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풀 메저' 끝나지 않은 전쟁에 갇힌 영웅들
'라스트 풀 메저' 끝나지 않은 전쟁에 갇힌 영웅들
  • 배수경
  • 승인 2020.05.2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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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블린 전투 참전용사 실화 바탕
전우를 향한 죄책감·후유증 등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남은 고통
라스트풀메저
영화는 위기에 빠진 동료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린 한 공군사병의 희생을 기억하고자 한다.

20일 개봉한 ‘라스트 풀 메저’는 1966년 4월 11일 베트남 전쟁 사상 최악의 전투로 꼽힐 정도로 수많은 사상자를 낸 애블린 전투로 우리를 이끈다. 그렇지만 예상하는 형태의 전쟁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휴먼드라마에 더 가깝다.

미국방부 소속의 변호사 스콧(세바스천 스탠)은 어느날 베트남전 당시의 공군 항공구조대원 윌리엄 피첸바거에게 명예훈장을 수여하기 위한 임무를 떠안게 된다. 처음엔 그냥 대충 처리하는 척 하다 다른 사람에게 일을 넘기면 될거라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 그는 서서히 그 임무에 빠져들게 된다. 조사를 위해 과거의 참전용사들을 찾아나서는 그의 여정과 함께 관객들도 오래 전의 그날로 다가간다.

전쟁터에서 피첸바거와 함께 있었던 이들은 때로는 ‘죽은게 내가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안도하기도 하고 죄책감 때문에 평생을 괴로워하기도 한다. 그런 이유때문이었을까. 헬리콥터에서 전쟁터로 뛰어든 피츠를 가장 가까이서 본 공군동료 톰 툴리(윌리엄 허트)는 그의 활약에 맞는 훈장을 추서하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에게 있어 ‘지연된 정의’는 ‘거부된 정의나 마찬가지’다.

자신의 잘못으로 전우들이 사망했다는 죄책감을 지니고 있던 타코다(사무엘 L. 잭슨)는 ‘30여년 전의 20초로 돌아갈 수 있다면’을 되뇌며 ‘살아남은 것이 종신형’으로 여기며 힘들게 살아간다. 피첸바거의 아버지 프랭크(크리스토퍼 플러머)에게는 남아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과거를 추적해나가는 과정이 영화 속에서는 ‘판도라의 상자’라고도 언급이 되지만 엄청난 반전이나 비밀이 숨어있는 건 아니다.

피할 수 있었지만 그의 도움이 필요한 부상자들이 거기 있었기에 뛰어들 수 밖에 없었던 한 병사의 희생의 순간을 되새기다 보면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전쟁은 오래전에 끝이 났다. 그러나 남겨진 가족과 전쟁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참전용사들의 모습을 통해 30년도 넘은 과거의 전쟁이 끝이 아니라 여전히 진행형임을 알 수 있다.

영화는 오로지 위기에 빠진 동료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린 한 공군사병의 희생을 기억하고자 할 뿐 베트남 전쟁에 대한 평가는 외면하고 있다는 점은 조금 아쉽다.

함께 참전했던 동료들과 스콧의 포기하지 않은 노력으로 피첸바거는 결국 명예훈장을 받는다. 군인에게 수여하는 무공훈장인 명예훈장은 ‘4성 장군과 대통령도 훈장을 받을 수 있다면 자리를 버릴 수 있다’라고 말할 정도로 의미가 남다르다. 그동안 미군에서 3천498명이 받았으며 공군소속은 18명, 그 중에서 사병으로는 3명만이 받았다는 자막을 통해 그가 받은 훈장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 2000년 12월 8일 진행된 명예훈장 추서식 장면은 뭉클한 감동을 더해준다. ‘조국을 위한 마지막 헌신’을 의미하는 ‘라스트 풀 메저’(last full measure)는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에 언급 된 바 있다.

어벤져스 시리즈의 윈터 솔저 세바스천 스탠이 변호사 스콧 역을 맡았으며 사무엘 L. 잭슨, 윌리엄 허트, 크리스토퍼 플러머, 에드 해리스 등 명배우들의 연기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영화의 중심을 잘 잡아준다.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고 끔찍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지미 역으로 나온 피터 폰다의 유작이기도 하다.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답게 엔딩크레딧과 함께 실제 영화 속 인물들의 인터뷰가 더해진다.

배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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