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벨에포크' 100% 설계된 시간여행…당신도 떠나고 싶나요?
'카페 벨에포크' 100% 설계된 시간여행…당신도 떠나고 싶나요?
  • 배수경
  • 승인 2020.05.21 2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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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삶을 추구한 만화가
그의 그림을 토대로 만들어진
1974년 파리를 재현한 세트장
마음만은 25살로 돌아가 만난
그리웠던 시절과 첫사랑 그녀
카페벨에포크
“그날 그 카페에서 만난 사람을 제가 아주 좋아했었죠” 빅토르는 첫사랑 그녀를 그리워 하며 1974년 5월 16일, ‘카페 벨에포크’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는 너무 흔해져 이제는 다소 식상할 정도다.

20일 개봉한 ‘카페 벨에포크’ 역시 시간여행을 소재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가 보여주는 시간여행은 과학의 힘이나 개인이 가진 초능력 같은 판타지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아날로그적 방식으로의 접근이라는 점이 신선하다. 핸드메이드 시간여행이라니 궁금증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영화의 제목이자 주인공이 시간여행을 하는 카페 이름이기도 한 ‘벨 에포크(belle epoque)’는 ‘아름다운 시절’을 뜻하는 프랑스어다. 예술적으로 풍요로왔던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의 프랑스 파리를 칭하기도 한다.

주인공 빅토르(다니엘 오떼유)는 신문에 정치인들의 캐리커처를 그리는 만화가다.

어느날 종이신문이 사라지고 인터넷 신문이 발간되면서 그는 일자리를 잃는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어쩌면 적응하고 싶지 않은) 그는 여전히 아날로그적인 삶을 그리워한다. 아들과 함께 인공지능 상담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자율주행차를 운전하는 등 디지털 시대에 완벽하게 적응한 아내 마리안느는 그런 그가 답답하기만 하다.

결국 아내는 이별을 통보하고 막다른 길에 몰린 그는 아들이 건네준 시간여행 초대장을 들고 이벤트 회사를 찾는다.

아들 친구 앙투완(기욤 까네)이 운영하는 회사에서는 철저하게 짜여진 각본에 따라 연기하는 수십 명의 배우가 고객이 원하는 시대의 소품과 의상, 인테리어까지 완벽하게 구현된 세트에서 오로지 한명의 고객을 위해 그가 원하는 시간으로 여행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그곳에서 누군가는 헤밍웨이와 포크너를 만나 만취할 때까지 술을 마시며 문학을 논하고 마리 앙투와네트나 히틀러가 되기도 한다. 어떤 이는 돌아가신 아버지와 함께 한 마지막 날을 반복해서 재현하기도 한다.

빅토르의 선택은 1974년 5월 16일 리옹, ‘카페 벨 에포크’로의 시간여행이다.

그는 “그날 그 카페에서 만난 사람을 제가 아주 좋아했었죠”라며 첫사랑 그녀를 그리워 한다.

빅토르의 시간여행은 ‘어바웃 타임’이나 ‘이프 온리’ 등 타임슬립 영화에서 처럼 과거의 어느 순간을 바꾸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휴대폰없이 서로를 응시하며 대화를 나누던 과거의 그때, 그리고 빈자와 부자, 좌우 정치이념과 상관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어우러지던 그 시절이 그립기만 하다.

그의 그림을 토대로 만들어진 세트장에서 그는 과거의 첫사랑을 연기하는 마고(도리아 틸리에)를 만난다. 몸은 나이가 들었지만 그곳에서 그는 25살의 젊은이가 된다.

“다 가짜란 걸 알지만 싫지 않네요” 가짜임을 알면서도 빠져들게 되는 그때 그시절.

시간여행을 지속하기 위해 그는 아들이 운영하는 회사와 계약을 하고 종이 대신 패드에 그림을 그리는 등 현실과도 타협을 한다.

영화는 뜨겁게 사랑하던 시간이 지나간 뒤 조금은 무뎌진 감정으로 살아가는 부부의 일상도 함께 엿볼 수 있어 씁쓸하다. 그러나 거기에서 끝이 아니라 가장 찬란하고 아름다웠던 화양연화의 순간을 통해 현실을 치유하고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시절이 그토록 아름다웠던 이유는 바로 함께 한 그 혹은 그녀가 있었기 때문이란 걸 알게 된 부부의 모습에서 새로운 설렘이 느껴진다.

세트로 재현된 1970년대 파리의 모습과 의상 등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는 볼거리도 풍부하지만 여인의 향기 OST로 익숙한 탱고음악 ‘Por una caveza‘, 스페인 출신 여성 듀오 바카라의 ‘Yes sir, I can boogie’, 제니스 조플린의 ‘Me and Bobby McGee’, 몽키스의 ‘I’m a believer’ 등 귀에 익은 음악들이 흥을 더해준다.

지금 나에게 시간여행 초대장이 도착한다면 언제로 돌아가면 좋을까?

당신은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나요?

배수경기자 micbae@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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