19 이전의 떠들썩한 분위기는 없었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건강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강정호(44) 3학년 학생부장 교사는 “입시를 목전에 둔 고3 학생들을 한동안 못 봐서 답답했는데 이제라도 봐서 다행”이라며 “학생들의 몸과 마음의 건강이 최우선이니 학교도 방역 조치 등을 잘 하고, 학생들 스스로도 신경을 써줘야 한다”고 전했다.

수업에 대한 책임감에 긴장과 기대감이 공존한다는 반응도 보였다. 박민수 교장은 “현재는 원격 수업 피드백과 대면수업을 같이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교사들이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매뉴얼도 없어서 긴장과 기대감이 공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용규기자 pkdrgn@idaegu.co.kr

 

80일만에진행되는수업
20일 고3 학생들의 등교 수업이 시작된 가운데 이날 오후 점심시간 대구 북구 경명여고 교실에서 학생들이 급식업체가 제공한 간편식 도시락을 칸막이 안에서 먹고 있다. 전영호기자

[대구 경명여고]

 

교문부터 이중삼중 방역 체계
각 학급 책상별 ㄷ자형 칸막이
점심식사 각자 자리서 조용히


“진짜 오랜만이다~.”, “선생님, 완전 보고 싶었어요!”

20일 오전 7시 30분께 대구 북구 경명여자고등학교 교문 안으로 마스크를 착용한 3학년 학생들이 속속 발걸음을 내디뎠다. 교문 일대는 서로 손을 흔들면서 인사를 나누는 학생들로 북적였고, 교직원들도 멀리서 달려오는 학생들의 이름을 부르며 반가운 마음을 전했다.

이날 전국의 고3 학생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 달여 만에 첫 등교를 맞이했다. 일부 학생은 오랜만에 나선 등굣길에 기쁜 마음을 표하면서도 다소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불안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코로나19 방역 대책으로 학생들의 등교 풍경은 예년과 많이 달라졌다. 경명여고 학생들은 체온 측정을 거친 후 교문을 지날 수 있었고 건물 입구로는 열화상 카메라의 발열 확인을 위해 1~2m가량의 거리를 둔 학생 30여 명이 줄을 지었다. 교직원들은 대화를 나누는 학생들이 보일 때마다 “앞뒤 간격 유지하고, 서로 붙지 말라”며 주의를 줬다.

오전 8시께 학생들이 자리에 착석하면서 각 담임교사는 교내 방역지침을 안내했다. ‘양치할 때는 화장실을 나누어 이용하기’, ‘등교 전 자가 진단하기’, ‘이동 수업 때 지정 자리에 앉기’ 등의 내용이었다. 교실 각 책상 위에는 ㄷ자형 칸막이가 마련됐다.

점심시간 때도 교내는 방역 긴장감을 놓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학생들과 교사는 칸막이를 앞에 둔 채로 교실에서 조용히 식사를 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수저와 물통은 개인이 지참하도록 했고, 불필요한 대화도 제한돼 휴대폰의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교실 친구와 소통하는 학생도 눈에 띄었다.

일부 학생은 첫 등교로 기쁨을 숨기지 못하면서도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냈다.

경명여고 3년생 최보경 학생은 “스스로 학습도 쉽지 않고, 친구를 만날 수가 없어 온라인 수업 기간이 다소 답답했는데, 등교를 생각보다 일찍 하게 돼 무척 반갑다”면서도 “아무래도 학교다 보니 대면 접촉이 많아 집단 감염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교에서 열심히 방역 대책을 마련했다고 해, 지침대로만 한다면 안전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수정기자 ksj1004@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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